몇 해전 여름, 하염없이 그리고 끝없이 이어졌던 장마. 한입으로 내 기분에까지 비가 내린다는 말을 할 만큼 비는 내리고 또 내렸다. 쨍한 날이 없다는 것은 우리에 생활 리듬까지 축축하게 만들었다. 그해에 우리 시댁에 깨와 고추 농사는 어려움을 겪었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흐르는 뙤약볕이 있어야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대표 여름 농작물들에게는 야속한 비였다. 나는 유명한 해 바라기다. 다들 등지기 바쁜 날씨에도 피부가 어떻게 늙든 말든 한증막에 들어가는 아줌마 마냥 자외선 샤워를 한다. 작년에 작게나마 우리만에 텃밭 농사를 시작하면서 더욱 귀히 여기게 된 해의 소중함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해본다. 그리고 텃밭을 갈무리 할 때 월동이 어려운 채소들은 데려와 베란다 비닐하우스를 만들어준 반려인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이번 겨울, 유독 미세먼지와 눈 소식이 잦아서인지 청명한 하늘에 짙은 해가 뜬 날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쉽다. 겨울은 해가 높이 떠서 집 깊숙이 오랜시간 들어오고 그 해는 질 때에도 깊은 여명을 남긴다. 그것이 겨울 햇살이 주는 위로인데 그것이 부족하니 계절이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어제 밭에서 뽑아온 겨울 시금치와 배추, 독에 켜켜이 쌓아 저장해둔 가을 무가 아직도 달디달다는 것. 이 또한 월동이 가능한 작물들에 매력이다. 이 모든 생물이 잘 된 덕에 3할은 땅이고 3할은 물이고 3할은 해가 차지 하고 있지 않을까. 여백 없이 안온한 색으로 꽉 채워진 그림들이 한권에 화집을 감상한듯 나를 둥실둥실 날아오르게 했고 그 기분은 좀처럼 내려앉질 않는다. 오랜만에 만나는 #노석미작가님 에 그림책이기에 기대가 컸지만 #먹이는간소하게 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님의 짓고 거두어 먹는 생활에 한 귀퉁이를 보며 먹거리에 대한 진심을 엿보았기에 이 책이 더 따스히 느껴지고 해님이 보내는 아침인사에 초보 농사꾼인 나도 소리 높여 응답할 수 있을 거 같다. #굿모닝해님 !!!!!!!! 고맙습니다 #창비 #창비그림책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