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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자들 - 사이버 레커 폭로 산업이 만든 진실 이후의 세계
강경윤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어떤 정보를 검색하든 출처를 확인하는 일이 당연해진 세상이다. AI가 알려주는 정보조차 사실인지 한 번 더 따져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유독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확인보다 전달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근거 없는 말을 꺼내면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퍼 나르고, 반복해서 듣다 보면 어느새 사실처럼 여겨진다. 정작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명해도 이미 퍼져 나간 말은 좀처럼 주워 담을 수 없다.
강경윤 기자의 <<파괴자들>>을 읽으며 그동안 뉴스에서 접했던 여러 사건이 떠올랐다. 구하라 사건부터 김수현 사건, 박수홍과 김건모, 오메가엑스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우리가 한 번쯤 접했던 폭로와 의혹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자의 취재 기록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20년 차 연예기자로 버닝썬 게이트를 취재한 인물이다. 이후 사이버 레커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허위조작정보의 표적이 됐다. 다른 사람의 피해를 취재하던 기자도 허위정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망가뜨리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니.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저자 역시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취재가 아닌 소송과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는 내용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거짓말이 돈이 되는 구조였다. 자극적인 제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고 조회수를 만든다. 여기에 슈퍼챗과 광고 수익이 더해지면 타인의 불행은 누군가에게 돈벌이 수단이 된다. 영상을 올린 사람은 제보를 받았다는 말로 빠져나가고,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긴다며 사실 확인과 책임을 피해 간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그때부터 또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고,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모으고, 때로는 오랜 시간 소송까지 감당해야 한다. 처음 퍼진 이야기는 순식간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만 뒤늦게 밝혀진 진실은 그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이미 잃어버린 시간과 무너진 관계, 훼손된 평판은 판결 하나로 되돌릴 수 없다.
뉴스를 통해서 다양한 사건을 접했다. 잘못된 정보에 시달리다 삶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도 있었다. 그때마다 안타까워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사건에 관심을 빼앗기곤 했다. 누군가의 이름을 걸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퍼뜨리는 일에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지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하면 내용을 끝까지 읽고 싶어진다.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호기심으로 소비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였을 것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야겠다.
유튜브나 SNS에서 연예인 관련 이슈와 폭로성 콘텐츠를 자주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온라인에서 본 정보를 무심코 공유해 온 사람, 허위조작정보가 퍼지는 과정과 언론 및 플랫폼의 책임이 궁금한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