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 - 노인정신의학 전문의가 발견한 마음 노화의 비밀
와다 히데키 지음, 김세원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부모님이 어느덧 75세를 넘으셨다. 나이가 들면서 아픈 곳도 하나둘 늘어나니 자식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치매다. 엄마와 아빠도 나이가 들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치매라고 말씀하실 정도다.

그래서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라는 제목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치매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사실은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말일까.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나는지, 치매를 늦추고 뇌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도 궁금했다.

와다 히데키는 35년 동안 6천여 명의 고령자를 진료하며 치매와 노년기 우울증을 구별해왔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식욕이 줄고,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치매뿐 아니라 우울증의 가능성도 살펴볼 수 있다. 치매는 대체로 서서히 진행되지만 우울증은 짧은 기간에도 증상이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우울증을 ‘노화의 방아쇠’라고 표현한 부분이다. 우울하면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줄어든다. 대화나 독서처럼 뇌를 쓰는 활동도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반대로 우울증을 일찍 발견하고 치료하면 다시 일상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남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을 대하는 말도 돌아보게 됐다. “힘내”, “나도 힘들어”, “더 힘든 사람도 있어”라는 말은 위로하려고 꺼낸 말이어도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힘을 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태인데 의지를 더 내라고 하면 오히려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존재 자체를 소중하게 여겨주는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예전에 나도 마음이 지칠 때 누군가의 무심한 한마디에 오히려 더 힘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내가 예민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책에서 마음이 힘들 때는 평소와 같은 말도 다르게 들릴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님의 행동이 예전과 달라졌을 때도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하고 무심하게 표현하지 말고, 좀 더 다정한 리액션이 필요하다 생각됐다.

치매를 예방하고 뇌 건강을 지키는 방법도 궁금했는데,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은 의외로 소박했다. 오전에 햇빛을 쬐고, 하루 3,000보 정도 걷고, 책이나 영화로 감정을 자극하는 것처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나 역시 집에서 어두운 조명을 켜놓고 지내는 날이 많았는데, 책을 읽으며 낮에는 밝게 생활하고 밤에는 어둡게 쉬는 생활부터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에게 비슷한 변화가 생긴다면 나도 치매부터 걱정하지 않고 우울증이라는 가능성을 함께 떠올려볼 것 같다. 부모님의 치매가 걱정되는 사람이나 노년기 우울증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 이 서평은 흐름출판(@nextwave_pub)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치매인줄알았는데우울증 #와다히데키 #흐름출판#노년기우울증 #노인우울증 #치매 #치매예방 #뇌건강 #노년기건강 #우울증 #우울증관리 #마음건강 #부모님건강 #부모님치매 #건강관리 #독서 #책리뷰 #서평 #책추천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은 따로 있습니다 - 뇌과학에서 찾은 사춘기 사용 설명서
홍순범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운다. 처음에는 먹이고 재우는 일부터 시작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와 친구 문제를 고민한다.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 같은 아이인데도 예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뇌과학으로 설명하는 사춘기 사용 설명서’라는 소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연했던 터라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은 따로 있습니다』를 읽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엄마에게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가 달라졌는데 부모가 그 변화에 맞는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이라는 관점이 오히려 위로가 됐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주변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요즘 아이가 너무 예민해졌다”, “무슨 말만 하면 짜증부터 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나 역시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유를 묻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당황했던 적이 있다. 책에서 사춘기의 변화를 바라보는 관점을 접하고 나니 아이의 반응을 무조건 고쳐야 할 행동으로만 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기의 뇌는 아직 발달하는 과정에 있고, 감정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계속 자라는 시기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고 나니 아이가 갑자기 화를 낼 때 나도 모르게 따라 올라가던 감정부터 조금 내려놓게 됐다. 아이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알고 나니 이전보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볼 여유도 생겼다.

특히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을 설명한 부분이 기억에 남았다. 만 11세 전후부터는 눈앞에 있는 사실만 가지고 판단하는 데서 벗어나 자유나 공정함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아이의 ‘왜?’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말대꾸부터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숙제부터 해”라고 하면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하던 아이가 이제는 “왜 지금 해야 하는데?”라고 묻는다. 그때는 또 말대꾸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다시 떠올려보니, 예전과 달리 자기 생각을 가지고 내 말에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 것이 저자가 제안하는 대화법이었다. 아이의 말을 듣고 생각을 넓혀주는 3단계 대화법, 감정을 먼저 살피는 감정 대화법, 아이의 속도에 맞춰 한 걸음씩 다가가는 잔걸음 대화법이 인상적이었다. 정해진 말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아이의 상황과 감정을 살피면서 다음 말을 찾아가는 방식이라 실제 생활에서도 활용해보고 싶었다.

사실 나는 아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고쳐주려고 했다. 아이가 말을 거칠게 하면 태도부터 지적했고, 부모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설득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쩌면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전에 내가 먼저 배워야 할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아직 배우지 못한 것뿐이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어느 순간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 아이들.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 다시 가까워지려면 나 역시 예전의 방법만 고집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아이가 변한 만큼 나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들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오늘도 나는 배운다.

사춘기 아이의 달라진 말과 행동이 낯설게 느껴지는 부모에게 추천하고 싶다.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고 애쓰기 전에, 달라진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배우고 싶은 부모에게 잘 맞는 책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포레스트북스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춘기아이와대화하는법은따로있습니다 #홍순범 #포레스트북스#사춘기대화법 #사춘기육아 #사춘기부모 #청소년기 #뇌과학 #청소년뇌 #피아제 #인지발달 #형식적조작기 #3단계대화법 #감정대화법 #잔걸음대화법 #부모공부 #엄마공부 #자녀와의대화 #사춘기소통 #육아책 #자녀교육 #부모교육 #육아도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문득 소외감을 느끼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이런 고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피하기보다 잘 다루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 감정을 그림으로 그리면 어떤 모습일까. 글과 이야기로 표현한다면 아마 제2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담긴 작품들과 닮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적인 이야기,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 나 역시 경험하고 지나쳤던 감정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잊고 있던 마음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조용한데도 지독하게 외롭게 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작품은 대상 수상작 박솔뫼의 「사과」다. 애리와 선호가 만나고 멀어지는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만큼이나 주변의 풍경과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잠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멀어진다.

「사과」를 읽으며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보다 자신의 존재가 제대로 닿지 않는 듯한 감각이었다. 외면과 무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나 깊은 곳까지 외롭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했다. 누구나 한 번쯤 소외감을 경험하지만, 같은 감정도 어떤 상황에서 겪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은 장희원의 「영주」를 읽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과거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을 다시 찾아가는 영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처음에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복수의 방법보다 오랫동안 자신의 고통을 혼자 견뎌온 사람의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일일업무 보고서」에서는 사고 이후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 어려워진 세진의 하루를 따라간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하악」에서는 장애가 있는 동생과 완벽한 외모의 사촌을 바라보는 자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생각했다. 남을 향했던 시선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나의 빈 묘에」는 이 작품집에서 가장 통쾌하게 읽었다. 반려동물의 죽음과 가족묘라는 소재가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전통을 중요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준이 정말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이 작품에서는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거 점 된다」는 조금 엉뚱하고 기묘해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다른 작품과는 결이 달랐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작품의 인물들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껴난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여섯 작품을 읽고 나니 「사과」의 애리와 선호가 가장 오래 떠올랐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자 남겨져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불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 역시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사람들의 표정이나 침묵에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아주 잠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애리와 선호처럼 잠시 스쳐 지나간 관계도 어느 순간에는 분명 ‘우리’였을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짧은 순간들을 여러 번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마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하나씩 떠올랐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외로움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의 여섯 작품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갔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오래 남을 작품집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외로움을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일상 속 소외와 고독을 담담하게 풀어낸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이효석문학상수상작품집2026 #북다#박솔뫼 #성혜령 #임솔아 #장희원 #정기현 #황시운
#한국문학 #현대문학 #단편소설 #소설추천 #문학추천 #외로움 #소외 #고독 #사람과관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 - 마녀는 X와 죽기로 했다
미나미 아소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추리소설을 읽을 때 나는 범인을 맞히는 것보다 작가가 어떻게 나를 속였는지를 확인하는 순간이 더 짜릿하다. 그래서 저택, 밀실, 연쇄살인에 타임루프까지 붙은 <<영겁관 초연속 살인 사건>>의 결말이 궁금했다. 대체 몇 번이나 회귀해야 진실에 닿을 수 있을까.

“내 눈을 끝까지 바라봐 줘.”
소설은 이 문장으로 시작된다.

몰락한 귀족 가문의 장남 히스클리프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3년 만에 영겁관으로 돌아온다. 열다섯 살에 이곳을 떠난 뒤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던 집이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장례와 유언장 공개를 위해 저택에 머물게 된 히스클리프 앞에는 눈먼 여동생 코델리아와 숙부, 사촌, 집사장과 하녀, 목사, 어머니의 친구, 사립 탐정, 그리고 동반의 마녀 릴리까지 열한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

절벽 위에 세워진 영겁관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가문의 시조가 속세를 떠나고 싶었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눈물은 영겁토록 마르지 않으리라’라는 의미를 가진 저택의 이름조차 복선이었을까.

여기에 3년 전 아버지의 죽음을 타살이라고 의심하는 사립 탐정 자이로 다이스까지 나타난다. 과거의 죽음과 현재의 장례, 그리고 어머니가 남긴 유언장이 한 공간에서 얽히기 시작한다.

영겁관은 폭풍우로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며, 클로즈드 서클 조건이 완성된다. 여동생 코델리아가 밀실에서 살해되고, 릴리까지 죽음을 맞는 살인 사건.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고립된 저택 미스터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릴리에게는 죽으면 하루 전으로 돌아가는 ‘회귀’와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친 사람을 함께 데려가는 ‘동반’이라는 저주가 있다. 이 저주로 릴리의 죽음은 사건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 된다.

릴리가 죽고 히스클리프와 함께 하루 전으로 돌아가면 같은 사건을 다시 겪지만 결과는 조금씩 달라진다. 어젯밤 죽었어야 할 코디가 살아 있고, 누군가의 선택이 바뀌면 죽는 사람도 달라진다. 범인처럼 보였던 사람이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하루를 다시 살아가며 타임라인의 변화와 새로운 단서를 따라가다 보니 결말이 궁금해서 멈출 수가 없게 된다.

회귀할 때마다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니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읽힌다.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말과 행동이 다른 세계관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초반에 스쳐 지나간 작은 단서가 뒤에서 연결될 땐 흥미진진하다.
'오, 그래서 그랬구나.’

나도 히스클리프처럼 몇 번이나 범인을 추측하고 가설을 세웠다. 그런데 사건이 반복될수록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더 복잡해진다. 한쪽에서 퍼즐을 맞추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조각이 나타나는 느낌이라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사건의 증거와 증언을 수집하며 범인을 추리하는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같은 사건을 여러 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험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내 눈을 끝까지 바라봐 줘.”
혹시 릴리는 아직도 어제를 살고 있지는 않을까. 이미 끝난 작품이지만, 괜한 상상력을 펼쳐본다.



>> 이 서평은 블루홀식스(@blueholesix)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영겁관초연속살인사건 #미나미아소부 #블루홀식스#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본격미스터리 #타임루프 #밀실살인 #밀실미스터리 #연쇄살인 #클로즈드서클 #저택미스터리 #회귀소설 #추리소설추천 #미스터리소설추천 #독서기록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갇힌 소녀
브렌다 데이비스 지음, 유영일 옮김 / 올리브나무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서평


>>
시대가 정한 기준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1939년 영국의 열일곱 살 노라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는다. 당시 미혼모를 바라보던 사회의 시선은 냉혹했고, 노라는 ‘정신결함법’에 따라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가족과 자유를 잃고 사회에서 격리된 것이다. 이후 노라에게 펼쳐지는 시간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세월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긴 감정은 분노였다. 한 사람을 이렇게 오랫동안 가둘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답답했다. 부모라면 딸을 지켜주는 것이 맞지 않은가. 국가가 만든 제도라면 그 안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노라의 삶에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함마저 현실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며 사는 또 다른 불합리함도 존재했다. 오랜 시간 통제된 생활을 하다 보니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는 것보다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게 된다. 노라가 ‘길들여진 토끼’처럼 행동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면 그 안에 갇힌 사람은 자신의 상황이 잘못됐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섬뜩했다.

노라에게 변화가 찾아오는 과정에서는 정신과 의사 자넷의 존재가 크게 다가왔다. 자넷은 노라를 환자로만 바라보지 않고 한 사람의 이야기부터 들으려 했다. 오랫동안 제대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노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생긴다는 것은 큰 변화였다.

사람들에겐 때로 내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 노라에겐 자넷과의 만남이 그랬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괜히 마음을 다칠까 봐 벽부터 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밀어내기만 한다면 그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 기회조차 놓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이럴 수 있지?’

초반에는 노라가 겪는 일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후반에 44년이 넘는 시간을 빼앗겼는데도 노라가 자신의 삶을 다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벅찼다. 타인이 그녀의 삶을 흔들 수 있어도, 그녀가 누구인지는 흔들 수 없었다.

브렌다 데이비스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영적 치유자로 오랫동안 상처받은 사람들을 만나왔으며, 78세에 처음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저자의 글은 감정을 크게 끌어올리기보다 인물이 지나온 시간을 따라가게 해서 오히려 그 안의 외로움과 아픔을 느끼게끔 만들었다.

이 소설은 오랜 세월 마음을 닫고 살아야 했던 노라와, 노라를 만나 자신의 삶까지 돌아보게 되는 자넷의 이야기가 함께 그려진다. 누군가의 삶에 손을 내미는 일이 상대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노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잃어버렸던 삶을 조금씩 다시 받아들이는 과정이 극적으로 표현되지 않아 좋았다. 오랜 시간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고, 그동안 품고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마주하면서 변해갔다. 결국 마음의 상처는 스스로가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자신의 삶을 빼앗겼던 노라가 다시 사람을 믿고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상처받은 사람이 다시 마음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도 생각하게 됐다. 노라와 자넷의 이야기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작해 맞물려가는 구성이 좋았고, 두 사람의 만남이 각각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도 인상 깊었다.

시대의 억압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흔들렸는지, 그 사람이 어떻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는지 궁금한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상처와 치유, 사람 사이의 만남을 중심으로 천천히 이야기가 깊어지는 노라와 자넷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께도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올리브나무(@olive.tree.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갇힌소녀 #브렌다데이비스 #올리브나무#정신결함법 #영국소설 #소설추천 #감동소설 #치유소설 #인간의존엄 #상처와치유 #사랑과희망 #노라 #정신병원 #미혼모 #시대의억압 #인간의삶 #책추천 #소설리뷰 #독서기록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