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랑지
김윤희 지음, 여름밤 그림 / 길벗어린이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아하는 가수가 추천한 책이라 <<쥐꼬랑지>>가 궁금했다. 제목만 보고는 생쥐가 주인공인 귀여운 동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쥐꼬랑지는 쥐 꼬리를 닮은 회색 곱슬머리 때문에 사람들이 한 소녀에게 붙인 별명이었다.
이름보다 쥐꼬랑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쓰였다. 나도 쥐 꼬리를 닮은 머리카락을 가졌다면 싫었을 것 같다.

아이 넷을 키우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참 많이 말했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나부터 아이들을 비교했던 순간이 있었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야무지고, 누구는 성격이 좋다는 식으로 말이다. 그때는 잘되라고 하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그 말을 어떻게 들었을까 싶다. 혹시 비교한다고 느끼진 않았을까 염려됐다.

쥐꼬랑지는 뜨개질을 아주 잘한다. 처음에는 누군가 그 솜씨를 알아봐 준다는 게 반가웠다. 그런데 읽을수록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쥐꼬랑지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스웨터를 만들고 싶은지보다 그 솜씨로 좋은 결과를 내는 데 더 관심이 있었다. 친구 아멜리아조차 쥐꼬랑지의 재능을 이용해 자신이 대회에서 일등을 하려고 했으니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아이가 무언가를 잘하면 ‘잘하네’에서 끝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럼 이것도 해보자’, ‘조금만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로 넘어갔다. 아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 나는 결과를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 역시 그랬던 순간이 분명히 있었다.

그래서 코지모의 행동이 마음을 움직였다. 가슴에 분홍색 털이 난 작은 생쥐 코지모는 쥐꼬랑지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았다. 털실을 건네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쥐꼬랑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기만 한다. 쥐꼬랑지가 끔찍하게 여기던 회색 머리카락도 코지모는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능력과 연결해 바라봐준다.

‘나는 그때 어떤 엄마였지?’
아이가 속상해할 때 해결 방법부터 말하지는 않았는지, 친구 문제로 힘들어할 때 누구의 잘못인지부터 따지지는 않았는지, 아이가 잘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좋아하는 마음보다 성과를 먼저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지나간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쥐꼬랑지는 결국 다른 사람이 원하는 스웨터가 아니라 자신이 만들고 싶은 스웨터를 만든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코지모처럼 묵묵히 믿고 기다려주는 부모가 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정한 답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이 넷을 키웠지만 지금도 어디까지 이끌어주고 어디서부터 기다려줘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아이보다 늘 한발 먼저 답을 찾아주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쥐꼬랑지>>를 읽고 답을 주는 엄마보다 코지모처럼 옆에 있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인데 나는 자꾸 우리 아이들과 지나온 시간이 떠올랐다.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의 부족한 점만 자꾸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그리고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한발 앞서 가고 있는 부모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돈으로 자유를 사라 - 3년 안에 ‘사표 던질 자본’을 만드는 7가지 황금열쇠
댄 록 지음, 박영준 옮김 / 서삼독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 넷을 키우며 외벌이 남편과 살다 보니 돈 이야기는 늘 현실적이다. 교육비와 생활비는 계속 늘어나는데 월급이 갑자기 두 배가 되는 일은 없었다. 처음에 <<돈으로 자유를 사라>>를 펼쳤을 때, ‘또 아끼고 투자하라는 이야기겠지’ 싶었다. 그런데 댄 록은 시작부터 예상과 전혀 다른 말을 쏟아낸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면서 지금과 똑같이 살고 있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몰아붙였다.

솔직히 말투가 꽤 세다. 위로나 공감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몇몇 문장에서는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상하게 뜨끔한 부분도 있었다. 자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그 시간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늘 하루가 바삐 흐른다고 느낀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 일정을 챙기고 나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그 와중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도 운영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내 시간과 노동의 가치를 너무 작게 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주부니까 이 정도면 됐지’라고 스스로 선을 긋고 있었던 건 아닐까.

책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부의 삼각형’이었다. 먼저 자신의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고소득 기술’을 익혀 수입을 만들고, 그것을 확장할 수 있는 사업으로 키운 뒤, 번 돈을 다시 투자해 자산을 늘리는 방식이다. 결국 내가 일한 시간만큼만 돈을 버는 구조에서 벗어나 수입이 커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 이야기였다.

이 부분에서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떠올렸다. 만약 글 한 편을 쓸 때마다 수입이 생기는 방식이라면 내가 쉬는 날에는 수입도 멈춘다. 그렇다면 그동안 꾸준히 해온 독서와 글쓰기 경험으로 수입을 만들려면 무엇을 더 잘해야 할까.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내가 하는 일을 그런 눈으로 들여다봤다.

물론 책의 모든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 것은 아니다. 특히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하라는 조언은 네 아이를 키우는 외벌이 가정인 내 입장에서는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우리 집에는 수익만큼 생활의 안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돈을 생각하면 늘 어디서 덜 쓸지를 먼저 계산했다.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가 늘어날수록 아낄 곳부터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쪽으로 생각이 흘렀다. 지금 내가 잘하는 것으로 수입을 더 만들 수는 없을까.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거기에 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까.

앞으로의 10년 동안 나는 내 시간을 얼마짜리로 만들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마흔 후반인 지금, 오히려 이 질문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수입은 제자리인 것 같아 답답한 사람, 지금 가진 능력으로 어떻게 돈을 더 벌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다만 댄 록의 말을 정답처럼 받아들이기보다 내 형편에 맞게 골라 읽으면 좋겠다.




#돈으로자유를사라 #댄록 #서삼독 #경제적자유 #파이어족 #재테크 #경제경영 #마인드셋 #동기부여 #자기계발 #백만장자 #부의삼각형 #책추천 #신간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명료함 - 1% 리더들만의 사람을 이끄는 기술
탁민 오 지음 / 탁희재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 넷을 키우다 보면 같은 말을 했는데도 받아들이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하고 자주 느낀다. 남편까지 다섯 사람의 생각을 맞추려다 보면 집 안에서도 “왜 내 마음을 몰라주지?” 싶은 순간이 생긴다. 특히 우리 집은 남편이 가부장적인 편이라 서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기준이 다를 때가 많은데, <<명료함>>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우리 부부를 자주 떠올렸다.

책에서 말하는 ‘모호함’은 모두 열심히 하고 있는데 각자 생각하는 ‘잘하는 방식’이 다른 상태를 말한다. 회사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리더가 먼저 자신의 머리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하고, 구성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은 CEO나 팀장이 읽는 리더십 책으로 보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가족 관계에도 가져와 생각해 볼 내용이 많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알아서 잘할 거라 믿어”라고 말했고, 남편에게는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아이도 남편도 내가 말하지 않은 기준을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싶다.

‘구체적인 것이 곧 친절한 것’
좋은 행동, 책임감, 배려처럼 듣기에는 좋은 말도 사람마다 떠올리는 모습이 다르다. 책에서는 다른 해석이 생기지 않을 정도로 구체화하라고 한다. 나는 ‘집안일 좀 도와줘’라고 말해 놓고 내가 원하는 만큼 하지 않았다고 서운했던 적이 많았던 걸 떠올렸다. 책을 읽고 나니 무엇을 언제 해줬으면 좋겠는지 분명하게 말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넷과 남편에게 바라는 것은 많으면서 정작 그 기대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알겠지 싶었다.

‘상황, 행동, 임팩트’에 따라 말하는 방법도 가정에서 한번 써보고 싶었다. 책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고, 그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한다.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말하기보다 문제가 된 행동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서로 감정만 상하는 일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기 쉬운 가족 사이에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멋있어 보이는 가치를 가져오는 대신 실제 자신의 행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찾으라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남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따지기 전에 내가 어떤 부모이고 어떤 가족 구성원이 되고 싶은지부터 구체적으로 적어보고 싶어졌다.

마지막 장이 좋았던 건 회사 밖의 ‘나’를 돌아보게 했기 때문이다. 내가 뿌듯했던 순간과 후회했던 순간을 살펴보고, 동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가진 것보다 살아가는 방식을 들여다보라고 한다. 남과 비교하는 대신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나’가 어떤 사람인지 그려보는 것. 회사의 리더십을 이야기하던 책이 마지막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로 이어져 오래 머물러 읽었다.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부터 선명하게 만드는 것. 아이들과 남편을 바꾸는 방법보다 내 기준을 먼저 들여다보게 했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의 ‘명료함’을 우리 집에도 한번 적용해 보고 싶어졌다.

CEO나 팀장처럼 실제로 사람을 이끌고 있다면 책에 나온 방법을 바로 적용해 볼 부분이 많다. 처음 직원을 뽑거나 ‘우리 회사에서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정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잘 맞을 것 같다. 또한 가족 안에서 서로의 기대가 자꾸 어긋나 답답했던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명료함 #탁민오 #도서출판_탁희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움켜쥐는 관계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의 마음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꽤 쓸모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고, 누군가의 연애를 이어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대로 흐르지 않았다. 사랑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초능력까지 끼어드니 일이 복잡해졌다.

주인공 이곤은 시작부터 되는 일이 없다. 형에게 줄 돈을 대신 보관하다 코인 사기에 휘말리고,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월세 사기까지 당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우연히 천사를 돕고 이상한 능력을 얻는다. 특정인의 DNA를 이용하면 누군가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큐피드 능력’이다.

설정만 보면 달콤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이곤이 새로 구한 집에는 이미 요빈이라는 여자가 살고 있다. 황당하게도 요빈 역시 같은 집주인에게 사기를 당했다. 갈 곳 없는 두 사람이 얼떨결에 한집에 살게 되는 것부터 정상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기미가 없다. 더구나 요빈은 악마와 계약해 자신의 매력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천사에게 능력을 받은 남자와 악마에게 매력을 빼앗긴 여자라니. 여기까지 읽으면 대체 이 둘이 어디까지 꼬이려는 건지 궁금해진다.

코인 사기, 월세와 전세 사기, 직장 안의 불편한 관계까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제를 건드리며 공감대를 끌어내는가 싶더니 금세 황당하고 웃긴 장면이 튀어나온다. 세상이 작정하고 이곤을 시험하는 것처럼 일이 꼬이는데도 읽는 나는 자꾸 키득거리게 됐다. 말발 좋은 친구와 밤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글자가 빽빽한 편인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대사와 상황이 빠르게 이어져 어느새 다음 장을 넘기고 있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건 능력이 있다고 해서 이곤의 인생이 갑자기 편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임에서 치트키 하나를 얻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막상 잘못 누르면 판이 더 엉망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곤은 좋은 뜻으로 누군가의 연애를 돕기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그 마음은 진짜인지,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 사람에게 책임은 없는지 생각할수록 묘하게 찜찜해졌다.

인물들도 반듯하지 않다. 이기적이고 얄밉다가도 뜻밖의 순간에 자기 몫을 해낸다. 그래서 누군가를 쉽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기 어려웠다. 여러 인물이 서로 얽히면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튀는 것도 재미있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나 싶으면 다른 곳에서 사고가 터진다. 처음에는 이곤을 따라가던 시선도 어느 순간 주변 인물들에게 옮겨갔다. 누구 하나 평범하게 흘러가는 사람이 없어서 이 엉뚱한 관계들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랑을 만들어내는 초능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 뜻으로 시작한 일도 자꾸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이쯤 되니 이곤의 능력이 부럽기는커녕 차라리 없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건 꽤 근사하게 들리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일까지 책임져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움켜쥐는 관계』는 현실적인데 황당하고, 웃긴데 가끔 서늘하다. 심각해질 만하면 엉뚱한 상황과 대화가 끼어들어 다시 웃게 만든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무거운 교훈보다는 정신없이 얽혔던 사람들과 그들의 말들이 먼저 떠올랐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은 역시 갖지 않는 편이 낫겠다. 내 마음 하나도 뜻대로 안 되는데 남의 마음까지 책임지려면 얼마나 피곤할까.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황당한 설정과 말맛 좋은 대화가 살아 있는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 주렴 - 20년 경력 요양보호사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하라카와 다이스케 지음, 서희경 옮김, 카치 데루히코 감수 / 소보랩 / 202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아빠는 종종 이런 말씀을 하신다.
“오래 안 아프고 가야 할 텐데.”
“치매는 안 걸려야 할 텐데.”

그 말을 듣는 딸의 입장에서는 참 언짢다. 안 아프면 좋겠고, 치매에도 안 걸리면 좋겠다. 무엇보다 오래오래 내 옆에 계셨으면 좋겠는데 왜 자꾸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늘 “그런 말 마. 엄마 아빠는 건강하실 거야.”라고 대답한다.

물론 부모님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는 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일 테다. 몸이 아픈 것도 힘든데 기억까지 흐려진다면 돌보는 가족들이 얼마나 힘들까. 그런 걱정이 먼저 드시는 거겠지.

나도 말은 씩씩하게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걱정이 있다. 정말 그런 날이 오면 어떡하지. 내가 부모님을 잘 돌볼 수 있을까.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주렴>>은 그런 내게 따뜻한 위로와 현실적인 조언을 함께 건넨 책이었다.

20년 넘게 요양 현장에서 치매 어르신을 돌봐온 하라카와 다이스케는 언젠가 자신이 치매에 걸릴 때를 생각하며 딸에게 스무 통의 편지를 써두었다. 아빠가 치매에 걸리면 이렇게 해달라는 부탁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오히려 딸에게 계속 “괜찮다”고 말하는 편지에 가까웠다.

힘든 게 당연하다. 화가 나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도 된다. 잠시 돌봄에서 벗어나 여행을 다녀와도 된다. 요양시설을 이용한다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 말들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막연하게 부모님께 잘해야 한다는 말보다 실제로 그런 상황이 왔을 때 내가 어떤 문제를 겪게 될지, 어떤 걱정을 하게 될지, 얼마나 두려울지 요양보호사의 입장과 아빠의 입장에서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요양 서비스, 시설 선택처럼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정보가 함께 담겨 있는 점도 큰 도움이 됐다.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것은 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자신을 어린아이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딸이 어렸을 때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이 있었고, 때로는 화도 났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때의 자신이 나쁜 아빠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처럼, 훗날 자신을 돌보다 힘들고 화가 나고 좋지 않은 생각이 들더라도 스스로를 나쁜 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단을 쓰는 중에도 코끝이 시큰하다.

본인이 치매에 걸렸을 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적어둔 편지가 아니었다. 끝까지 걱정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딸이었다. 혹시 딸이 마음고생할까 봐, 몸이 힘들까 봐, 죄책감에 자신을 괴롭힐까 봐 미리 괜찮다고 말해두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아프기 전부터 아픈 뒤의 순간까지 자녀부터 생각하는 부모 마음이 느껴졌다.

책을 읽고 나니 부모님이 “치매는 안 걸려야 할 텐데”라고 말씀하실 때 왜 그 말이 듣기 싫었는지도 알 것 같다. 나는 부모님이 아플까 봐 겁이 났고, 부모님은 자식인 내가 힘들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무엇을 미리 알아두면 좋을지 배울 수 있었고, 무엇보다 돌보는 사람이 힘든 건 당연하다는 위로와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는 조언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치매와 돌봄이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져도 부모님의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 번쯤 걱정해본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