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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사춘기 - 제19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74
오늘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6월
평점 :
종종 등교하는 길목에 서서 한참 동안 아이들을 관찰해본다. 여러 특징 중에 하나는 아이들이 소리내어 하는 인사에 인색하다는 것이다. 유독 눈에 띄는 한두명이 아니면 분명히 아는 사이임에도 대충 인사를 하거나 못본척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나는 그 마음에 본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번은 그 부분에 대해 우리집 아이에게 물었다. “00는 너랑 1학년때 같은 반 친구였는데 왜 서로 인사를 안해?” “몰라, 내가 몇번 했는데 걔가 안받아줘서 나도 이제 안해. 이유는 모르겠는데 같은 반이 아니면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지” 나는 아이들 마음에 여러가지 사연이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해 있는 마음들. 그리고 마스크과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는 생활에 익숙해져 유대가 형성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친구란 그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정도의 관계로 설정되어 있는것일지도 모른다.
공감과 소통에 상호작용이 끊어져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변곡점이 필요하다. 하지만 결속이라는 것은 확실한 동기가 필요한데 굳이 억지로 이어 붙여야 할 이유가 없을수도 있다. 친구가 아니라도 놀거리는 넘치고, 관계가 어그러져도 엉킨 매듭을 푸는 노력보단 어른의 개입과 도움을 이용해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훨씬 빠르고 효과적이다. 여기서 효과란 모호한 결말을 위해 감정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교우관계뿐 아니라 가족간에도 지시와 부탁을 뺀 진짜 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는 것 같다. 부모와 할 수 있는 것들을 유투브 속 법륜스님께 배운다는 청소년을 만났었다. 그는 불필요한 감정노동 없이 필요한 지혜만 배울 수 있어 합리적이라고 했다. 어떤 식으로든 앞서 살아본 선배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유추해 보았을 때에 부모와의 냉담을 어떻게 풀어갈지 치열하게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춘기의 치기 어린 반항으로만 치부하는 부모를 거부하게 되었다는 결론은 안타까움을 넘어 고통을 수반한 슬픔으로 밀려왔다. 사춘기라는 고독한 시기에 퐁당 빠진 아이들이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답을 찾기보다 현재의 나를 둘러싼 관계 속에서 모색하고 탐구한다면 조금 더 희망적인 미래가 내 앞에 와있을거라고 말해주는 #나혼자사춘기 를 보며 법륜스님이 부모를 대신해준다 말하던 친구를 떠올려 보았다 #문지아이들 #호수네책 #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