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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압도적이면서도 호기심을 끄는 <마스 룸>의 카피 '나를 스토킹 한 남자를 죽였다' , 주인공 로미는 마스룸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싱글맘으로 스토커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는다. 작가 레이첼 쿠시너는 피해자가 한순간에 가해자가 된 이 상황을 짚으며 누가, 어떻게, 범죄에 휘말리고 교도소에 가게 되는지 파헤친다.
몇 달 동안 자신을 스토킹해 온 오십 대 남자가 이사 온 집까지 찾아내 쫓아와 사망에 이르게 한 죄를 지은 주인공 로미는 종신형에 추가로 6년을 구형 받는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지금껏 그녀가 겪어온 고통은 언급되지도 않는다. 단지, 배심원에게는 스트리퍼라는 직업으로 도덕적인 의심을 받는 여자가 베트남 참전으로 불구가 된 남자를 죽였다는 사실과 현장에 아이가 있었다는 이유로 아동 위해 혐의를 추가시켰을 뿐이다. 그 아이가 주인공의 아들이고, 그들을 위험에 빠뜨린 것이 피해자로 바뀐 스토킹범이라는 사실마저 왜곡된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이유 없이 꼬이기 마련이라는 것을 저자는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외에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죄를 짓고 교도소에 들어온다. 마약중독자 어머니에게 학대당하다 자신도 같은 처지가 되어 교도소를 밥 먹듯이 드나드는 새미, 상습 사기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코넌, 중국인 유학생ㅇ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미성년자 버튼, 자기 아이를 학대하고 사망하게 한 로라까지. 그러나 이들에게도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어린 시절의 불우한 가정환경이다.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러나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급급한 이들에게 법과 윤리를 생각할 여유가 있을까. 소외된 계층의 혼돈의 삶 속에서 기회를 주기는커녕 그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을 외면하는 사회, 스토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으나 철창 속에서 교도관들의 감시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감당해야 하는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를 보여준다. 녹록지 않은 삶일지라도 순식간에 무너지며, 자신의 삶과 일상이 소중했음을 깨닫고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을 자책하는 로미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으로 <마스 룸>을 읽는 또 다른 묘미는 문단의 마지막 문장에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문장만 읽어 보는 것도 마스 룸의 또 다른 매력이 될 것이다.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문장의 호흡이 매우 빨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