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 학력도 스펙도 나이도 필요없는 신왕국의 코어소리영어
신왕국 지음 / 다산4.0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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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살면서 과연 단 한번도 영어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대한민국건립이후,
1950-6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나의 부모세대도.
1980-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내 세대도.
21세기에 학창시절을 보낸 요즘 젊은 세대도.
변함없는 고민 영어. 
대학을 졸업한지 이미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 역시 영어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영어교재가 가장 잘 팔린다는 속설이 있을만큼 수많은 영어교재와 그에 따른 공부방법이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름도 참 특이하다. 신왕국. ㅋㅋ 그럼 New kingdom 인가?
그는 10대에 복싱을 했고, 프로복서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일련의 사고로 고교를 중퇴하고 어느 날 영어에 몰입한다.
그러면서 책 제목처럼 정말 영어권 영화를 잘근잘근 씹어서 본다. ^^

 

이 책을 읽고나니 <쿵푸 팬더>가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살짝 우리의 포~와 함께 한 컷! ^^
난 <쿵푸 팬더>를 한번 씹어먹어 볼까나?

 



뭐든 몰입은 무섭다.
내 인생에도 한번은 있었던 거 같다. ㅋ

저자가 추천하는 영어공부방법은 듣기. 그것도 영화를 활용한 듣기 훈련이다.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담아내면서 영화를 활용해서 어떻게 영어듣기와 말하기 훈련 나아가서는 쓰기 훈련까지 능숙하게 만드는가 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서술적으로 풀어놓으면 '그런 책 이미 많잖아?'라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저자의 특징은 좀더 쉽게 접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무겁지 않게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물론 너무 가볍지도 않다.

나 역시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일본어라고는 '오하이요 고자이마스.'밖에 모르고 갔다. 처음 어학원에 들어가서 레벨테스트를 보는데 듣기 시험에서 '토리니쿠'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이게 뭔가.... 했다. 그래서 같이 레벨테스트를 받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나를 좀 한심하게 바라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난 그때 절실함이 있었다.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유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셨던 아부지에게 5개월안에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하겠다고 했기때문이다. 
그때 난 정말 절실했다. 학교에 입학하려면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해야했다. 
매일 기숙사에서 가장 늦게 잤고, 가장 먼저 일어나서 학원에 왔다.
같은 반 클래스에 회사에서 보내준 어학연수로 오신 대기업 L사 부장아저씨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리 아부지 나이정도였다.
아저씨는 매일 매일 아침 일찍 학원에 나가서 공부하고 있는 내가 기특했나보더라. 
아침에 사과도 사다주시고, 김치도 가져다 주시고 그랬다. ^^
암튼 그때의 절실함으로 도쿄에 간 지 3개월만에 귀가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한 영어듣기 훈련에 완전 1000% 공감한다.
우선 들려야 말이 나온다. 
결국 난 5개월만에 일본어능력시험 1급을 취득했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절실했던 시기였지 않았나.. 싶다. ^^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과거의 나를 보았고, 현재의 나를 반성했다.
나 역시 그러한 절실함이 있었기에 일본어는 능숙해졌지만, 영어는 아직까지 절실함이 없는 거 같다.
그저 즐기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언어뿐만 아니라 뭔가 하나 목표를 두고 마스터하고자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절실함이다. 절실함이 있으면 확실히 어느 정도 원하는 만큼 성취할 수 있다.
이 책은 아~~ 나는 그 이후 어떤 절실함을 가지고 살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 준다.

내가 과거 어학공부를 할때와 지금은 너무도 환경이 다르다.
그러니 편리하고 상세한 어플, 인터넷 사이트, 교재들이 넘쳐난다.
그다지 큰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가장 많이 지불해야 할 것은 자신의 노력과 인내, 그리고 절실함(?)
(절실함이라고 자꾸 적으니 요즘 떠오르는 김생민이 생각남. ^^;)
근데 생각해 보면 원래 절실함이라는 단어는 늘 존재했는데 김생민이 최근 매체에서 강조함으로 인해 내 머리 속에 각인되었다. 영어도 이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내 머리에 내 몸에 각인되게 하는 방법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 나온 어학공부에 대한 방법 중 대부분은 내가 아는, 이미 익숙해진 내용이었지만,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된 어학공부용 자료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다시 나에게 영어공부에 흥미를 불어넣어 슬슬 발동시켜주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마지막 한 문장. 상당히 공감가고 평소 나 역시도 주위 젊은 친구들에게 하는 말.
"영어를 도구로 널리 뻗어나가세요."
그래, 영어는 도구다.
내가 무언가를 하기 위한 도구다. 그러니 제발 영어성적을 올리는 것에만 연연하지말았으면 좋겠다.
영어는 도구이지 당신의 최종목적이 아니니까.

책을 읽고나니 영어공부용 CD를 구입해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든다. ^^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중언부언이 좀 많다.
저자의 극적인 인생과 영어를 공부하게 된 절실함은 알겠지만 자신의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가 쳅터마다 수차례 반복되어 나온다. 물론 강조하기 위해 그랬겠지만, 너무 자주 강조하면 독자에게 공감이 아닌 반감을 일으킬 수도 있을 듯.  

*이 글은 다산북스의 서평단 '나나흰'으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서평이 언제나 그러하듯 책을 제공받았다고해서 무조건 장점만을 쓰지는 않는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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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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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름을 본 순간 블로그 이웃님 룰루님이 생각났다.
룰루님은 완전 조카바보인 고모인데 그 조카이름이 예담이다. 그래서 단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나까지 기억한다는... ^^;

우좌지간 이제 슬슬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런 저런 마감할 일들이 많은데
왜 이리 읽고 싶은 책들은 많은 건지... 아~ 괴롭다. --; (물론 그러면서 즐겁지만~ ^^)

이 책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는 작가 임경선이 교토의 이곳저곳을 마치 편안하게 산책하듯 쓴 에세이다.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워낙 주위 분들이 입에 침이 마르게 재밌는 책이라고 해서 읽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몽실북클럽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았다. 

최근 이런저런 일들로 지방에 갈 일이 많았는데 이 책은 이동하면서 읽기 아주 좋다.
부담스럽지않고 편안하며 머리 속에서 교토의 풍경이 그려지니 마음이 좀 편안해 졌다.

나 역시 일본의 이런저런 동네 중에 교토를 참 좋아한다. 
물론 나는 도쿄에서 살았었기에 간사이지방보다는 간토지방에 더 익숙하지만 
7-8년전부터 간사이지역에 절친이 생기면서 이 지역을 더 자주 다니게 되었고,
이 곳에 대해 더 잘 알아가기 시작했다.

저자 임경선은 학창시절을 일본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녀는 간사이와 간토지방을 어린 시절 다 경험해 보았고, 이 책의 참고문헌에서 보여주듯이 교토에 대해 참 다양한 서적을 탐독했다.
우리에게 편하게 읽히기에 그녀가 참 편하게 쓱쓱 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녀는 이 한권의 책을 내기위해 여러 다양한 조사를 하고 체험을 해 보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알려준 교토의 방식 가운데 가장 내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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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pp.122-123

무조건 많이 팔아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그 단단함. '세일' 즉 판매 가격을 낮추는 일이 없는 것도, 손쉽게 돈벌이만 추구하면 물건을 다루는 일의 깊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진짜배기 물건들은 제값을 하기 마련이며 모든 물건을 정당하게 제값 주고 사는 것이 결국에는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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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우리는 물건이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매일매일 생산되는 다양한 물건들은 세상 사람들이 전부 다 사용하기에 이제 그 양이 너무 많다. 
그렇게 박리다매로 생산된 물건들은 태어나서 사용되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건의 가치, 사람의 가치. 모든 것에는 그 가치가 있기 마련인데...
지나치게 자본주의가 팽배하면서 사람들은 돈, 돈, 돈만 쫓는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풍요로움일까?

이 책 『교토에 다녀왔습니다』는 교토라는 지역의 생활방식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진정한 풍요로움과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한다.

근데 솔직히 난 교토보다는 나라를 더 좋아한다.
교토에 비하면 나라는 더 조용하다. 그리고 어쩌면 살짝 더 고전적이다. 
그리고 고베의 이색적인 느낌도 좋다.
일찍부터 서구문물이 들어와 일본적 요소와 서구적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오묘한 매력을 드러내고 있는 고베.

아마도 간사이 지역은 상업이 번성한 오사카, 귀족적인 교토, 고대의 역사적 전통을 간직한 나라, 근대 서구문물의 흔적이 적절히 스며든 고베를 모두 가볼 수 있어서 더 좋은 관광지인가보다. ^^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같은 책을 읽었다.
몇 주후면 잠시 일본에 가야하는데... 언제나 일때문에 가기 때문에 그다지 여유롭게 그 지역을 음미할 틈이 없다. T.T

올 겨울에는 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가고 싶다. 교토~~~ 
이 책의 저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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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개와 같은 말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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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 때 시작한 문학독후 활동.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마음이 따뜻해진다기보다는 마음이 서늘해 지는 소설을 읽었다.
소설가 임현은 올해 제8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란다.
1983년생이니 이제 서른하고 다섯살 쯤 된 작가.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 같다.
그때 작가는 막 태어났을 정도일텐데 말이다.
물론 작가가 자신이 살아본 시절만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는 건 아니다.
그건 당연하다. (만일 그렇다면 역사소설은 어찌 나오겠는가)
하지만 대체적으로 많은 작가들은 자신이 살아 온 시대를 배경으로 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렇고, 최인호도 그렇고, 김연수도 김언수도 김애란도 그렇다.

작가 임현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살짝 자신의 나이보다 어른스럽게 산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임현의 첫 소설집이며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첫 소설집을 낸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으쌰~! 구데타마~~~ ㅋ

 

단편이다보니 아무래도 제일 처음 읽게되는 소설은 표지 제목으로 선정된 작품이 아닐까?
「그 개와 같은 말」
음... 작가는 분명히 이 문장을 통해 언어적 유희를 했을 것같다.
일명 멍멍이 같은 소리.
결코 긍정적인 뉘앙스는 아닌 그 말.
하지만 '와'라는 조사가 삽입되면서 뭔가 다른 뜻이라 느껴지게 한다.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는데 주인공 나는 연경이란 사람과 세주라는 사람과 사귄 적이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골자는 결코 연경에 대한 사랑도 세주에 대한 사랑도 아니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연경도 세주도 나도 소위 세상의 주류에서는 벗어난 소시민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현실.
계약직으로 기간제 교사를 하고 연거푸 임용고시에 탈락하는 세주.
 그런 세주가 바라 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
이미 오래 전에 헤어진 연경의 성향에 대한 묘사.
그리고 주인공 '나'가 어린 시절 길렀던 그 개.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이 길렀다기 보다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데려온 그 개.
그 개가 죽음의 순간에 놓여진 상황. 
이용되고 버려지는 인간세상같다.

-------------------
본문 중에서 p173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원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라면 나는 어떤 말로든 세주를 위로했어야 했는데 그때마다 내가 떠올린 것은 겨울에 죽은 그 개뿐이었다.
--------------------

열 편의 소설 속에 작가의 서술법은 대부분 처음 읽어서는 음... 뭔소리지? 하는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작한 이야기된 이야기는 다시 서서히 현재로 돌아온다.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한다.

특히 「고두」는....
왠지 요즘 시대에 보여주는 금수저, 흙수저 불변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서늘했다.

유쾌하게 깔깔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히 치밀한 구성과 묘사법을 사용했다.  슬슬 읽히지는 않지만 읽고나면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톡! 쏘는 와사비가 아니라 점점 매워져 서서히 얼얼함을 느끼게 하는 고추장과다.

* 이 책은 현대문학의 서평단 <문학독후>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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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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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쥘때마다 언제나 드는 건 제목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다.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 가슴 팍에 콱! 꽂혔다.
항상 내 인생이 싫은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나는 언젠가부터 내인생이 좋아졌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내 삶이 싫어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있다.

세사르 바예호는 페루의 시인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라틴아메리카.
(물론 스페인어 안에도 여러 방언들이 있어서 세사르 바예호는 그의 고향에서 사용하는 케추아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방언까지 번역한 번역가~ 와~ 정말 대단하다.

페루의 시인이라고 하면 우리는 아무래도 '파블로 네루다'를 생각하게 된다.
네루다는 파란의 세월을 견디며 제법 오래 살았고, 외교관을 지냈으며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했으니 우리가 네루다에 비해 바예호의 이름이 생소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바예호의 시집이 국내에 간행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같은 번역자에 의해 국내에 출간되었고 당시 제목은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였다.
1998년 우리는 IMF 금융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았기에 당시에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희망을 전하는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역시 책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이 책은 그후 20년만에 다시 추가되고 재편집되어 나온 바예호의 시집이다.
이번 시집의 제목 또한 지금 우리의 시대상을 반영한 듯하다.
IMF때보다 더 살기 힘든 시절이라 일컫는 요즘.
모두가 살기 힘든 것에 대해 이제는 알수 없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내세워 위로하기 보다는 오늘의 내 인생이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이제 불명확한 희망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루다가 엘리트코스를 밟았다면 바예호는 상당히 거칠고 힘든 소시민의 고난한 길을 걸었다.
1892년에 페루의 광산촌 산티아고 데 추코에서 태어나 고생 끝에 교사가 되었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112일동안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형, 어머니, 누나의 죽음을 보아야했던 그에게 죽음은 결코 먼 존재가 아니었다.  공산주의에 경도되어 소련을 방문했고 그러한 경력으로 프랑스에서 추방당하고, 스페인 내전때 시인이자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살해 당한 사건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결국 그의 마지막은 1938년 프랑스에서였다. 불과 46년의 삶이 참 고단했던 바예호.

이러한 지난했던 작가의 삶은 그의 시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언제나 죽음을 노래했지만 그 이면에는 삶에 대한 애착으로 죽음을 노래하고 있다.
자신이 소시민이었기에 힘든 서민들의 삶을 가감없이 그대로 표현 할 수 있었다.

그의 시집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들.

<거울 목소리> 중에서

인생은 그렇게 지나간다. 이상한 환상처럼.
엉겅퀴를 비추며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는 파란장미!
죽음을 싸는 천이라는 독단 옆에 자리잡은
선(善)과 이성(理性)의 궤변!

인생은 손에 닿는 것을 어쩌다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
향기가 날아긴다. 그들 중에 이끼 냄새가 있다.
죽은 환영의 메마른 사과가 날아가는 도중에
그 속에서 자라난 이끼.
 
<같은 이야기> 중에서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고생한다는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그에게 신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신을 믿기에 삶은 너무나 가혹했던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 중에서

마지막 사내의 말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아직 안 왔어."

이 구절은 시의 마지막 구절인데 참 공감이 갔다.
그래....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지. 난 아직 살아있으니...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중에서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중간생략)

나는 산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삶에는 나의 사랑하는 죽음이 있어야하고,
커피를 마시며 파리의 무성한 밤나무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해야 한다.
'이거와 저거는 눈, 저것과 이것은 이마...'
그리고 이렇게 되풀이 한다.
'그렇게 많은 날을 살아왔건만 곡조는 똑같다.'
'그렇게 많은 해를 지내왔건만, 늘, 항상, 언제나...'

이렇게 삶이 힘들고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그가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또 다른 시 <오늘 나는 기분좋게 행복하고 싶다>에서 볼 수 있다.

가을이라 그런가?
요즘 주변에 시를 읽는 분들이 늘어났다. 
역시 감성을 표현하기에 시 만한 도구가 없는 것 같다.

20년만에 다시 태어난 바예호의 시를 읽으니 다시한번 20세기초 격동의 세계사가 떠오른다.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벌였던 전쟁이었는지.
다툼이었는지.
과연 그 안에 승자와 패자는 있었는지.
모두가 상처뿐인 전쟁인데 인간은 왜 지금도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을까.  

* 이 글은 다산문고의 서평단 나나흰으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것입니다.

세사르바예호, 오늘처럼인생이싫었던날은, 다산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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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 편견과 한계가 사라지는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라
신미남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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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미래'.
제목이 참 포괄적이다.
지구의 반의 남자고 반은 여자인데 그 절반인 여자들의 미래라...
너무 광범위한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인상이다.

저자 신미남은 1980년대 한양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 공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연구원, 맥킨지 컨설턴트, 그리고 지금은 자신이 설립한 기업의 CEO로 있는 여성이다.  
이력이 참 화려한 여성이 쓴 여성의 책이다.
이력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많지 않았던 1980년대...
남성 중심사회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사회 속에 자리 잡은 저자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고단했을 것이다.

 어릴 적 같은 반 친구 중에 희남이란 아이가 있었다. 바랄 희(希), 사내 남(男)이었다.
딸만 많은 집안에서 부디 다음에는 꼭 아들을 원한다는 부모들의 간절한 바램이 담긴 이름.
그러나 그 아이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이름이 아니었을까?
저자 신미남의 이름을 본 순간 이 분도 그런 사연이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예상이 적중했다. 아름다울 미(美), 사내남(男). 다행히 저자는 이런 트라우마를 잘 견뎌낸 강한 정신력과 추진력을 지닌 분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런 사연으로 이름지어진 수많은 딸들의 삶은 과연 어땠을까? 

p117 본문 중에서
내 이름 탓인지 바로 뒤에 태어난 동생은 아들이었다. 종갓집 며느리였던 어머니는 연달아 딸 셋을 낳으셨고, 그 중 내가 셋째 딸이었다. 당신의 딸이 아들을 낳지 못하자 초조해진 외할아버지는 득남의 염원을 담아 내 이름을 '미남'으로 지었다. 동생이 태어나자 온 집안은 기뻤지만 나는 불행했다. 내 존재란 왕자의 탄생을 예비한 무수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새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내 남성적인 이름은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었고, 그것은 나를 더 위축시켰다. 나는 출발선에서부터 열등감 속에 파묻힌 외톨이였다.

아마도 내가 스무살때 쯤 이 책을 읽었더라면 상당히 흥분했을 것이고, 저자에 대한 동경과 나 또한 저자처럼 되고 싶다는 의욕에 가득찼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렇게 젊지 않다. 
저자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인생의 절반은 살아왔기에 삶을 핑크빛으로만 볼 수 없는 그런 나이에 이 책을 접했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살아온 삶은 치열했기에 결코 핑크빛으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단순히 이 책의 제목만을 보고 접한 독자에겐 현재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녀의 삶이 핑크빛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저자가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회적 장벽을 여성들만의 유리천장으로 표현했다.
유리천장. 있다. 분명히 사회생활을 하며 곳곳에 자리한다는 것을 나 역시 실감했다. 
이 유리천장은 사회적 편견에서 온 것도 있고 여성 스스로 만들어낸 것도 있다.

저자는 유리천장을 바위로 내려친 여자들을 이야기하며 패션디자이너 코코 샤넬을 언급했다.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킨 디자이너로 샤넬을 언급했는데 사실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킨 디자이너는 샤넬이전에 있던 폴 뿌아레였다. 폴 뿌아레는 남성이다.
물론 디자이너로서 샤넬의 업적은 뛰어나다. 하지만 그녀 역시 시대적 상황에서 남성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좌우된 측면이 강하다. (당시 여성이 지닌 사회적 위치는 지금의 여성들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일, 육아, 가정의 모든 일을 해야하는 여성들의 숙명.
저자는 그동안 이렇게 슈퍼우먼으로 일하면서도 남성들에 비해 덜 인정받아온 여성들의 능력이 4차산업사회에서는 여성 특유의 소질과 재능을 발휘하여 여성이 사회의 핵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p68 소프트파워시대, 여성의 본성이 새로운 가치다.
창의성- 상상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힘
공감력-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마음
소통력- 생각을 공유하는 능력
윤리성- 원칙을 우선시하는 자세 
유연성- 실패를 용인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역량
적용력- IT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위의 내용들은 저자가 말한 여성들이 본성적으로 지닌 탁월한 소프트파워다.
솔직히 창의성과 적용력측면은 공감하지 않지만 다른 4개 성격은 공감한다. 
특히 공감력과 윤리성은 내 경험상으로도 여성이 더 두각을 나타내는 성향이다.
그것이 과연 어떠한 형태로 4차산업시대에서 잘 용해되어 여성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 또한 여성 스스로 해결해야하는 문제이다.

이 책은 20대 젊은 여성들에게 권하고 싶다.
비록 후일에 내가 꿈꾸었던 모든 일들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20대에 지니는 꿈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랑이를 그리려고 마음 먹어야 고양이라도 그린다. 
젊은 시절 꿈은 보다 크고 원대하게 지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시작이라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젊은이들에게, 앞으로 사회 생활을 해 나아갈 젊은 여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을 것같다. 

이 책에서 공감된 부분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작가가 나눈 전문가가 되는 네 단계 과정.
이 과정을 거치면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는 셈이라고 한다.
1단계: 자신이 일하는 곳에서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다.
2단계: 여러 가지 업무 중 능률이 오르는 분야를 발견한다.
3단계: 그 분야의 성과에 대해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4단계: 점차 기존의 방식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p165)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이러한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더 이상 시험지 속 정답은 필요하지 않다. 그들은 정답없는 세상을 살아가야한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전혀 해본 적 없는 일을 자기주도적인 전문성을 지니고 창조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정답을 찾고 성적을 잘 받는 능력이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복합적인 문제를 풀어가는 능력이다. 더불어 그들에게는 소통과 협업에 바탕을 둔 '융합 역량' 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p264) 

아쉬운 점은 저자는 리더의 관점에서 이야기했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리더가 되는 사람도 있고 팔로워가 되는 사람도 있다. 리더는 팔로워가 있어야 존재한다. 팔로워가 없는 리더는 존재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사회 속에서 진정한 팔로워로 사는 자세도 언급해 주었다면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만일 이 책이 지나치게 여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여성과 남성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했더라면 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여자임을 굳이 감추지도 드러내지도 않는 사회에서 생활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모든 여성이 사회에 나가서 일을 할 필요는 없다. 가정을 돌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모든 남성이 사회에 나가서 경제활동을 할 필요는 없다. 가정 일이 적성에 맞는 남성도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경제활동을 하고, 집 안에서 가정을 돌보는 것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가정 일을 돌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사회가 될때 비로소 진정한 인류의 미래가 전개되지 않을까? 





이 책은 다산북스 서평단 나나흰 멤버로 활동하며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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