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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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마지막에 도착한 책인데 서평은 2018년을 여는 날 서평을 쓴다.
이 책은 문을 닫으려던 한 남자가 다시 문을 여는 이야기다.
『오베라는 남자』처럼 자살을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 아서 역시 아내가 남기고 간 상자를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세상을 등질 결심을 했을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오른 인물.
4년 전 세상을 떠난 나의 외삼촌.
외삼촌은 여든 둘에 돌아가셨지만 외삼촌의 아내, 즉 나의 외숙모는 예순이 좀 넘은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외숙모가 돌아가신 후 외삼촌은 거의 20년 가까이 혼자 생활하셨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유일한 여동생인 나의 엄마에게 전화할 때마다 늘 외롭다고 하셨다.
외국에서 생활하던 내게 전화해서도 "혼자서 외롭지 않니?"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처음엔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난 늘 내 일로 바빴고 친구도 많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기에 도대체 삶이 왜 외롭다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때 외삼촌이 한 말을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 할 나이가 되었고, 이제 내 주변에는 홀로되신 어르신들이 매우 많다.



아서 페퍼는 평생 열쇠수리공으로 일하며 두 자녀를 키운 성실한 가장이었다.
은퇴한 후, 자녀들은 모두 성장하여 독립해 좀 쓸쓸했지만 40여년을 함께 한 사랑하는 아내 미리엄과 남은 여생을 평화롭게 보낼 계획을 가졌던 예순 아훕의 남자 어른.
하지만 아내는 떠났다. 더 이상 세상에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사는 아들 댄은 우리나라의 대부분 아들처럼 아버지인 아서와는 살갑게 지내지도 않았으면 몇년 동안 연락도 없다.
영국의 다른 지역에 사는 딸 루시 또한 마찬가지다.
과연 이렇게 홀로 남은 초로의 남성이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면 좋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완연한 고령사회이기에 나는 십여 년 전부터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아마도 내 부모가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인문제관련 책도 자주 접하고 어르신들과의 인터뷰도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 나이가 되어야 100% 이해할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일하면서 겪은 어르신들과의 관계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건 나 역시 언젠가는 그들의 모습이 될 것이고, 더 이상 젊어질 일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수많은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 사람에 필요한 단 하나의 무엇.
그것이 목표가 되었든 희망이 되었든, 혹은 분노가 되었든.  
그 단 한가지만 있으면 살아간다.

소설 속 주인공 아서 페퍼에겐 그 단 하나가 된 계기를 준 것은 바로 아내 미리엄이 남기고 간 비밀의 상자. 그 속에 있던 여러 가지 부적같은 참(Charm) 팔찌였다.
코끼리 모양, 호랑이 모양, 팔레트모양 등.
아내 미리엄은 40년 동안 함께 살면서 단 한번도 이 물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니 보여준 적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서는 결혼 하기 전 미리엄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당연히 평범한 젊은 여성으로 생활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처음 사랑한 상대라 여겼다.

 팔찌의 근거를 찾아 떠나는 아서의 여행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여행지를 둘러본 기분이 든다. 
화려한 여행지가 아닌 아서의 시선으로 바라 본 아내의 과거를 찾아가는 여행.
아내와의 관계, 나이들어 살아가는 삶, 자녀들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는 우리 누구나 지금 이 순간에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다. 세월이 흐르면 가족이 모두 항상 함께 할 수 없다. 서로에 대해 언제나 좋은 감정만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부부가 평생 함께 산다고 해서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요크에서 40여 년을 아내와 함께 살면서 해외여행 한번 간적이 없었다.
아내는 해외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팔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서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팔찌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 헐리우드 영화처럼 아주 극적이지는 않다.
비교적 잔잔하다.
물론 예상대로 역시 가장 마지막 팔찌의 흔적은 좀 극적이긴 했다.
아내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으로 아서는 살아야할 이유를 발견했다. 
어쩌면 아내 미리엄은 혼자 남은 아서에게 살아갈 이유를 선물하기 위해 이런 비밀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외숙모도 그런 비밀을 남기고 갔다면 외삼촌은 혼자 살아가는 동안 좀 덜 외로웠을까?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지만 아서 페퍼의 살아가야 할 이유가 지속되길 바란다.

* 이 글은 다산북스의 서평단 <나나흰>으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쓴 솔직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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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씨 ㅣ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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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그 책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부분 글을 다 써 놓고 제목을 정하나보다. ^^

『마녀의 씨』라~ 제목부터 강렬하다.

문학독후로 활동하면서 읽은 2017년 마지막 책.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를 읽었을 때 나는 이 작가가 어느 정도 젊은 작가인 줄 알았다.
와~ 근데 1939년생이란다. 울엄니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그런데 이렇게 젊은 감각의 작품을 왕성하게 써내려가다니...
최근 나이 들어 힘들다고 징징거렸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

『마녀의 씨』는 세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작품 『템페스트』를 오마주하여 창작한 작품이다. 소설의 전체적 맥락은 바로 복!수!

 

 

복수라....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일들로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딱! 하고 세차게 맞았을 때,
나 역시 복수를 꿈꾼 적이 있었다.
아마 크든 작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물론 이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주인공 필릭스는 아주 잘 나가는 연극 연출가다. 그의 연극으로 이루어진 축제로 인해 한 마을에서의 영향력이 좌우될 만큼.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렇듯 그 역시 항상 자신의 일에만 몰두했다. 
한편의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들. 경비, 허가와 자금을 위한 인간관계 등등
기타 다른 일들은 비서인 토니에게 완전히 맡겨 버렸다. 
이 완전히 맡겨버렸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곧 그에서 세차게 뒤통수를 맞으리란 것을.

 

예상대로 필릭스는 토니에게 아주 어마무시한 허리케인급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처절하게 너덜너덜해졌다. (바로 얼마 전 나처럼.... --;)

 

이 책의 맨 앞에 적힌 프랜시스 베이컨의 복수에 대한 말이 가슴에 팍! 꽂힌다. 

본문 중에서----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복수를 꿈꾸는 사람은 상처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처가 아물고 멀쩡히 살아가게 될 테니까."
 ------
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복수를 하지 못하는 사실을.
나는 늘 잊어버린다. T.T

 

필릭스는 사랑하는 늦둥이 딸 미란다도 잃었다.
(이 소설에는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속 인물들의 이름이 종종 등장한다. 미란다는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배신을 당한 마법사 프로스페로의 딸이다)
안좋은 일들은 한꺼번에 몰아서 찾아온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사람은 더더 수렁으로 수렁으로 들어간다. 토니의 농간으로 극단에서 내쫓긴 필릭스 또한 그런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에만 빠져 있었다면 이 소설이 탄생하지 않았겠지.

필릭스는 나처럼 뒤통수 맞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잘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복수를 꿈꾼다. 
--------------------
p67
복수하고 싶었다. 복수를 간절히 원했다. 복수하는 공상에 잠겼다. 토니와 샐은 고통을 받아야한다. 지금 그가 겪고 있는 통탄스러운 상황은 그들이 만든 것이었다. 전부는 아니라 해도 상당 부분은 그러했다. 그들은 그에게 부당한 짓을 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그런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
자~ 그는 이제 어떻게 복수를 펼칠까?
필릭스는 가명을 쓰고 다시 작은 일부터 맡기 시작한다.
음... 이 나도 가명을 써 볼까? (황당한 일을 겪고 난 바로 직후 이 책을 읽었기에 완전 감정 이입 100%)
교도소 수감원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일. 그는 감방에서 세익스피어 공연을 준비했다.
비록 이전에 그가 했던 일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작은 일이었지만 필릭스는 최선을 다했고 일을 하는 동안 즐거웠다. 힘이 났다.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이 나는 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것 같다.

필릭스 숙원의 작품 <템페스트> .
그는 교도소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수의 기회를 포착하고 다시 <템페스트>를 무대에 올리려 준비한다.
과연, 필릭스는 <템페스트>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필릭스가 어떻게 복수하는지 알고 싶어 정말 빛의 속도로 읽었다. ^^
나는 분명 책을 읽었는데 그의 다이나믹한 복수 과정을 읽으며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본 듯했다.
소설에는 마녀 시코락스의 아들 칼리반이 자주 등장한다.
모두에게 내 몰린 마녀 시코락스.
그랬다. 마녀의 씨는 바로 칼리반이다.
하지만 칼리반만은 아니다.

직업이 직업이라서 인가...
칼리반(Caliban)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세익스피어가 아닌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1840-1916)의 작품 <칼리반>이 떠올랐다.
우리에겐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서 태어난 르동은 자연의 신비, 꿈, 상상, 신화 등을 조합한 판화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60세가 되어서야 판화가 아닌 색채화를 제작한 그는 키클롭스나 칼리반 등 고전 소설, 신화 속 인물을 화폭에 담았다.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르동이 그린 것처럼 칼리반은 이렇게 생겼을까?

칼리반을 그린 사람은 르동 뿐만 아니라 독일 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1880-1916)도 있다.

 

 

프란츠 마르크와 오딜롱 르동의 칼리반을 비교해 보면 둘다 다 괴물이긴한데 난 르동의 칼리반에 좀 더 애정이 간다. 어딘가 슬퍼보이는 저 눈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도 좋지만 이렇게 고전을 기반으로 현대적 창작을 한 작품도 참 흥미롭다.
이미 고전의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이전 등장인물과 현재 등장인물, 사건 등을 비교 대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2017년의 마지막을 안정적이고 깊이있는 고전 기반의 소설로 마무리를 해서 뭔가 안정감이 든다.
내년에는 또 어떤 해가 펼쳐질까?
이젠 무조건 흥분되고 기대되지만은 않는 나이라 살짝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뭐 또 어떻게 앞으로 나가겠지.
어찌되었든 멈춰있지는 않을 예정이다.
 
한 해동안 문학독후로 즐거운 독서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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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백제 - 백제의 옛 절터에서 잃어버린 고대 왕국의 숨결을 느끼다
이병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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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선택하고 싶었던 도서가 아니라 차선으로 택한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오히려 이 책이 내겐 더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저자의 백제에 대한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음...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을 과연 이 만큼 사랑하는가? 대답은 "아니"였다.

저자는 나와 동년배 인 듯한데 어쩜 어릴 때부터 자기가 갈 길을 이렇게 명확하게 정했을까?
솔직히 난 이 책을 처음 읽으며 그 점이 가장 의아했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좋았고, 그럭저럭 주변 상황에 맞추어 대학에 갔던 나는... 
저자 이병호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니 참으로 창피했다.

어려서부터 역사를 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저자.
와~ 정말 대단하다. 그 나이에... 내 주변에 불과 열 대여섯살부터 그렇게 명확하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정한 친구가 없었기 때문일까? 대부분 막연하게 자신의 성적에 맞추어 대학과 학과를 정했고, 그 이후에 진정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발견하고 찾아갔다. 그러니 이미 스무살 아니 서른 살이 넘어서 발견한 친구들도 많다. 그런데 저자는 불과 열 대여섯살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명확한 길을 선택했다.
그것도 역사학도의 길. 백제에 대한 사랑. 

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이들이 말하듯 이 책은 단순히 백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를 사랑한 어린 학생 이병호가 어떻게 백제를 사랑하고 그에 대해 공부했고, 자신의 직업으로까지 연결된 저자의 삶에 얽힌 백제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저자보다도 한~참 나중에 돌고 돌아 서른 후반에 미술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면서 국내 여러 유적지에 답사를 갔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백제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과 연구가 부족하다지만 내가 다닌 유적지는 백제지역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백제는 일본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일본에서도 백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그러니 저자가 백제에 대한 연구자가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에 살짝(?) 공감 가지 않았다. ^^;
모두들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다 미흡하게 느껴지나보다.
나 역시 내 연구 분야에는 국내에 연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백제하면 역시 부여 정림사지가 떠오른다. 물론 답사도 가 보았다.
저자는 정림사지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언급하기보다는 자신이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발견하고 접한 정림사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논문을 쓰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음... 글쎄 과연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 과정을 길게 펼쳐 놓은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질까?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논문을 쓰면서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있을 때마다 희열을 느끼기에 저자가 이렇게 열정적으로 빠져든 기분을 이해한다.

백제 예술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금동대향로가 발굴된 부여 능산리사지에 대한 이야기.
능산리사지 또한 백제 유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다. 
작년에 중국어와 일본어 관광통역안내사 공부를 하면서 알게된 사실. 
백제의 이런 지역들은 2015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 

유네스코가 지정한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은 현재까지 모두 12개다.
가장 먼저 1995년 지정된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1997년 지정된 창덕궁, 화성.
2000년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 화순, 강화의 고인돌 유적.
2007년 지정된 제주 화산섬 용암동굴.
2009년 지정된 조선왕릉.
2010년 지정된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 양동.
2014년 지정된 남한산성
2015년 지정된 백제역사유적지구.

그렇게 연도별로 적고 보면 역시 오랜 경험을 가진 저자의 말대로 백제는 가장 늦게 주목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경주역사유적지구에 비해 15년이나 이후에 지정되었으니 말이다.
 
저자의 글 중 마지막 부분에 "박물관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라는 부분에 상당히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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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7. 본문 중에서

국립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로서 글을 쓰면서 어느 순간 내가 쓴 글이나 논문에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략) 나의 가설에 근거해서 관북리 유적 남쪽 일대의 토지를 국가에서 매입하고 발굴작업이 이루어지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아예 구아리 일대 전체를 고도 보존지구로 확대지정해서 개발 전에 반드시 조사를 받도록 하는 조치가 취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중략) 아이디어나 작업 가설 차원에서 제시한 논문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논문 때문에 누군가는 생존권이나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되었다. 그 일로 연구자로서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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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글의 마무리에서도 백제에 대한 연구는 이제 겨우 시작된 것이며 앞으로도 꾸준히 더 많은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연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비추고 있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백제에 대한 사랑이다.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시작해서 지금은  국립미륵사지 유물전시관 관장으로 있는 저자 이병호의 백제에 대한 사랑에 대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나는 과연 무엇에 이렇게 뜨겁게 꾸준히 열정을 쏟은 적이 있던가? 이 책은 다시한번 백제를 되돌아보게 할 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 향후 내 자신의 생각과 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삶의 태도에 대해 몸소 실천하며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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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일본에서 살아본다면
나무 외 지음 / 세나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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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와 망설임없이 신청한 도서다.

내 인생에서 우리나라 다음으로 익숙한 나라 일본.
친숙하다기보다는 익숙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내 나이 스물 넷, 여행이 아닌 삶으로 처음 외국 생활을 시작한 곳 일본.
그래서인지 이후 나의 일들은 일본과 관련된 기업에서 쭈욱~.
일본에서 살았던 시절이 벌써 이십 년전 일이 되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일본에서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16명의 저자
나무, 단미, 양진옥, 류일현, 이장호,
유정래, 이상구, 임경원, 유아영, 한아름,
최나영, 김은정, 우유미, 황은석, 김희진, 후쿠기타 아사코

이들은 모두 다른 환경 다른 경로에서 일본을 접했고, 각자의 일본을 이야기한다.
20대초반부터 사십을 훌쩍 넘긴 사람까지 저자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일본에 머문 기간도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십 수년까지 다채롭다.

내가 일본에 머물던 1990년대 중반에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워킹홀리데이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 중 상당수는 20대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갔다.
내게는 그런 점부터 색다르게 다가왔다.

일본인과 결혼한 한국인 커플을 내 주변에서도 흔하게 보아왔기에 그 부분은 그다지 특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내 나라가 아닌 타지에 가서 평생의 인연을 만나 살게 된다는 것은 개개인에게 참으로 특별한 인연일 것이다.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적혀있기도 하지만 아마도 직접 저자들이 생활하는 이런 일본에서의 삶이 보편적인 것이라 우리에게 더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일본 생활이 다시금 떠올랐다.
저자들은 대부분 일본에서의 좋은 기억들을 서술했지만, 솔직히 나는 일본에서 좋은 기억뿐 아니라 최악의 기억도 많다. 그래서 좀 더 장단점을 섞어가며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
나 역시 한때 가득~했고, 그래서 시도했고 경험했다.
그 안에는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익숙하지않고 외국인으로서 받는 차별도 겪어야하는 고난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받고서야 알았다. 이 책이 이미 2015년에 1쇄를 발간했고, 올해 2쇄를 발간했다는 것을.
많은 독자들에게 읽힌 베스트셀러였나보다. ^^
책 크기가 손에 딱! 들어와서 들고다니며 읽기 좋았다.

늦은 나이에 유학을 가서 아이키도(합기도)에 흠뻑 빠져 그 매력을 이야기한 유정래 작가의 글을 읽을 땐 내 일본 친구 유코가 생각났다. 그녀는 상하이에서 살 때 알게 된 일본인 친구인데 일+아이키도+첼로가 그녀의 생활의 전부였다. ^^

오랜만에 이 십년 전의 일을 회상하게 해 준 책에게 감사를~.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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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자본론 -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는 어떻게 디자인되는가
모종린 지음 / 다산3.0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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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었는데 서평단 신청 도서에 올라왔다. 그리고 간신히 추가 막차를 타서 손에 들어왔다. ^^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부터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그 골목길 상권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8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다. 지인이 사는 곳도 태어나서 자주 가본 적도 없는 이 동네에 무작정와서 살기로 한 것은 바로 하늘이 보여서였다. 서울의 어느 지역을 가도 아파트로 가득한 요즘, 하늘을 보기 힘들다. 걸을 때마다 높다란 빌딩에 숨이 막혔다. 그런데 이 동네는 뭔가 낡았지만 소박하고 편했다. 숨 쉬기 좋았다. 그래서 집을 보자마자 주인과 덥썩 계약을 했고 열흘만에 이사했다.

그랬던 이 동네가 3-4년 전부터 크게 달라졌다.
우리 집 바로 맞은 편에 있던 오래된 단독주택은 자본가가 사들여 회사 건물이 되었다.
당연히 허름한 주택을 부수고 5-6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그래서 나의 하늘은 사라졌다.
걸어서 1분만 가면 TV의 유명 맛집 프로그램에 나온 레스토랑들이 빠르게 자리잡아갔다.
원래 유명했으나 요란하지 않은 식당도 있고, 최근 유행을 타고 생겨난 식당도 있다.
물론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1-2년전부터 관광공사의 조사 차량도 눈에 띠고 당연히 해외 관광객들도 많아졌다. 사람들은 이 동네가 점점 매력적으로 바뀌어 간다지만 나는 아무래도 서서히 이 집을 떠나야 할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세도  감당하기 어렵고 더 이상 내가 좋아했던 평화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모종린의 이 책은 서울의 홍대, 상수동, 이태원, 광주, 제주 등 다양한 국내의 골목길 상권에 대해 거론하고 있다. 그 골목길을 선호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특성, 골목길과 자본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 등 역시 경제학자다운 해석이다. 그는 연희동을 건축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대표적인 골목길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몇몇 건물을 제외하고는 과연 그런가? 하는 것이 현지 주민으로서의 내 소견이다.

일본의 소도시 거리도 소개하고 있다. 90년대 일본에서 거주할 때 나는 이미 그 골목 상권을 경험했고 즐겼다. 주택가 한복판에 뜬금없이 자리한 파스타집. 그땐 참 의아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물론 그 집의 조건은 맛있어야한다. ^^
최근 동네에 내가 좋아하는 일본 우동집이 있는데 그 곳은 매일 운영하지 않는다. 운영하는 날짜를 매달 초에 페이스북에 공지한다. 운영시간도 11시-14시까지만 한다.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참 다양해 지
고 있다는 증거고 난 이런 점이 좋다.

이렇게 골목에 번화한 상권이 형성되면 가장 큰 문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그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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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p118
현재 젠트리피케이션 논쟁으로 곤욕을 치르는 한국사회는 젠트리피케이션과 듀플리케이션의 차이를 인지하고 주목해야 한다. 뉴욕 역사는 골목길 정책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지만, 듀플리케이션 예방을 위한 현실적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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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내가 알고 즐겼던 가게와 지역들이 나와서 뭔가 친근감이 느껴졌다.
1990년대 성업을 이루었던 이대 상권부터 2016년 폐업한 이대후문 라리까지... ^^;

이 책의 골목길 여행은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하이, 영국의 에든버러 등등으로 이어진다.
내가 가본 곳은 공감을 느껴서 좋고 가보지 못한 것은 신선함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아쉽게도 결론은 모두가 어느 정도 생각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
정부의 규제와 협조가 있어야 하고, 골목 장인을 육성해야 하며, 장기적 안목으로 보아야한다는.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활자로 인쇄되어 정확히 포인트를 집어보고 가는 것은 중요하다.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이러한 사실을 각인시키고 그 중요성을 알리는데 소금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하지않고 생각만 하면 잊혀진다.

이 책은 경제학 전문가가 쓴 어렵지 않은 골목에서의 자본이야기이자 우리 삶의 경제이야기다.
과연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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