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과학 실험 학교 - 재미있게 놀면서 과학력이 자라는
마에마마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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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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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왜 파래요?"
"물은 왜 얼어요?"
"비누 거품은 왜 생겨요?"

하루에도 몇 번씩 질문이 쏟아진다. 어른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모두 신기한 발견이다.

아이와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간단한 실험을 해 본 적 있다. 실험을 하는 동안 아이의 눈은 동그래지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깔깔 웃고, 성공하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좋아했다. 나는 실험 자체보다 아이의 표정이 더 재미있었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함께 이유를 찾아가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집에서도 이런 경험을 자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법의 과학 실험 학교>>를 보면서 바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은 과학을 가르치려는 책이라기보다 신기한 일을 함께 경험해 보는 책에 가깝다. 집 안에 있는 재료들로 직접 실험을 해보고, 눈앞에서 변화를 확인하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를 알아가는 방식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좋았던 건 실험들이 생각보다 훨씬 쉽다는 점이었다.

과학 실험이라고 하면 시험관이나 복잡한 도구부터 떠오르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준비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험을 시작할 수 있고, 평범한 물건들이 새로운 놀이 도구이자 실험 재료로 변한다.

책을 읽으며 아이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실험도 해보았다. 처음에는 우유와 생크림이 그냥 액체일 뿐이었는데, 얼음 위에 특정 재료를 넣고 흔들자 조금씩 질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연신 통을 흔들며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해했다. 무엇을 넣어야 이런 변화가 생기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결과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들이 더 흥미롭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금이 신기한 모양으로 움직이는 실험을 보며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책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런 움직임이 생기는지 설명해 주고, 같은 원리를 다른 실험에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마술처럼 보이는 현상의 비밀을 알려주는 셈이다.

실험마다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다. 혼자 해볼 수 있는 실험부터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실험까지 구분되어 있어 아이가 직접 골라보기에도 편하다. 주의사항과 응용 실험까지 함께 소개되어 있어 하나의 실험이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과학은 직접 해봐야 재미있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한 일들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실험 하나를 끝내고 나면 아이들은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또 다른 도전을 찾는다.

"엄마, 이것도 해볼래요."

그 모습이 마치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아이 같아 절로 웃음이 났다.

이 책은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놀이처럼 즐기며 과학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부모에게도 잘 어울린다. 함께 실험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도 추천한다. 질문을 발견하고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거창한 연구실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식탁 위에서도, 주방에서도, 거실 바닥에서도 시작된다. <<마법의 과학 실험 학교>>는 그 사실을 가장 재미있게 보여주는 책이라 적극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글송이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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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아밀(김지현) 옮김 / 허블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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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일까. 가장 편안한 사람에게 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일까. 서로의 공간을 조금 더 공유하는 관계일까. 아니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감정일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이 있다는 사실만 가끔 확인하면 충분한 걸까.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 끝에서 <<네 사랑을 먹어라>>를 만났다.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좋아하는 사람을 자꾸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정도는 누구나 품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 조금씩 커져서 상대를 전부 가지고 싶어진다면 어떨까.

이야기는 서른셋의 셸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결혼을 준비하거나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셸은 파혼과 실직을 겪은 채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공간인데도 어딘가 불편하고, 친구들의 안부 문자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꽃집에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네브를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가가 있다.
허기에 시달리는 식물.
사람을 먹고 싶어 하는 식물.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식물.

처음에는 식물 호러인가 싶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니. 그런데 읽을수록 무서운 건 식물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이었다.
아가는 네브를 사랑한다. 너무 사랑해서 자신 안으로 들이고 싶어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남김없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읽다 보니 문득 생각하게 됐다.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일까.
상대를 위한다는 말로 통제하고, 아낀다는 이유로 붙잡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소유하려는 마음은 정말 사랑일까.

아가는 분명 괴물이다. 하지만 그 욕망은 놀라울 만큼 인간적이다. 그래서 무섭다. 사랑을 이야기하는데도 섬뜩하고, 섬뜩한 장면을 읽는데도 사랑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든다.

셸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끌렸던 건, 어쩌면 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셸은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친구들의 삶을 보며 뒤처졌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욕망은 뒤로 미뤄둔다. 어디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반면 아가는 다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집요하게 움직인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원하는 것을 향해 뻗어가는 식물과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인간.
그 대비가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읽기 전에는 기괴한 식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사랑 이야기였고, 외로운 청춘의 이야기였고,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쇠락해 가는 쇼핑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기대고 상처 주고 다시 붙잡는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래서 장르는 호러였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들의 상황에 따른 심리변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심리 묘사가 깊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독특한 설정의 호러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 이 서평은 허블(@hubble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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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보는 변호사 - 전직 검사가 법전 대신 만세력부터 펼친 이유
안종오 지음 / 노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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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사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만세력을 줄줄 읽거나 오행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새해가 되면 운세를 찾아보고, 궁합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귀가 쫑긋해지는 정도다. 누가 "너는 물이 많네", "금 기운이 강하네" 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딱 그 정도의 관심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늘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다. 요즘은 MBTI를 묻고, 그 전에는 혈액형 성격론이 유행했다. 또 어떤 사람은 띠나 별자리로 성향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간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궁금하긴 하다.

그러다 <<사주 보는 변호사>>를 만났다.
사실 처음에는 제목이 더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가 사주를 본다고?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았다. 검사와 변호사라면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사주라니. 솔직히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 역시 비슷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오랜 시간 법조계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만났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를 반복해서 보게 된 것이다.
"왜 어떤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어떤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그 질문을 따라가다 저자가 만난 것이 사주 명리학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책이 사주를 신비한 예언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를 맞히는 기술이라기보다 사람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도구로 설명한다.

특히 좋았던 점은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던 개념들을 어렵지 않게 설명해준다는 점이었다.
식신, 상관, 관성.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냥 사주를 볼 때 나오는 어려운 용어 정도로만 생각했다. 표현하는 힘, 돈을 벌어내는 방식,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처럼 일상과 연결해 설명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점점 궁금해졌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사람을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주가 이렇다고 해서 인생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흐름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관점은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 매매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사람, 중요한 재판을 앞둔 사람, 사업 계약을 고민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순히 사주 풀이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선택과 결과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이를 자동차와 도로에 비유한다. 타고난 기질은 자동차이고 운은 그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라는 것이다. 스포츠카라도 비포장도로에서는 힘을 못 쓰고, 평범한 차라도 좋은 길을 만나면 멀리 갈 수 있다.
나는 늘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기대만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도 자동차가 문제가 아니라 도로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건 아닐까.

책을 덮고 나니 이상하게도 미래가 궁금해진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궁금해졌다. 내 사주는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은 밀어붙여야 하는 시기일까, 잠시 숨을 고를 시기일까. 저자가 소개한 사례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러운 질문이 따라왔다. 누가 내 만세력을 펼쳐놓고 지금은 어떤 시기인지 한번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주 보는 변호사>>는 운명을 맞히는 책이 아니다. 대신 나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선을 건네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답인지도 모르겠다. 사주에 관심은 있지만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사람, 또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노들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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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섬 - 훼손당한 자
표창원 지음 / &(앤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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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에든 악플을 만나게 된다. 악플을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독을 품고, 한 줄 한 줄 칼날 같은 말을 남기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인터넷을 하다 보면 그런 장면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누군가는 웃자고 쓴 댓글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 말 한마디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걸까.

연예인들이 악플러를 고소했다는 기사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선처는 없다"는 강한 말 뒤에는 얼마나 큰 상처가 있었을까. 나를 향한 비난도 힘들 텐데 가족까지 들먹이며 공격하는 댓글을 본다면 얼마나 두렵고 괴로울지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표창원의 <<쓰레기섬: 훼손당한 자>>는 바로 그 문제를 다룬 소설이었다.

이야기의 출발은 강렬하다. 한 남자가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피해자는 오랫동안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글을 써 온 인물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범인은 사건 현장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서를 남기고, 수사팀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읽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지 않아 궁금증의 방향이 달라졌다.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왜 그랬을까가 더 궁금해졌다. 물론 살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범인은 왜 자신의 인생까지 걸어가며 이런 일을 벌였을까. 무엇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이 진행될수록 그 질문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 이 책은 범인을 찾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어떤 생각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현실감이었다. 책 속에 나오는 문제들이 너무 익숙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 확인되지 않은 정보, 조회 수를 위해 만들어지는 콘텐츠, 댓글 창에 쏟아지는 비난. 굳이 뉴스를 틀지 않아도 매일 마주치는 풍경들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데 자꾸 현실이 겹쳐 보였다. 허구를 읽고 있는데도 현실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수사 과정도 흥미롭다. 범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단서를 연결하며, 사건의 숨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장면들은 단순한 추리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범인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전직 프로파일러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답게 사건의 흐름과 심리 분석이 설득력 있게 맞물리며 높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사건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당신의 문장은 결백한가."
나 역시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한 적은 없었는지, 무심코 쓴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문장이었다.

빠르게 몰입되는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사회문제를 다룬 묵직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 그리고 온라인 세상에서 말과 글의 책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책. 내게 <<쓰레기섬: 훼손당한 자>>는 그런 소설이라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넥서스(@nexus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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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몸 어디에 눈물이 그리 흔한지 ㅣ 걷는사람 소설집 24
김종광 지음 / 걷는사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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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아버지 탓이에요.’
처음 그 문장을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덜컥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툭 내뱉는 투정 같은 말. 그런데 그 한마디 안에 서운함도 있고, 그리움도 있고, 평생 못다 한 말까지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죽은 아버지와 살아 있는 아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니. 처음엔 조금 낯설었는데, 몇 장 넘기다 보니 정말 두 사람이 눈앞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실과 꿈 장면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점차 쌓아가는 구성이라, 또 어떤 사연이 공개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는 원래 오래된 시대극을 좋아한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인데도, 지금 내 삶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는 건 힘들고, 사람때문에 상처받는 건 똑같다'는 사실이 묘한 위안이 된다. 살다보면 그들처럼 웃을 날이 올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전쟁이 지나간 뒤,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했던 시절의 농촌 이야기다. 농촌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다. 많이 낳아야 했고, 참고 살아야 했고, 동네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다 알고 지내던 시간들.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장면들을 보면서 엄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재건 운동이나 4H 활동 같은 이야기는 새마을운동만큼이나 낯선 단어지만, 이 소설 안에서는 사람들 사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마을 일에 괜히 열심이고, 누군가는 체면 차리느라 허세를 부리고, 또 누군가는 속으로 끙끙 앓는다. 다양한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스토리에 빠져 울고 웃다가 피식하고 웃게 되는 포인트도 많아 읽는 재미가 있다. 시골 사람들 특유의 툭툭 던지는 말들이 왜 이렇게 웃긴지. 그런데 또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한다. 그 시대 사람들이 참고 살아온 시간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사건이 없어도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소설. 한 사람의 인생을 천천히 따라가게 한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그 시대의 삶을 상상하며 울고 웃게된다.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지친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이야기 속엔 삶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엄마의 이야기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살아 숨셨다.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땐 왜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역사책 속 몇 줄보다 훨씬 생생하게 그 시절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토지"처럼 긴 호흡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걷는사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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