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요새 말이야. 나는 요즘 말이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좋아. 상상 같은 이야기보다 말이야. 그래서 #당근이세요 가 좋았어! 이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읽으면 위로가 돼. 우리와 꼭 닮은 이야기가 아니라도 말이야.” 호수의 짤막한 감상평과 김중미 작가님의 추천사가 이어진다. 낮지도 높지도 않은 톤에 덤덤한 이야기들이 내 등에 들쳐 업힌 보따리 속 가장 큰 돌멩이 하나 덜어준다. 누구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았다. 반항에 데굴 데굴 구르는 소년소녀가 등장 하지도 않았고 불운한 신파적 요소도 없으며 주인공을 동굴까지 밀어 넣는 명분이 될 만한 배경도 없다. 이 책이 누구에게나 가 닿을 수 있는 이유이자 이 책을 선택해야만 하는 구실이다. 우리는 크고 작게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무겁고 가벼운 숙제를 풀어가며 꼬닥 꼬닥 걸어가듯 산다. 급한 날은 잰걸음으로 어떤 날은 황새걸음으로! 당연하고 보통의 이치를 일정한 어조로 들려주는 이 책은 적당히 미지근한 보리차 같다. 괴로움과 그리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미련 속에서 나오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죄책과 자책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나 살자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거 같아 자처해 붙들려 있었던 것도 같다. 그래서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 끝장을 내자는 심산으로 기어서까지 바닥을 찾아 들어가는 스스로가 지겨웠던 참에 이 책을 만났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수고스럽게 일일이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외롭고 불안한 것을… 어지간히 볶아댔다.‘너 뭐 그리 특별나다고 유난이냐 나대지 말고 고요하게. 네게 주어진 일상을 받아 살라.’ 는 메아리가 울린다. ‘사연 없는 사람 없고 고생 안한 사람 찾을래면 없지.’ 그렇게 메아리를 돌려보낸다. 산 사람이 살아지는냥, 내일의 태양이 뜨는 냥, 고독하지만 흥겹게 외롭지만 다정하게. 넘 일을 넘 일 보듯하지 않고 살자고 다짐한다 #표명희 #창비 #당근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