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책 생각
Team BLACK 지음 / 책과강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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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그 흔한 글짓기 대회에서 참가상도 받아본 적이 없던 내가...

지금은 어쩌다 이런 저런 글을 쓰고 글값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하지만 아직 내 이름으로 쓴 단행본을 출간해 보진 못했다.

매번 올해는 해야지~ 올해는 해야지~하다가 결국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게로 주저 앉아 버렸다.

논문은 여러 편 썼지만, 논문을 쓰는 것과 대중서를 쓰는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올해는 집중해서 대중에게 읽기 편하면서도 전문성을 지닌 미술관련 책을 좀 쓰고 싶다는 생각을 굳혀가고 있다.

물론 또 언제 출간할지는 미지수지만... ^^;

올해 출간될 것으로 예상했던 번역서도 이런 저런 사회적 상황으로 언제 출간될 지 미지수인 상태다.

뭐 세상이 그런 거지...

이제 안달복달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내가 꾸준히 뭔가 준비하고 있으면 언젠간 때가 오겠지... 라 여기며...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책을 읽고 서평쓰는 작업을 했는데, 최근엔 거의 하지 못했다.

자의반 타의반.

그런데 오랜만에 요즘 이런저런 생각으로 복잡한 내게 자극이 될만한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의 저자인 출판기획 에이전시 <책과강연>을 운영하고 있는 이정훈씨는 적지 않은 시간을 기획자로 일해 왔던 경력답게 책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에 대해 매우 객관적이고 직관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반드시 출판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비즈니스계에 해당되는 바로 고객의 니즈와 컨텐츠의 중요성이다.

나 역시 패션업계에서 일할 땐 항상 고객의 니즈,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미술사를 공부하고 관련 일을 하며 시대의 흐름에 반응하는 속도가 조금은 느려졌다.

이 책은 그런 나에게 다시금 시대의 흐름을 깨우쳐주었다.

이제 인문학이라고해서 결코 나 자신의 세계에만 빠져 있지않다.

아니, 오히려 '인문학'이 아닌가.

더 사람들에 대해 많이 알고 대처해야한다.

'기획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라는 1장의 첫 쳅터부터 강렬하다.

글쓰는 사람들은 항상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첫문장이 중요하다. 첫문장이 인상적이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특히 요즘처럼 출판물이 넘쳐나는 시대에는.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서두는 매우 간결하고 임펙트있다.

이 책에는 구체적으로 기획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 작가를 꿈꾸는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더불어 그들이 보다 쉽게 그 세계로 진입할 수있는 방법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독립서점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불과 1-2년만에 사라지기도 한다.

최근엔 도서정가제 문제로 다시 서점 존립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출판사 역시 1인 출판사가 현격히 늘었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누구나 되는 건 아니지만... ^^;)

매력적인 컨텐츠만 가지고 있다면... 예전처럼 문단에 등단해야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재차 확인시켜주었다.

쉽지 않지만 거부하지 않고 말랑말랑하게 받아들이자.

물론 나 자신의 주관을 유지하며. (이게 쉽지 않지만... ^^:)

반드시 책을 쓰고 싶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어떤 다른 분야의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사람도 읽으면 좋을 듯하다.

좋은 자극제가 된다. ^^

표지 색상을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선택한 건 그런 비타민 같은 효과를 생각해서 였을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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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들
천경우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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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이자 퍼포먼스,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예술가 천경우의 작가노트, 일기 같은 책이다.

 

작가는 전세계를 다니며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느낀 점, 자신의 과거에 대한 회상 등등을 적절히 배분해 가며 서술한다. 인도의 뭄바이, 프랑스 파리, 덴마크의 코펜하겐, 스페인, 중국 등등 전세계에서 전개된 그의 작품들은 책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말들'이다.

시각예술은 말이 아닌 눈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현대예술은 더더욱 그러한 요소가 강하기에 종종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 주지 않으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미술사를 연구하는 나에게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흥미롭다.

작가가 전시를 개최하면 보통 브로셔에 작가의 말과 평론가의 작품평 등이 실린다.

예전엔 평론가의 말에 비중이 실렸지만 요즘은 작가 노트에 더 치중되는 경향이 강한듯하다.

천경우 작가의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제까지 작가 노트를 책으로 묶어 낸 작가는 천경우뿐 아니라 다수 있어왔다.

현대미술의 흐름 전반을 논한 이론가가 쓴 책이 아니라 한명의 특정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며 벌어진 일들에 대해 쓴 책.

한명의 작가 개인이 자신의 작품 제작과정을 적은 글이기에 현대미술 전반을 알 수는 없지만

천경우가 공공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라는 점에서 이 책이 결코 단 한명의 작가 개인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작가는 시각 작품을 통해 진정한 '행복한 여정'의 의미를 논하고, 고통의 무게를 측정해 보려는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시도도 한다. '장소'에 대한 생각을 하며 한동안 마치 유행어처럼 나돌았던 '지금, 여기'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 보려고도 한다. 그의 작품을 따라가다보면 미술, 특히 현대미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요소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행위예술을 중심으로 한 공공미술 작업은 무엇보다 '체험'이 주요 요소로 자리한다.

천경우의 모든 작업에는 작가 자신이 아니더라도 그 누군가가 직접 '체험'한 흔적이 담겨있다.

그동안 소설을 중심으로 현대문학의 문학독후 활동을 해 왔는데, 이번 천경우의 책은 색다른 방향이어서 좋았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으며 좀더 쉽게 다가가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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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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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읽게 될 문학독후의 마지막 도서.

정지돈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

서양 앤틱 분위기 물씬 풍기는 벽시계를 중심으로 좌우로 이어진 기와장.

표지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송지혜 작가의 작품이란다.

 

이 책의 제목이 가슴에 와 닿은 이유.

한 때 알고 지내던 가까운 지인이 야간 경비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유명 대학을 나왔고, 대기업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인생은 마음 먹은대로 순탄치 않아서 이런 저런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40대 중반부터 야간 경비 일을 시작했다. 그는 아마 경비원들 중에서 마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지(훈)과 유사한 인물이었을 듯하다. 왠지 야간경비 일과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야간 경비원을 포스트 휴먼이라 말하는 조지(훈).

하긴 요즘엔 명예퇴직하고 제2의 직업으로 경비 일을 하시는 분들이 상당 수 있으니 이건 나의 편견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는... 그 일을 하다가 50대 중반에 고단했던 삶을 정리했다. 그래서 내게 야간 경비라는 단어는 뭔가 마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일기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

서울 곳곳이 매우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기에 머리 속으로 상상하며 읽으니 더 실감났다.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

스스로를 유대인이라 말하는 기한오.

2010년대에 1990년대 의상을 입은 시대착오적인 동시대인 이성복.

실현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쓰는 수학과 대학원생 에이치.

유도선수 출신의 전영웅. 야간 경비의 세계에도 대숙청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전영웅.

"경비원은 투명인간이다."

이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유니폼을 입으면 그 사람은 고유의 이름을 가진 한 인물이 아닌, 그저 불특정 경비원이 된다.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사람 대부분이 경험하는 일이지만, 밤의 세계의 경비원은 특히 더 그 특징이 강하게 발휘된다.

2018년 1월 3일에 시작한 일기는 불과 3개월이 채 못된 3월 24일 일기로 끝난다.

이 짧은 기간동안 이들은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우리 삶 바로 옆에 존재하는 이야기.

잠시 옆을 돌아보면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이지만 어쩌면 항상 무심히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소설 덕분에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됬다. 사람들의 삶은 누구에게나 특별하고 누구에게나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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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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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너무 바빠서 문학독후 5차 도서는 서평을 쓰지 못하고 지나치고 말았다. --;

우째 이런 일이..

그러다보니 연이어 일본 소설만 쓰게 되었네. 의도한 것은 아닌데 말이다.

 

후지사키 사오리(藤崎彩織, 1986-)는 일본의 가수다. '세상의 끝(SEKAI NO OWARI, 世界の終わり)'이라는 4인조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5년에 걸쳐 쓴 『쌍둥이』는 매우 자전적 소설이며 주인공 쓰키시마는 아마도 밴드 멤버이자 이전의 리더였던 '후카세 사토시'가 모델이 된 것 같다. 실제로 후지사키와 후카세는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다. (정확히 말하면 후카세가 1년 선배다)

처음 '쌍둥이'라는 제목만 보고는 실제 쌍둥이에 관한 이야기 인 줄 알았다.

난 어릴 적 쌍둥이 자매나 형제가 있으면 한 적이 있기에 약간 쌍둥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쌍둥이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상상했던 환상은 현실에선 별로 없는 듯하다.

뭐 세상이 다 그렇듯.

소설 속 여 주인공 나쓰코와 남 주인공 쓰키시마는 학교 1년 선후배 관계이다.

실제로 어떤 혈연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람들이 전혀 다른 외모와 성격을 지닐 때도 있고, 피 한방울 안섞였는데 도플갱어같은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나쓰코와 쓰키시마는 내면적으로도 외모적으로도 닮은 구석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제목이 '쌍둥이'일까?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한 나쓰코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방황하던 쓰키시마.

그들이 성장하며 밴드를 결성하고 데뷔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만약 우리가 쌍둥이였다면, 너의 꿈이 어느 새 나의 꿈이 된 것을 알았을까." (본문 p.336)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성장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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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공포증
배수영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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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역시 추리소설의 계절이다.

논문을 끝내고 올 여름은 추리소설에 푹~ 빠져보자 생각했는데 뭔 일이 자꾸 생겨서 정신이 없다.

그래서 생각보다 책을 별로 못 읽었다.

올여름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형사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었는데...

고작 2권에 그쳤다. T.T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의 끝자락까지 추리소설 몇권을 읽고 싶어 계속 들고 다니며 짬짬이 읽었다.

그 중 하나인 『햇빛 공포증』!

과연 햇빛 공포증이란 병이 있을까?

몇년 전 지중해 여행을 갔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햇빛 알레르기를 경험한 적은 있다.

그러나 햇빛공포증이라니...

표지디자인에서 인물의 모습에 반사되는 재질을 사용해 햇빛에 책이 반사되어 보이는 무지개 빛들을 보면 소설의 내용에 맞춰 표지 작업을 참 세심하게 작업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시작은 한준이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면서 시작된다.

연인 희우에게 이별통보를 받고 멍한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까지 갇히다니.. 최악이다.

엘리베이터에서 구조는 되었지만 눈을 떠보니 그가 있는 곳은 병원이었다.

왜?

병원에서 만난 의사 주승은 한준에게 햇빛공포증이란 병명을 말해주고 그를 격리치료 조치시킨다.

이렇게 시작된 사건은 한준의 과거 기억으로 이어지고...

이 책을 읽기 전,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고 있었기에 아무래도 자꾸 비교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솔직히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추리소설의 치밀한 구성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햇빛공포증이라는 매우 생소한 병명으로 소설의 시작을 이끌며 흥미를 유발했고,

인물들과의 관계설정이 잘 짜여진 편이다.

인문학, 철학 서적도 아니고 소설책, 특히 추리소설의 가장 중요 포인트는 재밌게 잘 읽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잘~ 읽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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