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전문 북지킬 서점 ㅣ 봄소풍 보물찾기 13
송아주 지음, 해랑 그림 / 봄소풍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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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책과 함께 살아온 북지킬과 깃맨은 어느 날 인간 세상으로 나와 특별한 서점을 연다. 바로 <<금서 전문 북지킬 서점>>이다.
이 서점에는 평범한 책 대신 한때 세상에서 읽지 못하게 했던 책들이 모여 있다. 서점을 찾아오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 고민이 있는데, 북지킬과 깃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딱 맞는 금서 한 권을 골라 준다.

"해리 포터"부터 "안네의 일기", "소년이 온다"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책들이 금서였던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책 속 이야기뿐 아니라 그 책을 금지했던 시대의 이야기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이 북지킬 서점에서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뒤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이 책은 어느 순간 금서가 되었던 책들을 하나씩 보여준다. 더 흥미로운 건 왜 금서가 되었는지 그 이유까지 함께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런데 책 제목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해리 포터", "안네의 일기", 그리고 "소년이 온다"까지 있었다. 평소 알고 있던 책들이라 더 의외였다. ‘이 책들이 왜 읽지 못하게 된 적이 있었을까?’ 자연스럽게 이유가 궁금해졌다.

"해리 포터"는 마법과 상상력이 문제였고, "안네의 일기"와 "소년이 온다"는 불편한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이유가 있었다. 차별과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책, 권력과 사회를 바라보는 책, 종교와 자유로운 생각에 관한 책들도 금서였던 과거가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어른들의 불편함이 결국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는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책을 막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가 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때 읽지 말라고 했던 책들을 우리는 지금 자유롭게 읽고 있다. 아이들도 "해리 포터"를 읽고, "안네의 일기"를 통해 역사를 배우며, "소년이 온다"를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만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가 이 책들을 궁금해했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는 “왜 금서였어?”라고 묻더니, 읽다 만 "해리 포터"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이 책은 평소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먼저 추천하고 싶다. 재미있는 책을 찾아 읽던 아이가 금서라는 조금 낯선 이야기를 만나는 기회를 주고 싶다. 이미 읽은 책이라도 금서가 된 이유를 알고 다시 한 번 읽어보면, 그땐 몰랐던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테니까 말이다.

<<금서 전문 북지킬 서점>>을 통해 금서를 소개하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이야기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출판사와 작가에게 살짝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이런 아이에게 권하고 싶다.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걸 즐기는 아이, 《해리 포터》처럼 판타지와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역사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아이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으며 “왜 그랬을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가정에도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책밥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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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성공하는 AI 비서, 오픈클로 - 윈도우·맥미니·라즈베리 파이까지, 30분 만에 구축하는 오픈클로 실전 활용서
박권 외 지음 / 책밥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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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알아서 끝낸다! 30분 만에 끝내는 오픈클로 실전 로드맵.

AI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나도 여러 AI를 써보게 됐다.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생겼을 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려주려면 나부터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오픈클로’가 뭔지도 몰랐다. ChatGPT와 클로드를 자주 사용했지만 내가 AI에게 시키는 일은 늘 비슷했다. 질문하고, 답을 받고, 필요한 내용을 골라 다시 정리하는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 손질은 내 몫으로 남았다.

그런데 『누구나 성공하는 AI 비서, 오픈클로』를 읽다 보니 내가 AI를 꽤 열심히 ‘부려먹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조금 부끄러워졌다. 정작 반복해서 하던 일은 하나도 맡기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오픈클로는 내가 쓰던 AI와는 조금 달랐다. 내가 원하는 일을 설명하면 여러 프로그램을 연결해 작업을 이어간다. 내가 일일이 다음 단계를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달랐다.

예전에는 ‘블로그 글을 써줘’라고 부탁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초안을 만드는 과정까지 맡겨볼 수 있다.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씩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런 활용법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자료를 찾느라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직장인이 떠올랐다. 반복되는 업무를 덜어주는 비서처럼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험생이나 고시생처럼 많은 자료를 읽고 정리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활용할 만한 부분이 있어 보였다.

이 책은 AI를 쓰면 모든 일이 마법처럼 해결될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권한 설정, 비용, 운영 환경의 차이, 보안 문제처럼 실제로 사용하다 보면 만날 수 있는 문제도 함께 짚는다. 중요한 파일이나 계정을 처음부터 연결하지 말고 별도의 실습 환경에서 작은 작업부터 시작하라는 설명도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나처럼 명령어가 낯설고 개발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도 따라갈 수 있도록 설명한 점도 반가웠다. 윈도우 PC는 물론 맥미니와 라즈베리 파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시작하는 방법까지 담았다. 이후에는 Codex CLI나 Claude Code 같은 도구와 연결해 활용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AI를 매일 쓰면서도 이상하게 시간은 늘 부족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AI에게 답을 얻는 데는 익숙했지만, 일을 맡기는 데는 서툰 사람이었다.

『누구나 성공하는 AI 비서, 오픈클로』를 읽고 나서 AI를 바라보는 방식도 조금 달라졌다. 더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매일 반복하는 일부터 찾아보게 된다.

처음 오픈클로를 접하는 사람도 책을 펼쳐놓고 하나씩 따라갈 수 있게 설명해둔 덕분에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큰 자동화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단 내가 매일 반복하는 작은 일 하나부터 맡겨보고 싶다.

AI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여전히 질문하고 답을 받는 데 그치고 있다면, 반복되는 업무를 줄이고 싶은 직장인이나 블로그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다. 개발 지식이 많지 않아 AI 에이전트를 시작하기 망설였던 사람도 작은 작업부터 직접 따라 해볼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책밥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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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 - 모호한 아이디어를 독자에게 전달되는 말로 바꾸는 힘
오가와 사토시 지음, 박대겸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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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법서를 읽을 때마다 이상한 기대를 한다. 이번에는 막연했던 소설 쓰기가 조금은 선명해지지 않을까.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무엇을 붙잡고 써야 하는지 누군가 정리해주기를 바란다.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를 펼칠 때도 비슷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친절한 안내서와는 조금 달랐다. 소설을 잘 쓰기 위한 공식이나 순서를 알려주기보다, 소설가가 이야기를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거치는지를 들여다보게 한다. 그래서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멈춰서 내 글을 떠올렸다.

나는 누군가에게 가고 싶은 말이 있는걸까? 정작 쓰고 있는 글의 대부분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채 쌓여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며 문장을 고르고 있는 셈이다. 저자가 말하는 ‘소설은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생각이 유난히 마음에 남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작가는 혼자 글을 쓰지만, 글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독자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설명이 빠지고, 내 머릿속에서 이미 완성된 장면을 독자에게 그대로 넘길 수 있다고 착각하면 글은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저자는 작가와 독자가 서로 다른 ‘소설법’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특히 ‘소설법을 어기면 독자에게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표현이 기억에 남았다. 생각해보면 나도 소설을 읽다가 중간에 덮은 적이 있다. 상황은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데 주인공의 감정만 계속 설명되는 글이었다. 슬프다, 화가 난다, 두렵다는 문장이 반복되니 내가 상상하거나 느낄 자리가 사라졌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마음속에 장면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미 모든 감정까지 답을 받아버린 기분이었다. 그래서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인상적인 소설은 빈틈이 있다. 작가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인물의 표정이나 주변 풍경을 상상하고, 말하지 않은 마음을 짐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독자와의 거리는 결국 이런 곳에서 생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당장 소설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솔직히 초보자인 내게는 잘 정돈된 길이 펼쳐졌다기보다, 무성한 수풀이 가득한 산 앞에 선 느낌에 가까웠다. 추상화와 개별화, 정보의 순서 같은 개념도 처음에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어디를 바라보며 글을 고민해야 하는지는 조금 알 것 같았다.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평범한 경험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단한 사건을 기다리기보다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오래 들여다보는 것. 어쩌면 소설은 특별한 사람만 발견하는 재료가 아니라, 평범한 하루를 낯설게 바라보는 순간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 시선이 나에게 필요한 것 같다.

『언어화를 위한 소설 사고』는 내게 소설 쓰기의 정답을 알려준 책은 아니었다. 대신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묻게 했다. 지금까지 나는 쓰는 일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읽는 사람을 염두해 두어야겠다.

아직 내 글은 산속 어딘가에 있다. 길을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이번에는 무작정 헤매기보다, 내가 무엇을 보지 못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한 걸음씩 들어가 보려 한다.
소설을 써보고 싶지만 아직 자기만의 방법을 찾지 못한 초보 창작자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다. 스스로 질문하면서 자신의 글쓰기 방법을 찾아가고 싶을 때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 이 서평은 황금가지(@goldenbough_books)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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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재밌는 강아지 그림책 - 그림으로 배우는 신기한 지식 백과 ㅣ 진짜 진짜 재밌는 그림책
비타 아카이브 지음, 루멘픽스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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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만 보면 발걸음을 멈추는 아이들이 있다.
우리 집 아이들도 그렇다.

큰 개가 다가오면 조금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안아보고 싶어 하고, 작은 강아지를 만나면 귀엽다며 손을 내밀고 싶어 한다. 아무리 강아지를 키우자고 졸라도 나는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아이가 넷인데다 돈 벌어오는 큰아들까지 있으니, 식구가 더 늘어나는 일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래서 강아지를 좋아하는 막내에게 건넬 책으로 『진짜 진짜 재밌는 강아지 그림책』을 골랐다. 책을 펼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큼직하고 생생한 그림이다. 글을 오래 읽지 않아도 강아지의 생김새가 한눈에 들어와 어린아이도 부담 없이 볼 수 있겠다.

세상에는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에는 67종의 개가 등장한다. 몸집이 아주 작은 친구부터 커다란 친구까지, 털이 복슬복슬한 개와 독특한 모습을 가진 개까지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그저 ‘이 개는 이렇게 생겼다’에서 끝나지 않고, 왜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닥스훈트의 기다란 몸이나 코몬도르의 특별한 털처럼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특징에도 나름의 까닭이 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다. 사람과 함께 살아오면서 맡았던 일에 따라 몸의 모습과 능력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도 강아지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막내와 책장을 넘기다 보니 개를 크기나 성격, 활동량에 따라 나눠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얘는 얼마나 클까?”, “얘는 많이 뛰어다닐까?” 하며 서로 다른 개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QR 코드를 이용해 책 내용을 들을 수 있는데, 아직 혼자 긴 글을 읽기 어려운 아이에겐 반가운 기능이다. 엄마에겐 고마운 기능이고.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막내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너가 커서 강아지를 키운다면, 어떤 강아지를 키워보고 싶어?”

아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덩치가 크고 꽉 안아줄 수 있는 개였으면 좋겠단다.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책 속에서 마음에 드는 후보를 하나씩 고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웃음이 났다.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해서 작은 개만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내가 원하는 강아지는 듬직한 친구였다.

이 책은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특히 추천한다. 평소 산책길에서 만나는 개를 유심히 바라보는 아이, 동물의 생김새나 특징을 궁금해하는 아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큼직한 그림으로 67종의 개를 만나고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능력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가는 시간이 뜻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라이카미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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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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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라고 하면 거대한 조직의 수장이나 한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서열의 교양: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을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권력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작은 모임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고, 가족 안에도 있다. 하물며 친구 사이에서도 누가 결정권을 더 많이 갖는지, 누구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지가 은근히 드러난다.

서열이라고 하면 줄을 세우는 장면부터 떠올리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취향이나 능력, 돈, 지식, 말투, 옷차림 같은 모습으로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모임에서 누군가가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꺼내면 괜히 말수가 줄어들 때가 있다. 상대가 나를 무시한 것도 아닌데 ‘내가 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에는 그저 내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이제는 그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지위의 규칙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기억에 남은 부분은 로버트 사폴스키가 이야기하는 서열 스트레스였다. 먹을 것이 충분한데도 남는 시간을 서로 괴롭히는 데 사용하는 개코원숭이의 모습과, 서열 1위에 있으면서도 계속 야위어 가는 솔로몬의 이야기가 묘하게 섬뜩했다. 이미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데도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더 많이 가진 사람도, 더 인정받는 사람도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셈이다.

3부에서 만난 켈트너의 ‘권력의 역설’도 오래 남았다. 권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됐던 공감이나 배려 같은 특성이 권력을 가진 뒤에는 오히려 사라지기 쉽다는 내용이다. 더 무서운 점은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을 위해 힘을 얻었는데 어느 순간 힘 자체를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작은 모임에도 힘의 차이는 생긴다. 누가 선택하고 누가 따라가는지, 누구의 인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지에 따라 관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서열의 게임을 하고 있을까. 남보다 위에 서려고 애쓰면서 정작 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는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손에 넣고 나면 또 다른 인정이 필요해질 때가 있다. 남보다 앞서고 있다는 걸 확인해야 안심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며 스스로를 확인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결국 나를 만든다는 말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나는 지금 누구의 인정을 의식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남과 비교해 확인하기보다, 내가 걸어가고 싶은 방향을 바라보는 연습을 잊지 말아야겠다.

권력이라고 하면 거창한 자리부터 떠올렸던 사람,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유독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릴 때가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가 왜 특정 사람 앞에서 작아지는지, 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궁금했다면 서열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모티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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