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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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장 안, 수많은 아이들이 치료라는 이름 아래 머물던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 그 한가운데 있는 관사에서 요아힘은 태어나 자랐다. 밤이면 환자들의 울음과 비명이 들리고, 아침이면 소란스러운 풍경을 뒤로한 채 학교로 향한다.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낯선 공간이지만, 소년에게 그곳은 집이다. 그에게 비명과 울음은 그저 익숙한 일상의 소리였다.
이 소설은 요아힘의 특별한 유년을 유쾌하고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막내 요세의 엉뚱한 생각들, 형들과의 신경전, 병원 사람들과 얽힌 사건들은 황당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소년의 눈에 비친 어른들은 환자든 교사든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흔들리고, 버티며 살아간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기보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안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과 ‘비정상’을 뒤집어 보여 주기 때문이다. 병원 안 사람들은 저마다 상처와 불안을 안고 있지만 오히려 솔직하다. 반대로 병원 밖 어른들은 멀쩡해 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요아힘을 혼란스럽게 한다. 전쟁 이야기를 쏟아내는 교장, 무심한 아버지, 지쳐 가는 어머니. 과연 누가 더 이상한 걸까. 작가는 그저 소년의 눈으로 담담하게 보여 줄 뿐이다.

엉뚱발랄한 요아힘의 유년 이야기만으로 소설은 끝나지 않는다. 가족의 균열과 아버지의 외도, 형의 죽음이 이어지며 소년의 세계는 크게 흔들린다. 한때는 절대적이던 부모가 사실은 약하고 흔들리는 한 사람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프다.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는 일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모습까지 받아들이는 일에 가깝다.

요아힘은 과거를 예쁘게 꾸미지 않는다. 대신 기억을 하나씩 꺼내 바라보며, 자신을 붙잡고 있던 감정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제목처럼, 죽은 이는 날아오르고 남은 사람은 다시 살아가는 거다.
요하임의 정신사납고도 사랑스러운 성장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기억은 잊히는 순간이 있어도 사라지는 순간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유년은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 오늘의 나를 아프게도 하지만, 단단하게 성장하는 거름이 된다.

부모를 여전히 원망하거나, 이미 떠난 누군가를 마음속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게 깊이 닿을 이야기다. 또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흔들리고 있는 어른에게, 기억을 다시 들여다볼 용기가 필요한 어른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이 서평은 사계절 (@sakyejul)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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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소녀 상상 고래 27
차율이 지음, 도밍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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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바다 속에서 건져 올린 듯한 네 편의 이야기. 꽃이 피는 아이, 스마트폰으로 변신한 외계인, 바다로 들어간 소녀, 마녀가 산다는 저택. 설정만 보면 판타지 소설 같지만, 읽다 보면 이것은 오히려 아이들이 꾸는 꿈에 가깝다. 아이들은 다채로운 꿈을 꾼다. 그 꿈의 한 조각을 책으로 옮기면 <<투명한 소녀>>가 되지 않을까 싶다. 판타지라고 부르기엔 조금 더 기묘해서 더 마음이 향했다.

가장 긴 단편 "내 머리에 꽃이 핀다면"은 공부 부담에 짓눌린 아이들에게 퍼지는 ‘머리꽃 바이러스’ 이야기다.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가 머리 위에 꽃처럼 자라난다는 설정은 낯설지만, 그 안의 감정은 너무 현실적이다. 실제로도 이런 문제로 아이들이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사건이 많지 않은가. 미래가 설렘이 아니라 압박이 되는 순간, 아이에겐 머리꽃이 핀다.

"지구인 정복 일지"는 스마트폰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이 인간을 정복한다는 설정이다. 웃음 뒤에 따라오는 현실적인 문제는 심각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 역시 주말 내내 핸드폰에 잠식당하고 있으므로.

표제작 "투명한 소녀"에서는 환경 오염으로 바다에 잠긴 세상에서 ‘어인’이 된 아이들이 등장한다. 몸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모습은 지금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다. 외형만 가지고 놀리거나 판단하는 아이들 문제로 친구들끼리 심각한 다툼도 있다. 투명해진다는 표현에서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속상했다.

"나비 저택"은 아름답지만 쓸쓸한 공간을 배경으로, 불행을 피해 다른 세계를 꿈꾸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다. 회피하는 것이 방어기제라고는 하나,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우는 이야기. 문제를 바꾸는 힘은 결국 인물들의 선택에서 나온다.

청소년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겹쳐 보였다. 휴대폰에 빠진 아이들, 공부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차별과 불안을 견디며 힘들어 하는 아이들.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금세 이야기 속에서 홀로 심각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겪는 힘든 일을 다룬다. 그렇다고 끝없이 어둡지도 않다. 상상 한 스푼이 숨 쉴 틈을 마련한다.
모든 결말이 통쾌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진짜 같다. 읽고 나면 묵직한 생각이 남는 단편소설들. 아이들의 오늘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권하고 싶다. 아이가 요즘 왜 예민한지, 왜 말수가 줄었는지, 왜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지 답답했던 적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니,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고래가숨쉬는도서관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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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언스 웰레스트는 죽지 않아
니콜라스 볼링 지음, 조경실 옮김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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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생일을 맞아 할아버지는 이제 내 무덤을 파도 좋다고 허락하셨다.’
이 첫 문장 하나로 독자의 호기심을 사로잡는 소설. 시작부터 낯설고도 매혹적이다.

<<오비디언스 웰레스트는 죽지 않아>>는 19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전기가 막 발견되고, 과학과 미신이 뒤섞여 있던 시대. 사람들은 새로운 실험을 보며 그것이 과학인지, 마법인지 쉽게 구분하지 못하던 시대다. 이 시대적 배경을 알고 소설을 읽으면, 장면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주인공은 묘지를 관리하는 열다섯 살 소년 네드와 몰락한 귀족 가문의 딸 비드다. 네드는 낮은 신분에 죽음을 가까이하는 직업 탓에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있다. 외롭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이 있다. 비드는 겉으로는 귀족이지만, 집안은 기울었고 아버지의 집착과 가문의 과거까지 짊어진 채 살아간다. 세상과 단절된 채 몰래 과학을 공부하는 당돌한 소녀로 그려진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 준다. 시신이 사라지는 기이한 사건을 함께 추적하며, 둘은 서로의 외로움을 조금씩 덜어낸다. 이름이 없는 무덤, 쇠창살로 덮인 특이한 묘, 묘비조차 없는 자리까지. 묘지 곳곳에 숨겨진 단서는 두 아이를 더 깊은 비밀로 이끈다.
동물과 대화하는 듯한 네드, 무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끝내 다 말하지 않는 할아버지, 금속으로 만든 코를 단 피니어스가 등장하는 세계관도 인상적이다.
그로테스크한 고딕 호러를 좋아하는 독자나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미국드라마 <웬즈데이>를 즐겨 본 독자라면, 이 책의 매력에 흠뻑 빠질 것이다.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인간은 어디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지, 생명을 다룬다는 것은 무엇인지 물으며 네드와 비드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고딕 소설 특유의 어둡고 기묘한 분위기를 지녔지만, 문장은 어렵지 않고 사건 전개도 복잡하지 않다. 음산함 속에서도 소년소녀의 교감은 또 다른 감정선을 즐기는 포인트가 된다.
청소년 독자부터 고딕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까지 폭넓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묘지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삶의 의미를 되묻는 주제를 담고 있어, 곰곰이 생각할 부분들이 많았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고래가숨쉬는도서관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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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
정문정 지음, 피도크 그림, 천근아 감수 / 서교책방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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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아무리 다스려도, 어느 날은 다 내려놓고 땅굴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을 만큼 기분이 상하는 날이 있다. 그럴 때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써 보지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그대로 인정하는 연습을 하지 못한 채 쌓아 두기만 한다. 그 결과, 어느 순간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버리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나쁜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때 도움이 될 그림책이 바로 <<나쁜 일이 있어도 나쁜 날은 아니야>>다.

아이들도 어떤 날은 정말 속상한 일을 겪는다. 놀이터에서 넘어질 수도 있고, 친구와 다툴 수도 있고, 시험에서 아는 문제를 틀릴 수도 있다. 그러면 기분이 확 가라앉으며 습관처럼 말한다.
“오늘 완전 망했어.”

이 그림책은 바로 그 순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준다.
책 속 아이는 아끼는 옷이 더러워지고, 친구와 싸우고, 퀴즈도 틀린다. 결국 울면서 “오늘은 정말 나쁜 날이야.”라고 말한다. 그때 시계 요정이 나타나 묻는다.
“하루를 다시 한번 천천히 돌아볼까?”

우리는 속상한 일이 생기면 그 장면만 크게 확대해서 보는 경우가 많다. 마치 사진을 100배로 키워 그 부분만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요정과 함께 하루를 다시 떠올리며 깨닫는다. 넘어졌을 때 안아준 선생님, 먼저 사과해 준 친구, 함께 웃었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나쁜 일은 있었지만, 그 하루 전체가 나쁜 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기분 나쁜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쁘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다만 그 감정 하나에만 초점을 맞춰 하루를 판단하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일러준다.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다. 기분 나쁜 순간은 그중 잠깐일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감정에 하루 종일 붙잡혀 있곤 한다.

작은 실수 하나가 하루 전체를 망친 것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속상함 말고도 고마움이나 즐거움, 뿌듯함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하루는 한 장면이 아니라 긴 영화와 같다. 한 장면이 슬펐다고 해서 그 영화 전체가 슬픈 것은 아니다. 이 그림책은 그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차분하게 전한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서교책방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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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남자 스토리콜렉터 12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허형은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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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스 디바인은 육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전투뿐 아니라 숫자와 흐름을 읽는 분석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다.
<<경계에 선 남자>>는 미국 정부의 기밀을 다루던 CIA 요원이 작은 해안 마을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단순한 살인처럼 보이지만, 사라진 노트북과 휴대전화 속 정보는 전 세계 정보원들의 목숨과 연결되어 있는 만큼 그녀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디바인은 외지인을 경계하는 마을로 들어가 혼자 수사를 시작한다. 주민들은 서로를 감싸며 침묵하고, 가족들조차 진실을 숨긴다.
모두가 “우리는 모른다”고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진짜 모르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작은 마을의 끈끈한 연대는 진실을 가리는 벽이 되어 디바인의 수사를 방해한다. 디바인은 그 벽을 하나씩 두드리며 균열을 만들어 가고, 균열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데...

이 소설의 매력은 속도감 있는 전개와 강렬한 액션씬이다. 영화 장면을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장면 묘사가 인상적이다. 총알이 바람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겠다는 선택이 또 다른 비극을 낳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권력과 욕망, 체면과 두려움이 얽힐 때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선택이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냉철하게 그려낸다.
정의를 향해 나아가지만 늘 경계 위에 서 있는 한 남자 디바인. 내부자와 외부자의 경계에서, 누군가를 지키려는 마음과 진실을 밝히려는 책임이 부딪히는 지점, 바로 그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흔들리는 인물로 그려지지만,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다.

바닷바람이 거센 메인주의 풍경은 영화처럼 선명하고, 디바인의 활약은 일당백이다. 전편을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는 소설이지만, 전편을 무척 궁금하게 하는 본편이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속으로는 비밀이 얽혀 있는 공간이라는 클리셰에 설레는 기대감이 부푼다면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이 서평은 북로드(@bookroad_story)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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