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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평점 :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무절제한 소비에서 비롯되었다는 책임론과 더불어 인류세를 살고 있는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쓰지만 귀 기울여야 하는 이야기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자연에 대한 성찰을 담은 스무 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자연은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눈부신 경치로 나아가는 길이 되어,
자신의 고통을 버릴 용기를 지닌
사람을 인도한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듯, 바쁜 일상에 젖어 세상의 색이 변하는 계절을 마주한다. 이처럼 인간은 안타깝게도 영원의 가치를 지닌 체험이 한순간에 지나가버리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 미혹한 존재이다. 우리는 지난 3년간 유례없는 바이러스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유행 가능성이 시사되지만, 이미 경각심이 풀어진 이 시국이 위태롭게 느껴진다. 그리도 미운 코로나지만 그나마 긍정적이었던 부분은 자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했고, 숨 가쁘게 전력질주하던 이들에게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여행객으로 몸살을 앓던 바닷가와 수많은 여행지들도 잠시 숨통이 트이고 정화되는 시간을 가져 이제 서서히 일상을 회복하려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자연과 하나 된 삶의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는 내가 대자연을 마주하며 느낀 경이로운 순간들을 회상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만든 그 무엇도 이 세상에서 자연 그 자체를 뛰어넘은 아름다움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여행 애호가의 입장에서 가장 매료되는 여행지는 역사 유적지도 의미가 있지만 그 나라의 타고난 절경인 것 같다. 예전에 미서부 여행 때, 그랜드캐니언을 멍하니 바라보며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자연 그 자체가 세계 제일의 관광지로 손꼽히는 축복 받은 나라들은 미국 외에도 많다. 노르웨이의 피오르드와 폭포,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터키의 파묵칼레, 스위스의 마터호른, 그리고 캐나다에서 오로라 등등 자연이 뿜어내는 경이로운 장관을 마주하면서 느낀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범접할 수 없는 황홀하면서도 두려워지는 대자연의 절경 앞에 나는 지극히도 연약한 존재에 불과해 한없이 작아지던 기분 말이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지 않은 값없이 얻은 세계이기에 우리는 참 헤프게 사용하는 것 같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에 수록된 레이첼 카슨 외 여러 저자들의 자연에 대한 에세이에는 자연에 대한 저마다의 철학과 인생관이 녹아있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정신적 지주인 랠프 왈도 에머슨은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연으로부터 숭배의 교훈을 배우는 이다.'라고 했듯이 더 많은 이들이 자연은 우리의 무료 소비재가 아니라 경이로운 고마운 존재임을 잊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대지를 사랑하고, 저마다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시작으로 자연의 신음 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대자연에 기대어 자연의 유익에 감사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