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인간 이시후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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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벅참이었다면 호수에겐 버거움이었음을 철저히 차치했다. 나만큼 울지 않고 나만큼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서 온전하리라 믿어버려서는 안되는거였다. 첫 이별이었고, 첫 죽음이었고, 첫 아픔이었다. 모든게 처음이었고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감정도 처음이었다.
애미 된 자가 어떻게 그토록 말갛게 모른척을 했는지 내가 한심스러웠다. 매일 밤 아이는 불안에 휩싸였다. ‘엄마가 할아버지처럼 불치병을 얻게 되면 어쩌지? 산이 불타서 우리 집까지 태운다면? 아빠가 죽는다면? 에코가 안내견 시험에 떨어진다면?’ 식의 가정이 자신의 생각주머니를 잠식한다고 했다. 불러 들이지 않았는데 이미 도착해있었고 걷어내려 할수록 옥죄어왔다. 과부화가 오면 멀미가 난듯 속이 울렁거리고 매쓱거리고 배가 아팠다. 호수는 그렇게 매일 불안의 늪에 빨려 들어갔다. 울다 토하는지 괴로워 토하는지 섭식장애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냉동인간이시후 도 호수의 상념에 도화선을 당기는 책이었다. 책읽는 두어시간을 내리 울었다. “내가 뭐랬어. 내가 뭐랬어” 소리를 내며 엉엉 울었다. 나는 반대로 “그러게 뭣허러 봐 뭣허러 봐” 했다. 영원할 거 같았던 세계가 와장창 깨진 녀석에게 냉동인간은 영원을 다시 안겨줄 소재가 되리라 예상한거 같았다. 하지만 뜻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거니와 점점 더 기대했던 바와 다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자꾸만 자꾸만 슬퍼진거 같았다.

이 책은 냉동된 지 40년 만에 해동이 된 열두살 이시후의 다시 쓰는 삶을 조명하는 이야기니 말이다. 일일이 말로 다 꺼내어 놓진 않아도 호수는 무한한 것과 소중한 것 사이를 왕복하며 ‘지금 이 순간’을 세겼을 것이다. 시간을 역주행 하고 세월을 거스르는 것이 진정한 삶의 존속인가에 대해 되묻기도 했을테고 나는 #냉동인간이시후 를 덮으며 작년 한해 우리가 찍어온 마침표가 여러 의미에서 영원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새롭게 시작됐다. 불멸보다 중요한건 지금 이 순간의 삶이며, 그 삶을 어떻게 기록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요즘의 나를 마주하게 하는 책을 만났다#마지막레벨업 #윤영주작가 #어린이책추천 #어린이책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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