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해 - 머뭇거리고 주저하는 당신을 움직일 뇌과학과 심리학
김권수 지음 / 다반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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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계획을 실행하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꼭 하고 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일도 많아진다. 새로운 목표를 적고 이번에는 달라지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중 실제로 실천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거창한 목표 앞에서 주눅이 든다. 하루라도 계획이 밀리면 다음 날 그 몫까지 해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러다 부담은 점점 커지고, 결국 주저앉는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작하지 못한 채 한 해가 끝나기도 한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계획부터 세우는 편이다. 독서와 글쓰기, 블로그 운영처럼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하루에 할 일을 잔뜩 정해놓고 정작 몇 가지도 끝내지 못한 채 지치는 날이 있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다음 날 다시 만회하려고 더 많은 일을 적는다. 결국 계획은 점점 무거워지고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내 의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김권수 저자의 <<그냥 해>>를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치는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책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왜 마음이 먼저 움츠러드는지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풀어낸다. 뇌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만나면 실패나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가능하면 기존의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여기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더해지면 행동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평소 의지 문제라고 여겼던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내가 일을 미루는 순간들을 떠올려 보니 능력이 부족해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시작부터 결과를 걱정하고 완벽한 모습을 기대했던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이야기다. 책에서 말하는 작업흥분은 일단 시작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살아나는 현상이다. 나 역시 글을 쓰기 전에는 막막하다가 첫 문장을 적고 나면 조금씩 속도가 붙는다. 책을 읽으며 내가 이미 경험했던 일이 뇌의 작동 방식과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결국 시작하기 전부터 의욕이 넘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스스로 지치게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을 잘게 나누기보다 한 번에 해내려고 했고, 작은 성과보다 부족한 결과부터 바라봤다. 그러니 시작도 하기 전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정하고 바로 움직여 보려 한다. 글쓰기라면 한 문단, 독서라면 몇 쪽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제 계획이 밀렸다고 다음 날의 나에게 두 배의 숙제를 남기지는 않으려 한다. 오늘 못한 일은 오늘의 몫으로 남겨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려 한다. <<그냥 해>>는 목표를 세우고도 실행하지 못해 자책하는 사람,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시작을 미루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처럼 계획표는 빼곡하지만 실천이 늘 아쉬운 사람이라면 책을 읽으며 자신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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