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십자가의 숲

하얀 십자가의 숲
길혜연 지음 / 공중정원 / 2024년 6월

심플하기 그지없는 책의 표지와 내지 디자인과는 달리
내용은 많은 것을 담고 있고
그것들을 아우르고 있어요.


19세기 말에 태어나 20세기 초 세계대전의 격동의 시대를 살아 온 정해용
노동자로 프랑스에서 일하러 가는 중에
상하이에서 낯선 남자로부터 받은 가방때문에
대한제국 비자금 사건에 휘말리면서 인생이 달라지게 되어요.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아가는 김현우
기사를 통해 정해용의 존재를 알게되고
수소문 끝에 그의 가족인 마리즈, 앙투안과 만나
정해용의 육성 녹음 파일을 듣게 됩니다.


그 속에는 놀랍게도
대한제국의 비밀이 담겨져 있고
충격과 감동, 어떤 이끌림에 의해
김현우는 이를 조사하며 소설을 쓰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이 책이 김현우가 쓴 글인지,
작가님이 김현우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요.


한편 마리즈는 실향민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국 전쟁 실향민인 김현우의 아버지를 인터뷰합니다.



이처럼 등장 인물들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는데
그것은 연결되기도, 다 드러나지 않고 감추어지도 합니다.

독자는 알게 되더라도 주인공은 모를 수 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이 저는 마음에 들었고,
복잡한 내용에 반해 간결한 묘사와 설명이 이 글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192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와 격동의 세계 정세 속에서 살아낸
개인의 삶을 다루며
그들의 고통과 희생은 또 다른 생명을 가능케 하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마치 제1차 세계대전 참전자들이 이루고 있는
하얀 십자가의 숲처럼.



+ 작가님이 23년 동안 준비하여 쓴 글이라니
이렇게 편하게 읽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p.161
우연은 필연의 시작이고, 몰랐던 필연을 우연이라 이름 붙인 거라는 생각이었다.


🏷p.215
현우에게 글쓰기란, 발밑으로 깎아 지른 낭떠러지 협곡 아래 거친 물살이 흐르는 가운데, 이쪽 낭떠러지에서 저쪽 낭떠러지로 건너가는 아치 형태의 다리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얀십자가의숲 #길혜연 #도서출판공중정원 #역사배경소설 #도서협찬 #서평단

영화와 신화와 의학의 콜라보레이션

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그간 영화와 음악의 콜라보, 영화와 역사, 영화와 문학의 콜라보에 관한 글들은 봐왔어도
영화와 신화와 의학의 콜라보레이션은 처음이에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데,
이 책은 영화와 신화 덕후이자 의사인 저자의 눈에 보이는
영화 이야기 입니다.



<헤어질 결심>은 '운디네의 저주'라고도 불리는
'수면 중 불수의적 무호흡 증후군'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기생충>에서 파멸의 시작은
국문광의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한 기택네 가족의 행동 때문으로 해석하며
의학을 잘못 사용하는 반면교사같은 장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좀비 바이러스와 광견변 바이러스와의 유사성을
<올드보이> 속 상상 임신을 다루기도 하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조제가 걸을 수 없는 이유를 척수성 근위축증이라 추측하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의 어릴 때와 나이가 들어서 각각의 병명을 추측하기도 합니다.



제가 봤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신화나 의학 쪽의 지식이 없어서 지나쳐버린 장면들을
새로이 해석해주고 짚어 주니
영화의 내용도 더 풍성하게 다가오고 흥미로웠어요.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영화를 감상할 수 있고
영화로 의학적 지식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책이에요.



#영화관에간의사 #유수연 #믹스커피출판사 #원앤원북스
#영화 #신화 #의학 #문화 #교양

<너와 나의 퍼즐> 어린이~어른 모두에게 추천하는 그래픽노블

너와 나의 퍼즐
김규아 지음 / 창비 / 2024년 9월

- 볼로냐 라가치 상 수상 작가 김규아의 그래픽노블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는
생각보다 두껍고 큰 책이라 깜짝 놀랐고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요즘은 어린이책도 메세지가 깊고 진지하구나.' 싶어서 놀랐어요.


2038년을 배경으로 열 두살인 친구들, 특히
한쪽 팔이 로봇인 은오와 봉투 속 표정을 숨기는 지빈의
갈등과 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어요.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진 은오가
일기를 쓰고 할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상처를 극복하며 더 단단해지는 모습이
기특하고 대견했어요.

슬프고 힘든 순간도 결국
자신의 인생을 이루는 딱 맞는 퍼즐로 채워진다는 말이
뭉클하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큰 것 같아서 마음이 찌릿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그런 마음으로
언제나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상처를 받더라도 이겨내고 더 단단하게
자라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추천합니다!
-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 독자
- 섬세한 마음을 그려 낸 성장 만화를 좋아하는 모든 독자
- '자존감' '유대감'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는 선생님




#너와나의퍼즐 #김규아 #창비 #만화 #그래픽노블 #볼로냐라가치상 #성장만화

참지 않은 우리가 바꾼 역사

한국인은 참지 않아 - 10대가 알아야 할, 우리가 바꾼 역사
신서현 지음, 엄주 그림 / 풀빛 / 2024년 9월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을 잘 담아내면서도
아주 재치있게 표현을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참지 않는 한국인의 저항 정신이
아주 순기능적으로 작용한 역사적 사건들,
근현대사에 아주 중요한 사건들을
옳지 않은 일에 '다함께' 저항한 사건들로 엮어 소개한 책이에요.


📍
조선 사람들은 참지 않아_ 임진의병
농민들은 참지 않아_ 동학 농민 운동
일본 침략 참지 않아_ 항일 의병
식민 통치 참지 않아_ 3 · 1 운동
학생들은 참지 않아_ 광주 학생 독립운동
부정 선거 참지 않아_ 4 · 19 혁명
광주 시민들은 참지 않아_ 5 · 18 민주화 운동
군사 독재 더 이상 참지 않아_ 6월 민주 항쟁
민주주의 후퇴 참지 않아_ 촛불 집회


사건을 짧은 구절로 설명하는 소제목들도
정말 잘 뽑지 않았나요?

나라에 큰 위기가 생겼을 때, 옳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다함께 저항한,
그것도 민(民)들로부터 시작된 우리의 역사의 중요한 줄기를
이 책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어요.

10대들에게 이야기하는 나레이션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가독성도 좋고 더 이해하기 쉽고,
상징성을 담고 있는 그림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더군다나 학생들까지 나와서
그 저항에 참여한 사건은
아주 중요하고도 심각했을 거에요.
그런 순간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역사의 방향을 바꾸고 반전시킨 사건들을
이번 기회에 빠짐없이 정리해 보세요.



#한국인은참지않아 #신서현 #풀빛 #저항 #근현대사 #한국사

가깝고도 먼 나라 미국, 「미국을 안다는 착각」

미국을 안다는 착각 - 전 세계를 지배하는 진짜 힘의 실체는 무엇인가
김봉중 지음 / 빅피시 / 2024년 10월

“우리는 초강대국 미국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프롤로그의 제목이자 이 책의 근간이 되는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은 여러모로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이유로 우리는 미국을 꽤 가깝게 여긴다. 그러나 정작 나도 미국에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을뿐더러,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문화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마치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많은 매체들을 통해 익히 들어왔으나 그 실상은 잘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미국사를 가르친 한국인 교수, 이것으로 저자의 권위를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이 책을 펴낸 주요한 목적은 미국을 통해 우리를, 세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치, 경제, 지역, 사회, 문화라는 5개의 영역에 대한 30가지 이야기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모습에 대해 생생하고도 알기 쉽게 잘 풀어 설명해 두었다.

어느 나라건 그렇겠지만, 한 가지 분야는 또 다른 분야와 얼키고설켜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을 띤다. 그래서 한 나라를 자세하게 이해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이 책의 다양한 접근을 통해서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조금은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다. 자유, 헌법, 다양성 등의 주요한 가치를 지켜나간 결과 미국은 세계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고, 당분간은 계속해서 그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이후의 세계사의 흐름 또한 주요한 이슈에 대한 미국의 대처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미국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세계 정세에 발맞추어 우리의 삶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는 좋은 기초가 될 것이다.

#미국을안다는착각 #빅피시출판사 #김봉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