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사르르 비밀의 밤 밤이랑 달이랑 7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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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수가 친구들과 시나모롤을 해부하고 수술하고 진료하면서 놀거든요. 새 필통인데 저래도 되나 싶어서 말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요. 되려 아이들이 정말 재미있고 기발하게 놀아서 저도 가끔 뭐라고 하는지 귀기울이게 돼요. 괜찮으시죠?“ 2학기 상담에 꼬마의 담임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시는데 집에서도 인형 친구들 불러 앉혀놓고 하는 역할극은 빠질 수 없는 최애 놀이라 나는 그 장면이 선하다. 특히 의사가 되어도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하나 추가되면서 유독 심취해 있다고 느꼈는데 시나모롤 목이 잘려 있는 것에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덩달아 웃게 되었다. 아이방 바닥에 뒹굴고 있는 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었고 말이다.

선하게 그려지는 장면마다 아이들에 성장이 느껴진다. 대화를 하는듯 보이지만 사실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모두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쌍방향 대화가 아님에도 놀이가 연속되는 걸 보면 무언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거 같기도 하다. 다음 단계는 상대의 말을 듣는 단계다. 단, 듣지만 수용하긴 어렵다. 자신에 의견에 타당함을 이야기한다. 그 와중에 잡음이 생기면 못이기는 척 상대를 따라주지만 이게 맞나? 갸우뚱 하는 시간을 거친다. 그 다음은 조율이다. 내 말도 하고 너의 말도 듣는다. 삼자의 말도 귀 기울인다. 그리고 결론 비슷한 것을 마련하는데 완벽한 수평이 되진 않는다. 약간 기울기도 하지만 그정도의 손해는 참아보기로 한다. 아이들에 시간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시간들을 다 관망할 수 있는 관객이 될 수 있음에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성장하고 결속한다. 주인공 #밤이 와 #달이 도 이전에 다섯편보다 더욱 달콤해졌고 사려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릴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다.

호수는 노인경 작가님을 <아니요군 엄마>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단박에 표지만보고도 아니요군 엄마의 책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고 했다. ‘어긋난 듯 통하는 아이들의 대화와 쉽지만 마음에 스며드는 그림을 담으려 노력합니다’ 라는 작가님이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적으신 글귀가 그대로 투영된 작품들은 늘 한결 같이 배려심이 넘치고 포근하다. 엉뚱해보이지만 세상을 담은 지혜가 아이들 말 속에 살아있다는 걸 잘 표현해낸 #밤이랑달이 시리즈는 빠른 속도에 익숙해져버린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오늘은 세찬 바람이 불었고, 내일은 폭우가 내려 흔들린다 해도 해가 나면 또 곧추설 어여쁜 마음들에 송알송알 열매를 맺히는 소리가 들리는 책 두권을 만났다. #훌훌도르르마법병원 #꽁꽁사르르비밀의방 #문학동네 #호수네그림책 #그림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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