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레스토랑
조영글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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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죽순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한다. 초당옥수수와 완두콩을 먹으며 초여름이 왔고 곧 다가올 장마에는 비가 얼마나 내릴까 궁금해한다. 살구랑 산딸기도 잠깐 얼굴을 비추는 초여름 과일이다.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본격적으로 여름 과일들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냉동을 하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저장해두었다 계절이 지난 다음에 먹기도 하고, 비닐하우스 농사가 발달되어 계절에 관계 없이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지만 절기에 맞춰 요리해서 먹는 제철 음식을 따라갈 순 없다. 겨울에는 오이가 씁쓸한 맛을 낸다. 반대로 여름에는 무가 쓴맛을 낸다. 봄에 수확한 토마토와 감자는 수분감도 없고 맛이 없지만 값은 비싸다. 그럴 땐 몇달 뒤의 햇출하를 기다린다. 땅에서 저장고를 거치지 않고 내 도마위에 오른 싱싱한 채소를 만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짙게 느낀다. 


작년 말복 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라디오에서도 SNS에서도 말복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같은 말을 했다. 신기하리만큼 정확하게 밤에 부는 바람의 온도가 달라졌다고 말이다. 그랬다. 매년 입추엔 아직도 이렇게 더운데 입추라니! 경악하지만 말복엔 이제 정말 여름이 떠나가나 싶은 아쉬움이 서린다. 어릴 때 대나무 돗자리에 누워 덥다덥다 하고 있으면 할머니는 부채로 바람을 만들어주며 “말복만 지나면 시원해져”하셨다. 할머니가 말한 때가 오면 영락없이 바람이 얼음을 머금은듯 선선해졌다. 추석때까진 해가 힘을 내어 곡실을 영글게 해야하니 쨍쨍하지만 밤바람은 벼가 익어가는 논에서 피어나는 반딧불이를 기다리게 한다. 바람에 찹찹함이 느껴지는 그즈음에 가로등 없는 논에 가면 벼 이삭 사이에서 꽃처럼 번지는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 


#지구레스토랑 점차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사계절의 맛을 전한다. 지구라는 땅에서 나는 아름다운 식재료를 소재로 계절에 풍경을 음식으로 담아낸다. 그리고 우리가 지구에 선명한 색채를 지켜내기 위해 무엇을 있을지 생각해본다. 우주에 떠있는 행성중에 가장 다채로운 온도와 색감을 지구라는 별에 살게된 인간은 얼마나 혜택받은 자들인지 외계인에 마음을 빌려 들려주는 책에서 우리가 아끼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는 의심없이 누렸던 자연 현상에 변화와 소멸을 지나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래본다 #미디어창비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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