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씨 ㅣ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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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그 책을 선택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부분 글을 다 써 놓고 제목을 정하나보다. ^^

『마녀의 씨』라~ 제목부터 강렬하다.

문학독후로 활동하면서 읽은 2017년 마지막 책.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를 읽었을 때 나는 이 작가가 어느 정도 젊은 작가인 줄 알았다.
와~ 근데 1939년생이란다. 울엄니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그런데 이렇게 젊은 감각의 작품을 왕성하게 써내려가다니...
최근 나이 들어 힘들다고 징징거렸던 나 자신에 대해 반성.

『마녀의 씨』는 세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작품 『템페스트』를 오마주하여 창작한 작품이다. 소설의 전체적 맥락은 바로 복!수!

 

 

복수라.... 살아가면서 이런 저런 일들로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딱! 하고 세차게 맞았을 때,
나 역시 복수를 꿈꾼 적이 있었다.
아마 크든 작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물론 이후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주인공 필릭스는 아주 잘 나가는 연극 연출가다. 그의 연극으로 이루어진 축제로 인해 한 마을에서의 영향력이 좌우될 만큼.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렇듯 그 역시 항상 자신의 일에만 몰두했다. 
한편의 공연이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제반 사항들. 경비, 허가와 자금을 위한 인간관계 등등
기타 다른 일들은 비서인 토니에게 완전히 맡겨 버렸다. 
이 완전히 맡겨버렸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곧 그에서 세차게 뒤통수를 맞으리란 것을.

 

예상대로 필릭스는 토니에게 아주 어마무시한 허리케인급 뒤통수를 맞았다.
그리고 처절하게 너덜너덜해졌다. (바로 얼마 전 나처럼.... --;)

 

이 책의 맨 앞에 적힌 프랜시스 베이컨의 복수에 대한 말이 가슴에 팍! 꽂힌다. 

본문 중에서----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다.
복수를 꿈꾸는 사람은 상처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처가 아물고 멀쩡히 살아가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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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복수를 하지 못하는 사실을.
나는 늘 잊어버린다. T.T

 

필릭스는 사랑하는 늦둥이 딸 미란다도 잃었다.
(이 소설에는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속 인물들의 이름이 종종 등장한다. 미란다는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배신을 당한 마법사 프로스페로의 딸이다)
안좋은 일들은 한꺼번에 몰아서 찾아온다. 그래서 절망에 빠진 사람은 더더 수렁으로 수렁으로 들어간다. 토니의 농간으로 극단에서 내쫓긴 필릭스 또한 그런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그렇게 절망에만 빠져 있었다면 이 소설이 탄생하지 않았겠지.

필릭스는 나처럼 뒤통수 맞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잘 기억해 두었다.
그리고 차근차근 복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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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7
복수하고 싶었다. 복수를 간절히 원했다. 복수하는 공상에 잠겼다. 토니와 샐은 고통을 받아야한다. 지금 그가 겪고 있는 통탄스러운 상황은 그들이 만든 것이었다. 전부는 아니라 해도 상당 부분은 그러했다. 그들은 그에게 부당한 짓을 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그런 복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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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는 이제 어떻게 복수를 펼칠까?
필릭스는 가명을 쓰고 다시 작은 일부터 맡기 시작한다.
음... 이 나도 가명을 써 볼까? (황당한 일을 겪고 난 바로 직후 이 책을 읽었기에 완전 감정 이입 100%)
교도소 수감원들에게 연극을 가르치는 일. 그는 감방에서 세익스피어 공연을 준비했다.
비록 이전에 그가 했던 일에 비하면 말도 안되게 작은 일이었지만 필릭스는 최선을 다했고 일을 하는 동안 즐거웠다. 힘이 났다.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이 나는 건 모든 사람이 동일한 것 같다.

필릭스 숙원의 작품 <템페스트> .
그는 교도소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수의 기회를 포착하고 다시 <템페스트>를 무대에 올리려 준비한다.
과연, 필릭스는 <템페스트> 공연을 할 수 있을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동안 필릭스가 어떻게 복수하는지 알고 싶어 정말 빛의 속도로 읽었다. ^^
나는 분명 책을 읽었는데 그의 다이나믹한 복수 과정을 읽으며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본 듯했다.
소설에는 마녀 시코락스의 아들 칼리반이 자주 등장한다.
모두에게 내 몰린 마녀 시코락스.
그랬다. 마녀의 씨는 바로 칼리반이다.
하지만 칼리반만은 아니다.

직업이 직업이라서 인가...
칼리반(Caliban)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세익스피어가 아닌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1840-1916)의 작품 <칼리반>이 떠올랐다.
우리에겐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에서 태어난 르동은 자연의 신비, 꿈, 상상, 신화 등을 조합한 판화 작품을 많이 제작했다. 60세가 되어서야 판화가 아닌 색채화를 제작한 그는 키클롭스나 칼리반 등 고전 소설, 신화 속 인물을 화폭에 담았다.
세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등장하는 르동이 그린 것처럼 칼리반은 이렇게 생겼을까?

칼리반을 그린 사람은 르동 뿐만 아니라 독일 표현주의 화가 프란츠 마르크(1880-1916)도 있다.

 

 

프란츠 마르크와 오딜롱 르동의 칼리반을 비교해 보면 둘다 다 괴물이긴한데 난 르동의 칼리반에 좀 더 애정이 간다. 어딘가 슬퍼보이는 저 눈이....

고전을 읽는 즐거움도 좋지만 이렇게 고전을 기반으로 현대적 창작을 한 작품도 참 흥미롭다.
이미 고전의 스토리를 알고 있으니 이전 등장인물과 현재 등장인물, 사건 등을 비교 대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

2017년의 마지막을 안정적이고 깊이있는 고전 기반의 소설로 마무리를 해서 뭔가 안정감이 든다.
내년에는 또 어떤 해가 펼쳐질까?
이젠 무조건 흥분되고 기대되지만은 않는 나이라 살짝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뭐 또 어떻게 앞으로 나가겠지.
어찌되었든 멈춰있지는 않을 예정이다.
 
한 해동안 문학독후로 즐거운 독서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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