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섬 - 훼손당한 자
표창원 지음 / &(앤드)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어떤 글에든 악플을 만나게 된다. 악플을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할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독을 품고, 한 줄 한 줄 칼날 같은 말을 남기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인터넷을 하다 보면 그런 장면을 너무 자주 보게 된다. 누군가는 웃자고 쓴 댓글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표현의 자유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그 말 한마디는 아무 일도 일으키지 않는 걸까.

연예인들이 악플러를 고소했다는 기사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선처는 없다"는 강한 말 뒤에는 얼마나 큰 상처가 있었을까. 나를 향한 비난도 힘들 텐데 가족까지 들먹이며 공격하는 댓글을 본다면 얼마나 두렵고 괴로울지 쉽게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표창원의 <<쓰레기섬: 훼손당한 자>>는 바로 그 문제를 다룬 소설이었다.

이야기의 출발은 강렬하다. 한 남자가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피해자는 오랫동안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글을 써 온 인물이었다. 그리고 비슷한 사건들이 이어진다. 범인은 사건 현장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서를 남기고, 수사팀은 그 흔적을 따라가며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서 읽었다. 그런데 몇 장을 넘기지 않아 궁금증의 방향이 달라졌다.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왜 그랬을까가 더 궁금해졌다. 물론 살인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범인은 왜 자신의 인생까지 걸어가며 이런 일을 벌였을까. 무엇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소설이 진행될수록 그 질문은 점점 커졌다. 그래서 이 책은 범인을 찾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어떤 생각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현실감이었다. 책 속에 나오는 문제들이 너무 익숙했다. 자극적인 기사 제목, 확인되지 않은 정보, 조회 수를 위해 만들어지는 콘텐츠, 댓글 창에 쏟아지는 비난. 굳이 뉴스를 틀지 않아도 매일 마주치는 풍경들이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데 자꾸 현실이 겹쳐 보였다. 허구를 읽고 있는데도 현실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수사 과정도 흥미롭다. 범죄자의 행동을 분석하고, 단서를 연결하며, 사건의 숨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촘촘하게 이어진다. 특히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장면들은 단순한 추리소설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범인이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따라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전직 프로파일러의 경험이 녹아든 이야기답게 사건의 흐름과 심리 분석이 설득력 있게 맞물리며 높은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사건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당신의 문장은 결백한가."
나 역시 인터넷에서 누군가를 쉽게 판단한 적은 없었는지, 무심코 쓴 말로 누군가를 다치게 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문장이었다.

빠르게 몰입되는 범죄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사회문제를 다룬 묵직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 그리고 온라인 세상에서 말과 글의 책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재미있게 읽었는데도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책. 내게 <<쓰레기섬: 훼손당한 자>>는 그런 소설이라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넥서스(@nexus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쓰레기섬 #표창원 #넥서스#장편소설 #국내소설 #악플 #범죄소설
#신간 #책추천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서평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