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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몸 어디에 눈물이 그리 흔한지 ㅣ 걷는사람 소설집 24
김종광 지음 / 걷는사람 / 2026년 4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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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아버지 탓이에요.’
처음 그 문장을 읽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덜컥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툭 내뱉는 투정 같은 말. 그런데 그 한마디 안에 서운함도 있고, 그리움도 있고, 평생 못다 한 말까지 다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죽은 아버지와 살아 있는 아들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니. 처음엔 조금 낯설었는데, 몇 장 넘기다 보니 정말 두 사람이 눈앞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현실과 꿈 장면이 교차되면서 이야기를 점차 쌓아가는 구성이라, 또 어떤 사연이 공개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는 원래 오래된 시대극을 좋아한다. 아주 오래 전 이야기인데도, 지금 내 삶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는 건 힘들고, 사람때문에 상처받는 건 똑같다'는 사실이 묘한 위안이 된다. 살다보면 그들처럼 웃을 날이 올 것만 같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전쟁이 지나간 뒤,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했던 시절의 농촌 이야기다. 농촌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그곳에 터를 잡은 사람들의 삶도 엿볼 수 있었다. 많이 낳아야 했고, 참고 살아야 했고, 동네 사람들이 서로의 삶을 다 알고 지내던 시간들. 어떻게 살았을까 싶은 장면들을 보면서 엄마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은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재건 운동이나 4H 활동 같은 이야기는 새마을운동만큼이나 낯선 단어지만, 이 소설 안에서는 사람들 사는 풍경으로 남아 있다. 누군가는 마을 일에 괜히 열심이고, 누군가는 체면 차리느라 허세를 부리고, 또 누군가는 속으로 끙끙 앓는다. 다양한 인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 장면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며 읽을 수 있었다.
스토리에 빠져 울고 웃다가 피식하고 웃게 되는 포인트도 많아 읽는 재미가 있다. 시골 사람들 특유의 툭툭 던지는 말들이 왜 이렇게 웃긴지. 그런데 또 무심하게 던진 한마디에 울컥하기도 한다. 그 시대 사람들이 참고 살아온 시간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엄청난 사건이 없어도 계속 책장을 넘기게 되는 소설. 한 사람의 인생을 천천히 따라가게 한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그 시대의 삶을 상상하며 울고 웃게된다.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에 지친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었다. 이야기 속엔 삶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그때 그 시절을 살아온 엄마의 이야기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서 살아 숨셨다.
부모 세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땐 왜 그렇게 살아야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역사책 속 몇 줄보다 훨씬 생생하게 그 시절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토지"처럼 긴 호흡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걷는사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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