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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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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문득 소외감을 느끼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어쩌면 이런 고독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피하기보다 잘 다루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 감정을 그림으로 그리면 어떤 모습일까. 글과 이야기로 표현한다면 아마 제27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에 담긴 작품들과 닮아 있지 않을까 싶다. 일상적인 이야기,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것 같은 이야기, 나 역시 경험하고 지나쳤던 감정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잊고 있던 마음을 하나씩 끄집어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조용한데도 지독하게 외롭게 했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작품은 대상 수상작 박솔뫼의 「사과」다. 애리와 선호가 만나고 멀어지는 이야기지만, 읽다 보면 두 사람의 관계만큼이나 주변의 풍경과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잠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어느새 다시 멀어진다.
「사과」를 읽으며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받는 상황보다 자신의 존재가 제대로 닿지 않는 듯한 감각이었다. 외면과 무시,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사람을 얼마나 깊은 곳까지 외롭게 만들 수 있는지 생각했다. 누구나 한 번쯤 소외감을 경험하지만, 같은 감정도 어떤 상황에서 겪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마음은 장희원의 「영주」를 읽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과거 자신에게 고통을 준 사람을 다시 찾아가는 영주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처음에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복수의 방법보다 오랫동안 자신의 고통을 혼자 견뎌온 사람의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도 생각하게 됐다.
「일일업무 보고서」에서는 사고 이후 이전과 같은 삶을 살아가기 어려워진 세진의 하루를 따라간다. 특별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하악」에서는 장애가 있는 동생과 완벽한 외모의 사촌을 바라보는 자인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생각했다. 남을 향했던 시선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반면 「나의 빈 묘에」는 이 작품집에서 가장 통쾌하게 읽었다. 반려동물의 죽음과 가족묘라는 소재가 만나면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전통을 중요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기준이 정말 모두에게 같은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답했던 마음이 이 작품에서는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거 점 된다」는 조금 엉뚱하고 기묘해서 오히려 재미있었다. 다른 작품과는 결이 달랐지만, 다 읽고 나니 이 작품의 인물들도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비껴난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여섯 작품을 읽고 나니 「사과」의 애리와 선호가 가장 오래 떠올랐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자 남겨져 있지만, 그들의 마음에는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자주 불편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 역시 평소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사람들의 표정이나 침묵에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아주 잠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우리’라는 말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애리와 선호처럼 잠시 스쳐 지나간 관계도 어느 순간에는 분명 ‘우리’였을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런 짧은 순간들을 여러 번 지나쳤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모르고 지나쳤던 마음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하나씩 떠올랐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외로움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소설을 좋아한다면, 이 책의 여섯 작품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 같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지나갔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고 싶은 독자에게도 오래 남을 작품집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와 외로움을 다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일상 속 소외와 고독을 담담하게 풀어낸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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