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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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마지막에 도착한 책인데 서평은 2018년을 여는 날 서평을 쓴다.
이 책은 문을 닫으려던 한 남자가 다시 문을 여는 이야기다.
『오베라는 남자』처럼 자살을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 책의 주인공 아서 역시 아내가 남기고 간 상자를 우연히 발견하지 않았다면 세상을 등질 결심을 했을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며 계속 떠오른 인물.
4년 전 세상을 떠난 나의 외삼촌.
외삼촌은 여든 둘에 돌아가셨지만 외삼촌의 아내, 즉 나의 외숙모는 예순이 좀 넘은 나이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외숙모가 돌아가신 후 외삼촌은 거의 20년 가까이 혼자 생활하셨다.
그리고 한국에 사는 유일한 여동생인 나의 엄마에게 전화할 때마다 늘 외롭다고 하셨다.
외국에서 생활하던 내게 전화해서도 "혼자서 외롭지 않니?"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처음엔 그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난 늘 내 일로 바빴고 친구도 많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기에 도대체 삶이 왜 외롭다는 거지? 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도 그때 외삼촌이 한 말을 100%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 할 나이가 되었고, 이제 내 주변에는 홀로되신 어르신들이 매우 많다.



아서 페퍼는 평생 열쇠수리공으로 일하며 두 자녀를 키운 성실한 가장이었다.
은퇴한 후, 자녀들은 모두 성장하여 독립해 좀 쓸쓸했지만 40여년을 함께 한 사랑하는 아내 미리엄과 남은 여생을 평화롭게 보낼 계획을 가졌던 예순 아훕의 남자 어른.
하지만 아내는 떠났다. 더 이상 세상에 없다.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사는 아들 댄은 우리나라의 대부분 아들처럼 아버지인 아서와는 살갑게 지내지도 않았으면 몇년 동안 연락도 없다.
영국의 다른 지역에 사는 딸 루시 또한 마찬가지다.
과연 이렇게 홀로 남은 초로의 남성이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면 좋을까?

 우리나라도 이제 완연한 고령사회이기에 나는 십여 년 전부터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아마도 내 부모가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노인문제관련 책도 자주 접하고 어르신들과의 인터뷰도 시도했다.
하지만 아직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나 역시 그 나이가 되어야 100% 이해할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일하면서 겪은 어르신들과의 관계는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하는 건 나 역시 언젠가는 그들의 모습이 될 것이고, 더 이상 젊어질 일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수많은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 사람에 필요한 단 하나의 무엇.
그것이 목표가 되었든 희망이 되었든, 혹은 분노가 되었든.  
그 단 한가지만 있으면 살아간다.

소설 속 주인공 아서 페퍼에겐 그 단 하나가 된 계기를 준 것은 바로 아내 미리엄이 남기고 간 비밀의 상자. 그 속에 있던 여러 가지 부적같은 참(Charm) 팔찌였다.
코끼리 모양, 호랑이 모양, 팔레트모양 등.
아내 미리엄은 40년 동안 함께 살면서 단 한번도 이 물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아니 보여준 적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서는 결혼 하기 전 미리엄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당연히 평범한 젊은 여성으로 생활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처음 사랑한 상대라 여겼다.

 팔찌의 근거를 찾아 떠나는 아서의 여행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여행지를 둘러본 기분이 든다. 
화려한 여행지가 아닌 아서의 시선으로 바라 본 아내의 과거를 찾아가는 여행.
아내와의 관계, 나이들어 살아가는 삶, 자녀들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는 우리 누구나 지금 이 순간에 흔히 접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다. 세월이 흐르면 가족이 모두 항상 함께 할 수 없다. 서로에 대해 언제나 좋은 감정만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부부가 평생 함께 산다고 해서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요크에서 40여 년을 아내와 함께 살면서 해외여행 한번 간적이 없었다.
아내는 해외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팔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아서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었음을 깨닫는다. 

팔찌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이 헐리우드 영화처럼 아주 극적이지는 않다.
비교적 잔잔하다.
물론 예상대로 역시 가장 마지막 팔찌의 흔적은 좀 극적이긴 했다.
아내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으로 아서는 살아야할 이유를 발견했다. 
어쩌면 아내 미리엄은 혼자 남은 아서에게 살아갈 이유를 선물하기 위해 이런 비밀을 남겼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외숙모도 그런 비밀을 남기고 갔다면 외삼촌은 혼자 살아가는 동안 좀 덜 외로웠을까?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지만 아서 페퍼의 살아가야 할 이유가 지속되길 바란다.

* 이 글은 다산북스의 서평단 <나나흰>으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서적을 읽고 쓴 솔직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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