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반올림 29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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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말 저녁, 가족관계증명서를 챙겨야 아이는 아빠에게 발급을 부탁했고 아빠는 주말이라 안된다고 했다. 아이는 월요일에 당장 필요한 것인데 어떡하냐고 되받아쳤다. 그리고 말 끝에 “돈이면 안되는게 있어? 어서 해 줘”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얼어 버렸다. 물론 아이는 가족관계증명서를 돈을 내면 살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지만 문장에 텍스트만 보면 그 뜻이 아닌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것이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요즘 아이들에 경제관념이자 자본을 대하는 태도라 느껴졌다. 직접 돈을 만져볼 일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계산을 하면서 품목별 금액이 얼마인지 알려고 들지 않는다. 부모의 카드로 결제를 하면 되니 굳이 모자라는 돈을 계산하며 들었다 놓았다 하는 고민에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아이를 어떻게 성교육 할 것인가? 고민을 하던 차에 부모 성교육에 다녀왔다. 강사님은 연령별 성교육이 다른데 돈의 개념과 물가를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는 연령의 아이들에게는 기저귀 가격과 분유 가격을 먼저 묻는다고 하셨다. 질문은 현실적 책임에 대한 부분인데 상당수 아이들에게 돌아오는 답변도 위의 가족관계증명서 사례처럼 비현실적인 답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령 갓난 아이를 키우는데 한달에 100만원이 필요한다고 가정 했을 때 “학원 하나 그만두면 되지 않을까요?” 와 같은 대답처럼 말이다.

소비에 고심이란 단계가 생략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경쟁하듯 사고 그 사람의 몸에 닿아있는 물건 금액으로 부의 척도가 매겨진다. 부유함이 나를 바로 세우는 힘이 되는 것과 사치를 하는 것은 개념이 다르지만 요지는 검소함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매체에서 넓은 집, 좋은 가구, 고가의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만 노출되니 그것을 갖고 있지 못한 사람은 현대인 적격심사에서 낙방한 것 같은 좌절감을 겪게 된다. 나는 그것이 소비조장에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사고싶지않을권리가있다 라는 책을 되도록 많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쌓이는 물건을 보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소유하려 하는지 나를 잘 모르겠는 사람들에게도 건네고 싶다. 이 책을 탐독한 다음 내려놓음과 동시에 물건으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될 방법이 무엇인지 찾는 고민에 빠진다면 더 없이 좋겠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부디 절친한 친구의 SNS속 명품백이 불행 요소가 아니길 바래본다 #바람의아이들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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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소년 물장수 탐 청소년 문학 33
박윤우 지음 / 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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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근로자들에 노동의 가치를 삥땅쳐서 얻는게 뭘까? 묵묵하고 성실히 일하다보면 볕 들 날이 온다는건 전래동화에서나 마주할 수 있는 기적이 되어버렸다. 최대한 내 이익을 챙기고 역량은 절반 정도만 써야 한다는 말이 괜히 떠도는 것이 아니다. 역량의 전부를 쓰나 반을 쓰나 월급은 늘 같은 자리인데 기량을 다하면 내 몫의 일만 더 과중되니 저울질 하게 된 것이다. 착실하게 일을 해도 인정받지 못하고 더더더 얼마나 더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보석수저를 쥐고 나온 또래에게 느끼는 박탈감까지 더해진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꿋꿋하게 노를 젓는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달려라소년물장수 를 읽는 것으로 대신한다. 착취와 열정페이를 합당한 것으로 강요받으며 역경을 헤쳐온 선배들에 이야기에서 희망을 찾아본다. 이성의 힘만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자못 빡빡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 싶게 하는 책을 만났다 #토토북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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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보여 줘 봄볕 청소년 12
유타 뉨피우스 지음, 김영진 옮김 / 봄볕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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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에도 머리카락을 굳이 풀고 견디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한데 그것이 예뻐보인다니 어쩔 도리가 없다. 회유책을 써봐도 먹히질 않는다. 아침에 곱단히 묵고간 머리가 하교할 땐 늘 풀려 있다. 한바퀴 휘리릭 돌았을 때에 펄럭이거나 교복을 연상케 하는 치마이면 좋겠다는 구체적인 요구는 방어할 틈도 없이 날아들고, 어떤 날은 친구가 입은 원피스를 묘사하며 그런 것을 구해달라고도 억지를 부리기도 하지만 모름지기 대부분 사람이 갖고 있는 본능적 욕구라는 생각으로 마무리 한다. 그리곤 떠올려본다. 평생 나를 에두르고 있는 직각 어깨와 튜브를 낀듯한 옆구리에 장대한 기골을 얼마나 미워했던가. 나도 이럴진데 하물며 아이가 내면을 들여다 보는건 더욱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매체라는 것이 그렇다. 나는 의도적으로 회피하려 하지만 아이는 수많은 경로를 통해 유행이라 불리우는 것을 습득하고 미적 기준을 확립한다. 흔들리고 흔들리고 또 흔들릴 것이다. 화장으로 가려보기도 할테고, 어쩌면 엄마인 나를 원망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디 중심을 잘 찾아가길 바란다. 뿌리가 흔들리면 유혹에 손을 덥석 잡아버리게 되니 말이다. 마음에 내막이 얇아지면 귀도 함께 펄럭대기 마련이다. 사탕발림이나 호의를 가장한 꾀임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나를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책을 만났다 #봄볕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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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도르르 마법 병원 밤이랑 달이랑 6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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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수가 친구들과 시나모롤을 해부하고 수술하고 진료하면서 놀거든요. 새 필통인데 저래도 되나 싶어서 말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되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하게 놀아서 저도 가끔 뭐라고 하는지 귀기울이게 돼요. 괜찮으시죠?“ 2학기 상담에 꼬마의 담임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집에서도 인형 친구들 불러 앉혀놓고 하는 역할극은 빠질 수 없는 최애 놀이라 나는 그 장면이 선하다. 특히 의사가 되어도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하나 추가되면서 유독 심취해 있다고 느꼈는데 시나모롤 목이 잘려 있는 것에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덩달아 웃게 되었다. 아이방 바닥에 뒹굴고 있는 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고 말이다.

선하게 그려지는 장면마다 아이들에 성장이 느껴진다. 대화를 하는듯 보이지만 사실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모두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쌍방향 대화가 아님에도 놀이가 연속되는 걸 보면 무언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거 같기도 하다. 다음 단계는 상대의 말을 듣는 단계다. 단, 듣지만 수용하긴 어렵다. 자신에 의견에 타당함을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잡음이 생기면 못이기는 척 상대를 따라주지만 이게 맞나? 갸우뚱 하는 시간을 거친다. 그 다음은 조율이다. 내 말도 하고 너의 말도 듣는다. 삼자의 말도 귀 기울인다. 그리고 결론 비슷한 것을 마련하는데 완벽한 수평이 되진 않는다. 약간 기울기도 하지만 그정도의 손해는 참아보기로 한다. 아이들에 시간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시간들을 다 관망할 수 있는 관객이 될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고 결속한다. 주인공 #밤이 와 #달이 도 이전에 다섯편보다 더욱 달콤해졌고 사려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릴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다.

호수는 노인경 작가님을 <아니요군 엄마>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단박에 표지만보고도 아니요군 엄마의 책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했다. ‘어긋난 듯 통하는 아이들의 대화와 쉽지만 마음에 스며드는 그림을 담으려 노력합니다’ 라는 작가님이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적으신 글귀가 그대로 투영된 작품들은 늘 한결 같이 배려심이 넘치고 포근하다. 엉뚱해보이지만 세상을 담은 지혜가 아이들 말 속에 살아있다는 걸 잘 표현해낸 #밤이랑달이 시리즈는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버린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오늘은 세찬 바람이 불었고, 내일은 폭우가 내려 흔들린다 해도 해가 나면 또 곧추설 어여쁜 마음들에 송알송알 열매를 맺히는 소리가 들리는 책 두권을 만났다. #훌훌도르르마법병원 #꽁꽁사르르비밀의방 #문학동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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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사르르 비밀의 밤 밤이랑 달이랑 7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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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수가 친구들과 시나모롤을 해부하고 수술하고 진료하면서 놀거든요. 새 필통인데 저래도 되나 싶어서 말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되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하게 놀아서 저도 가끔 뭐라고 하는지 귀기울이게 돼요. 괜찮으시죠?“ 2학기 상담에 꼬마의 담임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집에서도 인형 친구들 불러 앉혀놓고 하는 역할극은 빠질 수 없는 최애 놀이라 나는 그 장면이 선하다. 특히 의사가 되어도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하나 추가되면서 유독 심취해 있다고 느꼈는데 시나모롤 목이 잘려 있는 것에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덩달아 웃게 되었다. 아이방 바닥에 뒹굴고 있는 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고 말이다.

선하게 그려지는 장면마다 아이들에 성장이 느껴진다. 대화를 하는듯 보이지만 사실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모두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쌍방향 대화가 아님에도 놀이가 연속되는 걸 보면 무언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거 같기도 하다. 다음 단계는 상대의 말을 듣는 단계다. 단, 듣지만 수용하긴 어렵다. 자신에 의견에 타당함을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잡음이 생기면 못이기는 척 상대를 따라주지만 이게 맞나? 갸우뚱 하는 시간을 거친다. 그 다음은 조율이다. 내 말도 하고 너의 말도 듣는다. 삼자의 말도 귀 기울인다. 그리고 결론 비슷한 것을 마련하는데 완벽한 수평이 되진 않는다. 약간 기울기도 하지만 그정도의 손해는 참아보기로 한다. 아이들에 시간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시간들을 다 관망할 수 있는 관객이 될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고 결속한다. 주인공 #밤이 와 #달이 도 이전에 다섯편보다 더욱 달콤해졌고 사려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릴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다.

호수는 노인경 작가님을 <아니요군 엄마>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단박에 표지만보고도 아니요군 엄마의 책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했다. ‘어긋난 듯 통하는 아이들의 대화와 쉽지만 마음에 스며드는 그림을 담으려 노력합니다’ 라는 작가님이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적으신 글귀가 그대로 투영된 작품들은 늘 한결 같이 배려심이 넘치고 포근하다. 엉뚱해보이지만 세상을 담은 지혜가 아이들 말 속에 살아있다는 걸 잘 표현해낸 #밤이랑달이 시리즈는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버린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오늘은 세찬 바람이 불었고, 내일은 폭우가 내려 흔들린다 해도 해가 나면 또 곧추설 어여쁜 마음들에 송알송알 열매를 맺히는 소리가 들리는 책 두권을 만났다. #훌훌도르르마법병원 #꽁꽁사르르비밀의방 #문학동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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