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나다
다카세 준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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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아나다>>는 누구나 하나쯤은 남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콤플렉스를 다루며, 컴플렉스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를 세심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것만 아니면, 행복해질 텐데."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 봤을 가정. 나에게도 그런 컴플렉스가 있다.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성인이 대머리가 된다. 사람들은 충격에 빠지지만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모습에 적응한다. 오히려 주인공 마치카는 안도한다. 평생 머리숱 때문에 상처받아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마치카에게만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축복일 줄 알았던 일이 순식간에 불행이 된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고, 질투와 원망이 생긴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닫게 된다.
문제는 머리카락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두가 같은 모습이 되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비교한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누군가를 미워한다. 비교의 대상만 바뀔 뿐 인간의 마음은 그대로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탈모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인간의 열등감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너무나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가지면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더 예뻐지면, 더 성공하면, 더 인정받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는다.

특히 "모두와 다르고 싶지 않다"는 감정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학교에서 혼자만 다른 옷을 입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특별해지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남들과 너무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행복을 막고 있는 것은 부족한 무언가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웃기고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뜻밖의 질문을 남기는 소설이다.
"내 콤플렉스가 사라진다면 정말 행복해질까?"

'모두가 대머리가 되는 세상'이라는 설정만 들으면 코믹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인간의 열등감, 인정 욕구, 비교심리, 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고작 머리카락 하나가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세상.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비슷한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들과의 비교에 지친 사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힘들었던 사람,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들여다보는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독파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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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로스 앤젤레스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6
이근미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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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아이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묻던 질문이 있었다.
"니 아부지 뭐 하시노?"였다.
그럴 때 조용히 우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한부모 가정 속 아이나, 보호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숨기기 바빴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다양한 가정 모습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른들만 색안경을 끼고 있을 뿐.

그런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마음껏 철없이 살던 소녀 해미. 해미 집이 산산조각 나는 사건이 발생한다. 가정 폭력으로 결국, 엄마는 집을 떠나고 아빠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하면서 해미는 결국 그룹홈인 천사의 집으로 가게 된다. 입을 꾹 다물고 세상과 단절하며 살던 해미에게 '과연 다시 웃음이 찾아오게 될까.' 하는 걱정에 책장을 계속 넘겼다.

이 소설 속엔 상처 받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집집마다 사연 없는 곳 없었다. 아이들은 주눅들어 있거나 예민했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며 자신이 지금 얼마나 아픈지 온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 뿐인가.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도 있었다.
우리가 '가족'이라 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이 마음 편히 투정부리고 생떼를 부릴 수 있는 곳. 배고프지 않게 먹고, 걱정 없이 자고, 마음껏 웃으며 놀 수 있는 곳.
그 곳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 꼭 혈연으로만 가족이라 할 수 있을까.
소설 속 천사의 집 원장님과 대표가 해미와 다른 아이들의 엄마 아빠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이 책은 불안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신을 탓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아이들의 안전보다 자신의 사정만 앞세우는 무책임한 어른들에게는 묵직한 경고를 건넨다.

미래인 청소년 독서토론논술 필독서 세트에 담긴 이야기들은 청소년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삶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고, 어른들에게는 우리 아이들의 고민과 상처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 <<나의 로스 앤젤레스>>는 가족의 의미와 돌봄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미래인 (@mirae_inbooks) 청독필 시즌2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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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홈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6
진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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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고 싶다."

우리는 힘들 때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집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됐다.
편안한 침대가 있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면 될까?

원전 폭발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거대한 수용소 '홈'에 모인다. 이름은 집이지만 그곳은 집과 닮지 않았다. 먹을 것과 잠잘 곳은 제공되지만 자유는 제한된다. 사람들은 피폭 정도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일도 정해진다.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아이들은 끊임없이 묻는다. "여기가 정말 집일까?"

주인공 헤이는 잃어버린 동생을 찾기 위해 홈에 남는다. 친구 경민은 담장 밖 세상으로 향하려 한다. 서로 다른 선택을 하지만 두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두렵고 흔들리고 실수도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 이 모습이 참 좋았다. 평범한 아이들의 연대라 더 크게 마음에 남는다.

멸망의 세상, 언제 죽을지 모를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의 곁을 내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생각한다.
사람은 서로 기대 살라고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처음엔 멸망한 세상을 보느라 몰랐다.
<<빅 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사람은 서로를 찾고, 기다리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살아갈 이유가 된다. 작가는 거대한 승리보다 끝내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집은 건물이 아니라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는 곳이라는 걸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그래서 <<빅 홈>>은 디스토피아 장르만 빌려온 관계와 공동체, 인간다움을 이야기하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긴장감 있는 재난 SF를 좋아하는 독자, 청소년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미래인 (@mirae_inbooks) 청독필 시즌2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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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어항이 된 남자 ㅣ 저스트원아워(JUST1HOUR) 10
이진환 / 에이플랫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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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를 모르는 판국에 남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을 이렇게 낯설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 있을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어항이 된 남자>>는 샴쌍둥이 자매 메리와 샬럿의 이야기다. 같은 몸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감정과 생각을 가진 두 사람. 메리는 한 남자를 사랑하고, 샬럿은 그를 증오한다. 하나의 몸 안에서 사랑과 증오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설정만으로도 강한 충격을 준다. 게다가 서로가 그 감정을 공유한다니.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그 충격적인 설정 너머에 있다.

읽는 내내 묘한 불편함과 감탄을 동시에 느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이렇게 그로데스크하게 표현할 줄이야.
우리는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안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 믿음을 흔든다. 같은 몸을 사용하는 사람조차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우리는 과연 타인을 얼마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간의 정체성을 파고드는 질문들이다.

몸이 있어야 나일까. 생각만 있으면 나일까.

같은 몸을 공유해도 생각이 다르면 다른 사람일까. 반대로 몸은 달라도 기억과 의식이 같다면 같은 사람일까. 작품은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짧은 분량임에도 읽고 나면 철학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과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작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마음과 자아, 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전문가다웠다. 단순히 기발한 설정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리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제목의 의미가 밝혀지는 순간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다.
<<어항이 된 남자>>가 이렇게 슬프고도 서늘한 제목이었다니!!!

<<어항이 된 남자>>는 SF를 좋아하는 사람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과 관계,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작품이다.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생각과 긴 여운을 남기는 소설을 찾는다면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에이플랫 출판사 (@aflat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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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와 차도리 1 - 영혼의 세계로 가는 문
주보경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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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흥미로워 할 소설 중에 영어 공부도 할 수 있는 작품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영호와 차도리>>라는 한영 대역판 소설을 보게 됐고,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영혼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모험 이야기가 시작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상실과 희망, 가족의 사랑, 그리고 꿈을 담은 이야기가 펼쳐졌다.

'영호와 차도리' 시리즈는 평범한 소년 영호와 반려견 차도리의 모험을 그린 장편 시리즈다. 그 출발점인 제1권은 영호와 차도리가 영혼의 세계로 향하게 되는 배경을 보여준다.

많은 판타지 소설처럼 처음부터 환상의 세계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신기했다. 제1권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과의 관계, 상실의 아픔,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이의 간절한 소원 같은 현실적인 감정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그래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영호의 마음에 공감하며 읽다 후에 펼쳐질 환상의 세계에선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은 분명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하지만 읽다 보면 어른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간다. 어린 시절의 꿈일 수도 있고, 소중했던 사람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은 그런 감정을 판타지라는 형식을 통해 따뜻하게 풀어낸다.

아이들은 흥미로운 모험담으로 읽을 수 있고, 어른들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희망의 메시지는 나이가 달라도 같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한국어와 영어가 함께 실린 한영대역판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번역본을 덧붙인 것이 아니라 두 언어가 자연스럽게 나란히 구성되어 있다.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읽지 않더라도 같은 장면이 영어로 어떻게 표현되는지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독서를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언어 감각도 익힐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특히 저자 주보경 작가가 한국어와 영어 두 언어로 직접 집필해 번역체 특유의 어색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호와 차도리 제1권: 영혼의 세계로 가는 문>>은 디킨스 풍의 크리스마스 이야기와 판타지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가족과 상실, 우정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으니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기 좋은 작품이다.

화려한 사건보다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다.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문을 열어 주는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꿈과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다.

시리즈의 시작점인 이 책은 앞으로 펼쳐질 영호와 차도리의 모험을 기대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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