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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의 일곱 개의 달
셰한 카루나틸라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평점 :
💥 사진작가 말리를 통해서 긴 내전의 현대사를 엿보게 한 소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인간은 그저 한낱 바람이었다.
💥 출판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했고 앞서 작성한 후기는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말리의 첫번째 달에 대한 내용을 적었다.
오늘 적는 서평은 책 전체를 읽고 쓰고 있다. 좀 더 잔인했고, 고통스러웠다.
🌬p34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는데도, 대답이 술술 입에서 나온다. 네 시체를 보고 싶나? 생명을 되찾고 싶나? 아니, 진짜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은 이런 것이다. 도대체 어쩌다 여기 왔지?
🌬p34,35
그사이 사진 수천 장을 찍었다.(...)
사진은 모두 엘비스와 프레디, 팝의 왕과 여왕의 오래된 음반과 함께 흰 신발 상자 안에 숨겨져 있다. (...) 가능하다면, 사진을 모두 천 장씩 복사해서 콜롬보 시내 구석구석 붙이고 싶다.
🌬p44
정말 두려운 것은 악이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힘을 지닌 존재. 그것이야말로 치가 떨리는 존재다.
세상의 광길르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는 네 아버지와 같을 것이다. 부재하고, 게으르며, 마도 사악한 존재.
🌬p51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 친구. 착한 편을 찾으려고 하지 마, 그런 건 없으니까. 모두가 자존심을 내세우고 탐욕스러우며, 돈이 오가거나 주먹이 올라가지 않으면 아무도 문제를 해결할 줄 몰라.
💥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스리랑카 자국민의 긴 내전을 다루는 소설이다.
말리는 1983년의 폭동 속에서 정부군과 반군, 외신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필요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였다. 죽음, 악마, 삶, 불, 칼과 총을 찍는 모두의 말리였다.
그 사진들이 스리랑카의 긴 내전을 끝내줄거라 믿었던 말리. 목숨이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위치에서 늘 빨간 두건 한장만을 믿고 전쟁을 오고갔다.
그 모든 역사의 현장을 말리의 눈을 통해 서술했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를 이야기한다.
말리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다시 태어나고 싶은건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을 거친다.
그 시간동안 카운터 라니의 안내로 빛을 향해 나갈건지 검은 비닐의 사내 세나를 따라 중간계로 갈지 고민하게 된다.
결국 이대로 모든 것을 덮고 갈 수 없었던 말리.
세나를 따라 자신의 시체가 떠 있는 베이다 호수로 가게 되고 그는 세나를 따라 다니며 악마의 속삭임에 유혹되고 라니의 회유에 도망가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일곱 개의 달이 다 뜨기 전에 빛으로 간다는 약속을 하지만 라니도 말리 본인도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에도 역시 인간사의 모든 감정들이 존재했다.
가족 간의 불화, 사랑, 우정, 배신까지.
사람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잊을 수 없는 감정들이다. 말리의 인생자체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들에 놓여 있다보니 매 순간 즐기는 것에 진심이었다.
술과 도박, 여자까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매 순간 진실했다.
그런 말리를 보는 애인도 친구도 속으로 감내해야 하는 감정은 상상 이상 힘들었을텐다.
위험한 일은 그만두라는 엄마의 만류에도 차갑고 매몰차게 거절하는 아들의 태도는 결국 눈물로 자신의 상처를 되돌려주고 만다. 늘 아빠 탓, 엄마 탓만 하는 말리의 모습은 지독히도 자기합리화에 빠진 철없는 사내로 보였을 뿐이다.
자신의 삶만 중요하던 엄마와 아빠의 눈물과 후회를 죽은 후에나 보게 된 말리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런 말리 주변에도 찐 우정과 의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이런 주변 사람들 덕분에 말리가 더는 죄를 짓지 않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이 소설은 이렇게 3가지의 입장에서 읽게 된다. 긴 호흡을 이어가야 하는 소설이라 중간 중간 전환되는 이야기들에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금저리는 전쟁의 잔인함에
악마보다 더 악마같은 사람들때문에
오해하고 불신하는 사람들의 눈빛때문에..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지는 가독성.
처음엔 생소한 이름과 지명때문에 집중이 흐트러지긴 한다. 하지만 이내 싱할라족과 타밀족이 익숙해지고 암마와 대다가 편해지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들 모두에게 평화가 함께 하길 바라며 서평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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