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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작은미미 외 옮김 / 들녘 / 2022년 6월
평점 :
펀자브 여성의 과부를 상징하는 하얀 옷 속에 숨겨진 매운맛 이야기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여성의 욕망과 연대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영국으로 건너온 인도계 영국인 2세 니키는 모든 사람에게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며 펀자브 여성들을 도와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책으로 엮어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창의적인 글쓰기 수업을 개강한다. 그러나 정작 수업에 모인 학생들은 영어는 고사하고 대부분 글자조차 쓰지 못하는 과부들이었다. 니키의 수업은 순항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사람들을 타락시키지 않아요. 새로운 것을 경험할 기회를 줄 뿐이죠"
스토리텔링 수업은 과부들의 성적 판타지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에 대해서, 그리고 이민자 가족들의 삶의 면면을 보여준다. 영국이라는 땅에 희망을 안고 떠난 이민자 1세대, 그러나 런던에 미니어처 펀자브 왕국이 지어지며 인도와 별반 차이 없는 생활 속에 살아가는 보수적인 이민자 1세대와 영국인과 인도인의 경계에서 갈등하는 이민자 2세대의 갈등 구조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매결혼을 하려는 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니키는 과부들과의 스토리텔링 수업을 하며 그들의 삶의 변화를 목격하게 된다. 보수적인 전통 아래 살아온 과부들이 진정 그리워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애초부터 주어진 적 없는 것들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대의 힘을 알게 된 것이다.
남편한테는 아무것도 기대하면 안 된다고. 여자들이 그걸 빨리 깨달을수록 실망하는 일도 적어진다거나 만약 당신이 뭔가 원하는 게 있다면, 반드시 그게 부모나 시부모의 생각인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등 관계가 쌓여감에 따라 친구가 되어가는 연대의 과정은 따스한 감동을 일게 한다.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은 인간은 혼자일 때 보다 함께하는 공동체가 있을 때 더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신의 존재의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을 유쾌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초반보다 니키와 과부들의 관계가 형성되어가는 중반부에 돌입하면서 점점 더 재밌게 읽혔다. 곧 영화화된다고 하니 나중에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귤 까먹으면서 보면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