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희 청소기
김보라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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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호수는 학원에 안다녀요? 그러다 꼴찌하면 어떡해요? 숙제는 왜 안내줘요? 진짜 학습지도 안해요?”가깝게 지내는 동네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나는 위로랍시고 이런 말을 건낸다. “대신 호수는 무섭고 잔소리가 많은 엄마를 가졌어. 난 공부랑 숙제도 없고 유투브도 못보게 하는 엄마거든...!!!!”

나는 사실 그 아이들에 부모가 어떤 교육관을 가졌는지는 잘 모른다. 부모를 안다고 한들 달라질 것은 없지만 나는 그들에 말을 다 거들 순 없고 들어줄 뿐이다. 작년 겨울방학이 시작될 쯤의 곧 방학이라 신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방학이 더 싫어요. 왠줄 알아요? 숙제가 더 많거든요. 특강도 있고 해서 오히려 학원이 늘어나는 기분이에요. 학교 안가는 시간만큼 집에서 해야해요.“ 라는 답변은 당혹스러웠지만 그 또한 사랑이란 범주 속 행위라는 것 또한 이해가 되기에 나는 위와 같은 위로를 날려보냈고 아이는 활짝 웃었다. 실제로 그것이 팩트이기도 하다.

노는 것에 진심이지만 시끄럽고 잔소리의 빈도는 높은 엄마랑 사는 호수라고 다르지 않다. 중요도와 온도차는 있겠지만 부모란 모름지기 각기 다른면에서 통제와 규율을 알려줄 수 밖에 없고 그게 어떤 뿌리에서 시작 되었든(걱정, 근심, 바램, 희망) 아이들에겐 모두 잔소리로 퉁쳐질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들에 최대의 적은 가장 가까운 나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가장 큰 선물은 자유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짜둔 계획 틈사이로 내가 원하는 것을 끼워넣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나만을 위해 꾸리는 시간들에 절실함을 헤아리는 마음에서 탄생된 책이 #조용희청소기 아닐까 싶다. 짜맞춰진 틀 안에서 생활소음마저 음소거 하고 내게 집중하고 싶은 아이들에 마음을 대변하는 책을 통해 계획과 규칙이 부모의 조바심은 아닌지 점검해보고 아이가 스스로 운용할 수 있는 주도권을 내어주는 시도를 한번은 해보아야겠다 #창비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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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아동문고 329
안미란 지음, 유시연 그림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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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나는 도시를 떠나서 살아본 적이 없는 도시인이다. 자연인 비슷하게 살아보려고 흉내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아파트에 편리함과 도시의 가속이 깊숙하게 밴 도시인이 맞다. 어떤 면에선 우상향 되고자 끙끙대기도 했다가 어떤 날엔 이만큼 사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며 적당한 위태로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젠 아슬아슬한 현실에 멀미를 적당히 즐기게 된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내가 도시인으로써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의 만족에 그치지 않고 타인의 평안에도 기웃대기 시작했다. #그냥씨 처럼 말이다.


같이 뜻을 도모하는 활동가들 끼리는 가끔 공동체와 연대라는 단어가 갖는 모순이 얼마나 지긋지긋한가로 넋두리를 하곤 하지만 이웃간에 연결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뜨겁게 느끼고 있기에 이웃을 만나고 귀 기울이는 일을 이어갈 수 있는 거 같다. 이 책을 계기로 외면할 수 없어서 기여하게 되어버린 #그냥씨 와 같은 사람들에 이야기에도 귀기울여보면 좋겠다. 


더이상 남쪽으로 날아가지 않아도 텃새가 되어버린 철새들, 터전을 옮기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없는수많은 개체들과 멸종으로 가는 급행기차에 강제 탑승한 생명들은 인간의 위선과 안일함에 증거이다. 그럼에도 도를 넘은 어리석음은 되려 속도를 내고 있고 지금 우리가 도착해있는 현실이 속에 실랄하게 담겨있다. 책이 던지는 주제에 무게만 따지고 보면 무겁고 무겁지만 그것을 어떻게 어린이들에 시선에 맞춰 들려줄지 작가는 무수한 시간 고민했을 것이고, 아마 책이 나온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듣고보면 낙담부터 하게 될만한 거대한 사회적 이슈를 속에 녹여내는 것까지 얼마나 오랜 고찰과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을지, 꼭지마다의 주제를 효과적이고 재치있게 전달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덕지덕지 엿보인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도시로 흡수된 동물들이 어디에 터를 잡고 어떻게 생을 영위하는지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그냥씨의동물직업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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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춘기 -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74
오늘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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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등교하는 길목에 서서 한참 동안 아이들을 관찰해본다. 여러 특징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소리내어 하는 인사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유독 눈에 띄는 한두명이 아니면 분명히 아는 사이임에도 대충 인사를 하거나 못본척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나는 그 마음에 본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번은 그 부분에 대해 우리집 아이에게 물었다. “00는 너랑 1학년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왜 서로 인사를 안해?” “몰라, 내가 몇번 했는데 걔가 안받아줘서 나도 이제 안해. 이유는 모르겠는데 같은 반이 아니면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 나는 아이들 마음에 여러가지 사연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해 있는 마음들. 그리고 마스크과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는 생활에 익숙해져 유대가 형성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친구란 그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정도의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공감과 소통에 상호작용이 끊어져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변곡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속이라는 것은 확실한 동기가 필요한데 굳이 억지로 이어 붙여야 할 이유가 없을수도 있다. 친구가 아니라도 놀거리는 넘치고, 관계가 어그러져도 엉킨 매듭을 푸는 노력보단 어른의 개입과 도움을 이용해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 여기서 효과란 모호한 결말을 위해 감정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교우관계뿐 아니라 가족간에도 지시와 부탁을 진짜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는 같다. 부모와 있는 것들을 유투브 법륜스님께 배운다는 청소년을 만났었다. 그는 불필요한 감정노동 없이 필요한 지혜만 배울 있어 합리적이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앞서 살아본 선배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에 부모와의 냉담을 어떻게 풀어갈지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춘기의 치기 어린 반항으로만 치부하는 부모를 거부하게 되었다는 결론은 안타까움을 넘어 고통을 수반한 슬픔으로 밀려왔다. 사춘기라는 고독한 시기에 퐁당 빠진 아이들이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답을 찾기보다 현재의 나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모색하고 탐구한다면 조금 희망적인 미래가 앞에 와있을거라고 말해주는 #나혼자사춘기 보며 법륜스님이 부모를 대신해준다 말하던 친구를 떠올려 보았다 #문지아이들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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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레스토랑
조영글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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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죽순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 초당옥수수와 완두콩을 먹으며 초여름이 왔고 곧 다가올 장마에는 비가 얼마나 내릴까 궁금해한다. 살구랑 산딸기도 잠깐 얼굴을 비추는 초여름 과일이다.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본격적으로 여름 과일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냉동을 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해두었다 계절이 지난 다음에 먹기도 하고, 비닐하우스 농사가 발달되어 계절에 관계 없이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지만 절기에 맞춰 요리해서 먹는 제철 음식을 따라갈 순 없다. 겨울에는 오이가 씁쓸한 맛을 낸다. 반대로 여름에는 무가 쓴맛을 낸다. 봄에 수확한 토마토와 감자는 수분감도 없고 맛이 없지만 값은 비싸다. 그럴 땐 몇달 뒤의 햇출하를 기다린다. 땅에서 저장고를 거치지 않고 내 도마위에 오른 싱싱한 채소를 만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짙게 느낀다. 


작년 말복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라디오에서도 SNS에서도 말복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했다. 신기하리만큼 정확하게 밤에 부는 바람의 온도가 달라졌다고 말이다. 그랬다. 매년 입추엔 아직도 이렇게 더운데 입추라니! 경악하지만 말복엔 이제 정말 여름이 떠나가나 싶은 아쉬움이 서린다. 어릴 때 대나무 돗자리에 누워 덥다덥다 하고 있으면 할머니는 부채로 바람을 만들어주며 “말복만 지나면 시원해져”하셨다. 할머니가 말한 때가 오면 영락없이 바람이 얼음을 머금은듯 선선해졌다. 추석때까진 해가 힘을 내어 곡실을 영글게 해야하니 쨍쨍하지만 밤바람은 벼가 익어가는 논에서 피어나는 반딧불이를 기다리게 한다. 바람에 찹찹함이 느껴지는 그즈음에 가로등 없는 논에 가면 벼 이삭 사이에서 꽃처럼 번지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지구레스토랑 점차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사계절의 맛을 전한다. 지구라는 땅에서 나는 아름다운 식재료를 소재로 계절에 풍경을 음식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우리가 지구에 선명한 색채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있을지 생각해본다. 우주에 떠있는 행성중에 가장 다채로운 온도와 색감을 지구라는 별에 살게된 인간은 얼마나 혜택받은 자들인지 외계인에 마음을 빌려 들려주는 책에서 우리가 아끼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는 의심없이 누렸던 자연 현상에 변화와 소멸을 지나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미디어창비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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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Y GATOR 1 : 너를 만나서 행복해 BUDDY GATOR 1
차우 혼 램 지음, 김현수 옮김 / 서스테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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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먹은 접시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테이블은 오후2시가 넘도록 그 상태이지만 해내야만 하는 일들을 해야한다. 일상이 분주할수록 책은 간결하고 단순한 내용이 좋다. 포춘쿠키를 열어보듯, 초콜렛 한알을 살살 녹여 먹는 기분으로 펼쳐볼 수 있는 책은 꽤나 힘이 된다. 머리가 복잡할 때도 그렇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도 그렇다. 내 주위에 급하고 쫓기듯 사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건낼 것 같다.

낯선이에게 털어놓는 것이 되려 후련한 것처럼, 아마도 랜선 인연에게 받는 위로도 비슷한 온도가 아닐까 싶다. 만난적도 없고 접점도 없는 사이이지만 마치 닿아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은 유형의 것들로 증명할 순 없어도 우리는 분명 교감을 나눈다. 나는 #너를만나서행복해 속 버디게이터의 문장에 핵심은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한 거리감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 미지근한 온도 속에서도 완벽히 내 편임을 확인 받고 싶은 욕심이 우리가 갖는 외로움에 본질일텐데, 두가지에 조금 동떨어진 마음을 고루 만져준다. 간결하게 이어지는 한문장 대화에서 이제까지 와는 다른 종류에 힐링 지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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