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달리다 - Hanna 단편집
Hanna 지음 / 책나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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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또 다른 애피소드들도 궁금해서 2편, 3편도 기다려져요.

#작가소개
Hanna ㅡ 10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하다 문득 마음이 움직여 웹툰 작가로 전직했습니다.

• 네이버웹툰 베스트도전 『연애일기』
• 네이버웹툰 단편.zip 「소년, 달리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는 거였어」
• 제19회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전 장려상 「용궁에서 온 손님」
• 현재 카카오웹툰 『용궁에서 온 손님』 연재 중
• 네이버웹툰 매일+ 『이중나선』 (글) 연재 

#줄거리 및 발췌

✅️소년, 달리다
존재감 없는 소년. 무엇을 하든 걱정부터 앞선다.
'내가 뭘 잘못 말한 걸까'
'돌아서서 미안하다고 말할까'
늘 주저하고 눈치보는 아이였다. 그와 달리 미국에서 전학 온 소녀. 존재만으로도 이미 모든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쁜 외모, 할 말하는 아이, 자신이 하고싶은 걸 하는 아이.
그 아이와 우연히 만났고, 내일 또 만나자는 말에 소년은 두근거렸다.

📍36,37
"사람은 생각보다 남한테 관심없어."
"아니야. 애들이 얼마나 뒤에서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게 어떻게 관심이야?
애들이 정말로 나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나를 제대로 알려고 했겠지.
아무도 제대로 질문을 하지 않았어."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는 거였어
가난한 대학생, 장학생이 되지 못해 또 무한 알바를 시작해야 한다. 삶이 힘들고 지친다. 희망도 보이지 않아 잠시 소개팅으로 시원한 바람 한자락 만들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폭탄이 나왔다.
역시 내 인생 뜻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은행에서 본 미소가 예뻤던 남자직원에게 미친 척하고 인사를 해봤다.
"저기요. 혹시 여자친구 있으세요?"
"네??" "지금 사귀는 분 있으시냐구요."
"아..저기...있습니다. 네." 😅😅😅😅😅😅

📍109,110
'나도 알고 있다구요.
비싼 돈 들여가며 학비 내고 자취하고 알바에 과제에 꾸역꾸역 따라가려고 하고는 있지만 학점은 변변찮고 앞으로의 미래는 더 변변찮을 거라는 거.'

✅️떨어뜨린 씨앗에서 봄이 싹튼다
젠장, 젠장, 젠장
뭘 나를 위한다는건데. 결국 엄마 마음대로 다 할거면서 내 생각따윈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방학을 한 당일 엄마는 또 다시 학원스케쥴을 읊어대신다. 엄마를 따라 내려가다 뒤돌아 내달려 갈 곳이라고는 교실 뿐이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던 곳에 그 아이가 있었다. 얇은 겉옷, 헤진 운동화, 부스스한 머리카락, 표정없는 얼굴의 같은 반일 뿐인 여학생.
그 날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눴으니 그 존재감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그 날 교실로 가지 않았다면 학년이 끝날 때까지 대화나눌 일이 있었을까.
그런 그 아이를 다음 날 또 만났다. 그렇게 새싹을 틔웠다.

📍p274
'인생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떨어뜨렸던 내 마음이
어떻게 그렇게 너한테 스며들어서
이렇게 싹을 틔우고 여기까지 와서 나에게 말해 주는 건지.
내가 전혀 무의미한 존재는 아니라는 걸.'

ㅡㅡㅡㅡ

이제껏 그래 왔듯이 만화도 무작정 시작한 다음 여기저기 부딪히며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작가님.
평범한 사람들이 타인과의 소소한 관계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다짐처럼 에피소드마다 깊은 여운이 남는다.

이 정도 로맨스가 딱 좋다는 초6 아들 눈엔 역시 그 속에 전하고픈 메시지 보단 알콩달콩 로맨스가 더 마음에 남는가보다. 🤭🤭🤭
'귀여운 것. 너도 딱 이 정도의 로맨스로 설레이고 따뜻하길 엄마도 바랄게.' 하며 슬며시 응원해본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주인공들. 그 아이의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닿아 살아갈 에너지를 채워주는 것이다.
에피소드마다 누구나 겪어보고 고민해 봤을 이야기들로 채워져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고 또 다른 에피소드들은 없나 검색해보게 되고 기다려지는 책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만큼 마음에 쏙드는 만.화.책.
중2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줬는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

#소년달리다
#Hanna
#단편집
#ㅁㄴㄹ
#ㅊㄴㅁ
#책나물
#미나리
#소소한우리이야기
#꿈과희망을말하는책
#서평후기
#완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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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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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위화작가님의 위트, 구수한 표현들이 함께한 소설 속에서 기구한 두 남녀의 일생이 눈물겨웠다.

#작가소개
위화 ㅡ 명실상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위화는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났다.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는 초기 실험성 강한 중단편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 제3세대 문학의 기수로 우뚝 섰다.
저서로는 <인생>,<허삼관 매혈기>,<형제>,<제7일> 등이 있다.

#줄거리
1️⃣그의 이야기
시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린샹푸. 그에게는 아름답고 어린 딸이 있다. 딸을 낳고 홀연히 사라져버린 아내. 샤오메이.
그렇게 린샹푸를 떠나버린게 두번째였다. 처음은 결혼하자마자 금괴를 챙겨 도망치듯 떠났고 이번엔 딸을 낳고 사라졌다.
샤오메이를 찾아 떠난 린샹푸와 젖 먹이 어린 딸.
그렇게 그는 그녀가 살고 있다는 원청을 찾아 길을 나섰다.
왜 그녀는 나와 딸을 두고 떠나야만 했을까. 함께 오손도손 살 수는 없었던 것일까.
2️⃣그녀의 이야기
돈이 필요해서 머물렀던 그의 집. 하지만 점점 머뭇거리게 됐다. 죄책감을 느낄 새도 없이 난 해야할 일을 했다. 금괴를 챙겨 도망치듯 그 집을 나섰다. 홀몸이 아닌 채 떠나왔다. 그의 아이까지 빼앗을 수 없다는 생각에 다시 찾아간 린샹푸의 집. 죽을 각오를 하고 돌아갔는데 그는 오히려 나를 안아줬다. 귀하게 여겨줬다. 딸을 낳았고 다시 떠나야할 시간이 온다. 하지만 딸이 눈에 밟히고 린샹푸가 마음에 밟혔다. "이대로 조금만 더."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나를 깨닫는다.
그 날 밤, 또다시 길을 나섰다.

#발췌
📌p79
"당신이 또 말도 없이 떠나면 내가 찾으러 갈 거예요. 아이를 안고 세상 끝까지 가서라도 당신을 찾을 거예요."
📌p139
길을 가는 내내 린샹푸는 린바이자에게 쉬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는 새로 아내를 맞지 않을 거라 린바이자에게는 형제자매가 없을 것이고 앞으로 그가 하는 모든 일은 린바이자를 위한 일이라고 했다. 어린 린바이자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말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서 린샹푸가 한마디 할 때마다 "응."하고 대답했다.
📌p182
또 다른 국민혁명군에게 가로막히자 시진으로 방향을 돌렸으며, 그 패잔병들이 가는 곳마다 살인과 방화, 약탈을 일삼아 주민들이 도망치고 있다고, 이 엄동설한에 주변 수십 리에서 피난민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거였다.
📌p375
"오늘부터 우리 두 사람은 의형제로서 복도 함께 누리고 고난도 함께 해쳐나간다.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어도 같이 죽기를 원하며, 누구든 딴마음을 먹으면 총으로 판결한다."
📌p572
그때 샤오메이의 눈에 입을 벌린 채 자신을 향해 방긋방긋 웃는 딸이 보였다. 하얀 앞니가 두 개 자라나 있었다. 샤오메이는 눈물을 흘렸다. 그 두 줄기 눈물이 그녀 몸에 남은 마지막 열기였다.

ㅡㅡㅡㅡㅡㅡㅡ

이 책은 585페이지의 장편소설이다. 낯선 지명과 이름들 때문에 '초반에는 애먹겠다.'라고 예상한 것을 뒤엎고 술술 잘 읽히는 '위화매직'을 경험했다. 어려움없이 한 번에 술술 읽히는 필력으로 가독성 최고였다.
시대적 배경이 말도 못하게 잔인하고 어려운 시기였음에도 틈틈히 웃음과 눈물을 짓게 하는 포인트들이 있어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했다.

중국의 청나라 말기에서 민국 초기까지의 배경을 삼고 있어서 전란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거기에 토비들도 기승을 부렸다.
패전병들과 토비들은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고, 그 속에서 살아내기 위해 발버둥쳤던 서민들의 모습과 억울함을 고스란히 녹여낸 소설이었다.
왜 위화를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표현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구구절절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인물들의 삶 속에 그 시대적 특징들을 눈물로 다짐으로 열의로 표현해냈다.

추천글에 이런 표현이 있다. "위화스러운 순간." 그 표현이 딱 와닿았다.
휘몰아치듯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울컥 차오르는 눈물때문에, 덧없는 웃음때문에, 지독하게도 순박한 그들때문에 책 읽기를 멈추게 되었다. 그 위화스러운 순간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쥐락펴락했다.
위화 작가님의 책이라는 이유로 이미 많은 분들에겐 읽어야 할 책으로 리스트 업 해두셨을지 모르겠다. 혹시 그렇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해봅니다.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서 읽어보고 쓴 찐 후기입니다.☆

#원청#위화#문현선옮김#푸른숲#중국소설#신간소설#장편소설추천#가독성최고#가제본서평단#서평후기#완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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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시대 - 하얼빈의 총성
이우 지음 / 몽상가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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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정의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시대배경에 따라 달라진다면 사람마다 믿고 따르는 정의를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있을까.

#작가소개
이 우 ㅡ 소설을 통해 우리 시대와 세대가 직면해야할 문제들을 그려내고자 한다. 2018년 데뷔작인 장편소설 『레지스탕스』 이후로 꾸준한 문학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소설집 『페르소나를 위하여』, 희곡작품 『정의의 시대』, 에세이집 『자기만의 모험』, 시집 『경계에서』 등이 있다.

#줄거리
의병 정의태. 1907년 대한 제국의 독립에 뜻을 품은 청년이다.
사제가 되려던 천주교인이었던 정의태는 의병이라는 삶을 선택하면서도 신앙적인 마음으로 늘 고민이 많았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 암살이란 임무를 위해 하얼빈으로 향했고 의지를 펼쳐 이토 히로부미를 처형했다.
대한제국 만세를 외치고 붙잡혔지만 그가 죽인 사람은 이토 히로부미가 아니었다. 혼란스러운 그는 살인을 한 것인가 의병으로서 마땅히 한 일인가 그 마음이 혼란스러워 하는데...

#발췌
📌p35
주님, 그동안 저는 불의를 위해서난 싸워왔습니다. 이제 저의 운명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은것 같습니다. 원수의 숨통을 끊는 순간, 제 삶의 소명은 이제 그 목적을 다한 것입니다. 그 이후, 차가운 감옥과 사형 선고가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저는 기쁘게 그 최후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61
의태 ㅡ 내가 했던 말? 그게 뭔데?
형두 ㅡ 네가 늘 말하곤 했잖아. 조선은 머지않아 멋진 자주국가가 될 거야, 라고.
의태 ㅡ 그래, 그날도 머지않았어.
📌67
의태 ㅡ 나는 살인을 한 게 아니야...나의 의병활동이 내 삶의 전부를 건 의병활동이 고작 살인으로 귀결돼서는 안 돼. 그렇게 돼서는 안 돼. 나는 의병이지 살인자가 아니야.
ㅡㅡㅡㅡㅡ✒️✒️✒️
정의태. 그는 독립의군의 중장이다.
천주교 신도로 사제가 되고자 했으나 일본의 만행으로부터 대한제국을 구해내는 것에 뜻을 세웠다. 그렇게 요셉이란 이름을 내려놓았다.
의병으로서의 삶이 정의태의 전부였다.
매국노 이완용 암살. 그는 실패하고 말았다. 총을 쏘지도 못한 채 돌아와서 깊은 생각에 빠지고 만다. 정의를 위한 살인이 과연 최선일까. 그 정의를 위하여 아내와 딸이 보는 앞에서 처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아직도 무엇이 정의인지 확신하지 못한 그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장군을 만나다는 소식을 접한다.
아직도 혼란스러운 그는 오로지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고 이번에 총구를 거두지 않고 정확하게 쏘았다. 하지만, 그가 암살한 사람은 이토 히로부미가 아니였다.

정의태를 정의로운 국민 영웅으로 사형하면 안된다는 일본은 살인자로 죽이려고 한다.
어머니와 미카엘신부를 접견하는 921이라는 이름의 정의태. 그 이름이 자신의 것이라며 오히려 벌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달가워한다.
어머니의 말씀들에 죄지은 아들을 용서해달라는 말 밖엔 할 수 없었던 정의태. 두손엔 삼베옷을 받아든다.
그 어떤 정의를 위해서라도 살인은 용납되어선 안된다는 미카엘 신부의 말엔 대한제국을 구할수만 있다면 십계를 어기고 지옥을 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자신을 변호하러 온 일본 변호사 다이스케의 감형 주장엔 그럴 수 없다며 자신의 독립의군 중장으로 전쟁포로로서 재판받게 해줄 수 있느냐고 말할 뿐이다. 사형집행을 선고받았을 땐 항소하지 않고 의병이란 이름으로 죽음을 맞겠다 한다. 자신이 지은 죄는 달게 받겠으나 의병으로 뜻을 남기겠다는 정의태의 주장은 굽힘이 없었다.

사형집행은 곧바로 진행되었고 어머니가 지어온 삼베옷을 입고 왼쪽 가슴에 '독립의군 중장 정의태'라고 직접 써넣고 의연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1907년 그의 행보로 1908년의 의병들은 대한제국의 독립이란 큰 뜻을 다졌고 그 목표는 1909녀,1910년....1919년 어느 날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정의태와 함께 했던 이들은 청산리의 푸른 들판에서 또 한번 뜻을 모아 함께하게 된다.

근현대사의 어떤 사건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고 한번에 읽어낼 수가 없다. 늘 억울하고 안타까운 우리 선조들의 모습에 숙연해짐은 당연하다. 그들의 고결한 의지와 굽히지 않는 행동력. 그것을 보는 것이 왜이리도 죄짓는 마음인지...그들의 뜻을 알고 이해하고 잘 살아주는 것이 자손들의 몫이라면 잘 살아내지 못하는 죄송함때문일까. 늘 마음 한 켠이 아린다.
초등고학년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이 함께 읽어보길 바란다.
#정의의시대#이우#몽상가들#의병정의태#이토히로부미암살#독립의군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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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베이비 - 제2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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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전당포에 맡겨진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은 화려했고 궁금했고 따뜻했다.

#작가소개
강성봉 ㅡ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원주에서 자랐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3년간 잡지 기자로 일하며 시장과 동네, 바닷가와 산골 사람들의 일상을 취재하러 다녔다.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만드는 출판사 편집자다.

#줄거리
나는 하늘이예요. 동하늘. 동해바다 동에 하늘.
왜 성이 할머니 성이냐고 물으면 그렇게 말하래요.
엄마, 삼촌, 할머니는 있지만 아빠는 없거든요.
저는 카지노에 도박하러 온 남자와 여자가 살림차려 낳은 카지노 베이비예요. 결국, 그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젖먹는 아기였던 저를 전당포에 맡겼어요.
"누가 뭐래도 넌 내 아들이야." 하며 허옇게 버즘 핀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엄마.
"그러니까 그래가지고 그게 그런 거라니까"라며 정신줄 놔버린 삼촌. 그 비밀은 나중에 알았지만 제정신으로 살기 힘든게 맞더라고요.
"돈이 최고여." 하는 할머니까지.
내 세상은 그렇게 꾸려졌어요.
집은 전당포, 세상에 나서 살고 있지만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그림자 아이.
그게 저예요.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발췌
📌p11
아빠는 나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 돈을 얼마나 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갚지 않은 건 확실하다. 열 살이 넘어서도 난 전당포에 있었으니까.
📌p27
나는 안다. 나처럼 비밀 많은 이이를 세상에서 뭐라고 부르는지. 바로 그림자 아이다.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존재하지 않는단 뜻이다.
📌p40
모를 것 같으면서도 알고, 몰라야 할 것까지도 아는 애들이지. 이상한 게 눈에 뵌다고 우기기도 하고. 그래서 막 헛소리도 하고.
📌p49
서로 다른 색들도 해가 지장산을 넘어갈 때면 황금빛 먼지가 내려앉아 모두 노랗게 보인다. 어디서부터 웨스트부다스이고 어디까지가 이스트지저스인지, 그리고 슬립시티는 어느 사이에 끼었는지 가르고 나눌 수 없다. 이곳은 모두 저 높은 지장산이 오랫동안 품어온 동네. 바로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ㅡㅡㅡㅡㅡㅡㅡㅡ
강원도 탄광촌에 카지노를 세우면서 지음촌은 광부를 전당포 사장으로, 카지노 딜러로, 호텔 청소부로 바꾸었다.
그 세상 속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의 모습에 빠져들게 되었다. 세상 누구보다 억척스런 동여사. 부족한 아들, 딸, 하늘이까지 할머니의 보살핌이 없었다면 아마도 카지노 거지들이 모여든 쪽박공원 근처에서 빌어먹고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하늘이의 시선으로 글이 쓰여있어서 속시원하게 간단명료한 글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엿듣고 그런걸까 유추하는 생각들을 짜맞춰가며 이야기를 완성시켜야 했다.
그래서 더 집중되는 이야기들.
할머니와 삼촌의 과거 속엔 한 동네가 변해가는 모든 흥망성쇠가 담겨있었고 그 속에선 도움을 준 이도 뒤통수 친 이도 모든 것을 말아먹은 실패도 있었다.

알지 못하는 어른들의 세상 속에 덩그러니 혼자서 살아야 했던 하늘이는 비록 학교도 못가고 진짜 엄마아빠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받고 자랐다.
사연이 있어 데리고 있어야 했던 아기였음에도 품어준 그들. 의지하며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 따수웠다.

한 동네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성장과 실패의 기록들. 진정한 가족을 찾아가는 성장드라마. 마지막에 가야 알게되는 큰 그림들이 몇가지 있는데 엄마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소재들과 탄탄한 이야기 속에 푹 빠져 읽었던 소설. 아이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그렇게나 험난했고 화려했으며 덧없었다.
하늘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 속엔 진정한 가족과 10살다운 삶이 함께하길 응원하며 읽은 책이었다.

#카지노베이비
#강성봉
#한겨레출판
#제27회한겨레문학상수상
#탄광촌에지어진카지노
#전당포에맡겨진아기
#탄탄한구성
#완성도높은이야기
#입체적인캐릭터들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후기
#완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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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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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순정만화 속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되서 울고 웃었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시간이었다.

#작가소개
가토 시게아키 ㅡ 1987년 오사카부에서 출생했다. 일본 아이돌 그룹 NEWS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2012년 1월 《핑크와 그레이》를 발표해 작가로 데뷔했다. 최근 연극 각본가로 데뷔하는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뽐내고 있다.
제42회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을 수상한 《얼터네이트》는 2020년 제164회 나오키상과 2021년 서점대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잡지 〈다빈치〉의 BOOK OF THE YEAR 2021에서 소설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오늘날의 일본 문학계를 석권하여 청춘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줄거리
'얼터네이트' 이 앱은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사용가능하고 졸업하면 사용하지 못한다. SNS로도 이용가능하고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핵심 기능은 '마음이 잘맞는 사람을 추천'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덕분에 다니는 학교 뿐만 아니라 전국의 고등학교 아이들과의 소통 및 매칭이 가능해졌다.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지켜보는 아이들은 호기심에 이 앱을 설치하게 된다.
그 앱을 아주 맹렬하게 믿고 사용하는 반 나즈. 그녀는 이 앱을 통해 무엇을 찾고 싶었던걸까.
이 앱을 통해 커밍아웃과 동시에 공개연애를 시작한 다이키. 많은 아이들의 관심과 우려 속에 알콩달콩 정다운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친구였던 유타카를 찾기 위해 앱을 사용한 나오시. 그는 결국 친구를 찾았고 또한 잃게 되었다.
그런 앱?? 난 사용안해. 딱히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는 이루루. 동경하는 미오선배를 따라 요리부 방과후 활동을 시작했고 고등학생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는 대회에도 출전한다. 작년에 이미 출전을 하고 혹평을 받은 그녀는 큰 두려움과도 싸워야했다.
다양한 십대들의 다양한 고민들이 샘물 샘솟든 생겨나고 그 모든 사연들의 마지막은.....


#발췌
📌p73
"슬펐어. 난 딱히 인기인이 되고 싶었던 게 아냐. 그저 날 드러내고 싶었을 뿐이야. 그야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기쁘잖아. 하지만 그게 첫째는 아니야.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해서 그걸 본 누군가가 기뻐해주면 기분이 좋겠다, 정도의 느낌이었어."
📌p109
"어쨌거나 난 기타를 싫어하기로 결정했어."
"바보야? 결정할 일이 아니잖아. 기타를 안 쳐서 오히려 머리가 이상해진 거 아냐?"
📌p153
"합리적이면서 지속적인 관계요."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해서 두 사람의 인간성의 어그러진 부분조차 딱 들어맞는, 그 사람 말고는 없다고 여겨지는 상대요."
📌p249
"그런데도 관두지 않았두나."
"그만두긴.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서 관두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을 남한테 도둑맞는 거잖아. 내 취향은 내가 지킬 거고 누구도 빼앗을 수 없어."
📌p263
"대상에게 변화하기를 원하고, 안정담을 타파하려는 요구가 점점 강해지고, 상대는 기대에 부응하기 힘들어지고, 그러다 충동해서 참을 수 없어져서 끝나지."

ㅡㅡㅡㅡㅡㅡㅡ

한편의 순정만화를 보는 듯 했다. 십대의 우정, 사랑, 꿈, 좌절, 도전이 총망라한 소설이었다.
아이돌이라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작가님이셔서 인지 앵글이 돌아가는 느낌이 나는 장면들이 많았다.

살랑살랑 바람부는 다리 위, 까만 밤 조그마한 고양이 한마리가 유유자적 걷는 모습, 그리운 친구를 만나러 온 학교 앞 등 장면을 그려낸 솜씨에 어색하지 않은 대화들로 당장 화면에 담아도 손색이 없는 글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엔메이학원고등학교 교정을 이리저리 누비는 주인공들 모습을 따라 사연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학창시절의 로망이 그려졌다.

얼터네이트로 뭉쳐진 아이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잔잔한 사건들은 미소짓게 했고 안타깝게 했고 설레게 했고 화나게 했다.
랜상에서 이뤄지는 인친 관계가 많은 요즘이라는 시대상을 비추고 있는 소설.
학원물이라는 것만 빼면 작은 사회 하나가 눈 앞에 펼쳐졌다. 어른들이 모인 지역카페 속에서도 그 비슷한 모습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 설킨 아이들의 사건들이 마지막 장에서 크로스되며 해소되는 장면에선 짜릿한 쾌감이 일었다. 주책맞게 웃으면 울게되는 마지막장이었다.

전체관람가 가족영화 보고 흐뭇하게 엔딩크레딧 보는 기분으로 후기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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