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미래 - 금융.산업.사회는 어떻게 바뀌는가
오키나 유리 외 지음, 이현욱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수년 전 접했던 '비트코인'과 가상화폐라는 용어, 당시에는 피식 웃고 넘어갔지만 현재는 비트코인 뒤에 담겨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잠재력으로 인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블록체인 관련 서적을 읽어 대략적인 흐름은 그리고 있지만 '미래'라는 말이 주는 신비한 기대감에 책을 읽게 되었다. 




 현재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페로 사용되는 블록체인 1.0 을 넘어 사회 전반적으로 사용되어 혁신을 이끈다는 블록체인 2.0으로 진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상화페에 사용되는 블록체인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보다 범용적인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근본 원리를 놓고 보자면 모두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IoT (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AI(인공지능)의 활용같은 IT (정보기술)를 사용하는 편의성이 뛰어난 사회, 이른바 소사이어티 5.0(초스마트사회) 구현을 위한 중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까지도 비트코인의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비트코인 탄생 배경을 명확히 알 수 없지만 비트코인의 구동원리를 감안해 추측해보자면 사토시 나카모토는 '중앙정부와 은행권에 대한 불신 및 화폐가치의 보존에 대한 욕구'를 갖고 비트코인을 개발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2008년 처음 비트코인이 소개되고 2009년 최초의 블록인 '제네시스 블록'이 형성된 지 10여 년이 흘렀다.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천 가지 이상의 가상화폐가 만들어졌고 현재 거래사이트를 통해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의 범주를 넘어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각국과 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실증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어느 시기라고 못박아 말할 순 없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블록체인이 미칠 영향을 예측하는데 있어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와 DAC (decentralized autonomous cooperation)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 DAO는 '분산형 자동화 조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여 관리자와 의사결정권자가 없이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활동하는 조직을 가르킨다. 응용 범위는 화폐, 금융, 행정 서비스 등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으며 빠른 속도, 높은 보안성, 편의성을 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DAC는 DAO의 기업판 버젼으로 특정한 경영자 없이 블록체인 위에서 투자, 출자를 하고 스마트계약을 사용한 사업 활동을 진행한 후 그 이익을 가상화폐로 주주에게 배당하는 식이다. 

 극단적인 예로 정부 자체가 블록체인에 기반해 움직이는 '비트네이션'을 상상해 볼 수도 있는데 투표, 세금, 사회보장 제도, 정책의 집행 등이 스마트계약으로 움직인다면 현재 국가 임무의 상당부분이 자동화 될 수 있다. 이미 중앙집권화가 완성되어 안정된 국가는 비트네이션으로의 전환이 어려울 수 있지만 신생국가나 국가체계가 미흡한 나라에서는 DAO를 활용해 국가 기반을 설립하는 것이 가능하고 효율적일 것이라 여겨진다(실제로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정보정부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써 기존의 법정화페(달러, 엔, 위안, 유로 등)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는 회의적인 편이다. 통화의 규모가 법정화폐에 비해 매우 작고 가격 변동이 심해 가치척도의 기준을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이나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기술 자체가 갖는 안전성, 편의성, 가용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증실험을 통해 검증되어야할 것들이 많지만 이론대로 진행된다면 비용절감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스마트계약(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되는 계약)은 블록체인 기술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의 하나로 기존에 중개 사업자를 거치던 일들이 P2P(peer to peer)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우버나 에어비엔비 같은 중개 사업자를 거치고 나서야 차량이나 숙소를 얻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이 계약의 매개체로 등장한다면 중개 업자를 거치지 않고 개인 간 직접적 거래가 가능해진다. 스마트계약이 증권시장에도 쓰일 수 있는데 증권을 매매하는데 있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한다면 증권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도 신뢰성을 확보한 개인 간의 권리이전이 가능하다. 

 현재 에버렛져 플랫폼에서 다이아몬드에 대한 분산원장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고가품인 다이아몬드의 생산단계부터 가공, 판매, 이전 등의 정보를 분산원장에 기록하여 투명성, 신뢰성,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범죄(도난, 자금 세탁, 보험사기, 위조품)를 예방하고 거래 투명성을 높여 이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이아몬드 뿐 아니라 다른 고가의 보석류나 미술품, 심지어 희귀 동물에게까지 분산원장기술을 확장하게 된다면 암시장을 통한 부정거래와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와 함께 특정 대상을 추적하는 것 또한 가능해진다. 

 블록체인 기술이 사물인터넷(IoT)에 접목된다면 활용가능 영역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현대 사회는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기기들을 연결할 수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까지 가세한다면 안정성을 확보한 채로 편의성이 극대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관리, 보험료 납부, 일반결제, 물품 대여, 물품 관리, 세금 납부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처리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을 스마트폰 혹은 이와 유사한 인터넷과 연결된 기계를 통해 시행할 수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한 몫 거들게 된다면 기준점을 이탈한 시점을 자동으로 체크하고 문제를 진단한 후 해결책을 강구할 수도 있게 된다. 손에 쥔 기구 하나로 우리가 해야할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행정 부문에 적용한다면 국민 개개인의 ID, 세금, 의료보험, 각종 증명서 발급, 신원 확인, 심지어 투표에까지 활용 가능하다. 이에 대한 (실증실험을 겸한) 활용을 발트 3국의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서 시행 중이며 현재까지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불과 수십 년 전 3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던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은 반 세기가 지나지 않아 혁명이란 말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보여줬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생활 보호, 개인정보 유출, 닷컴 버블 등 많은 부작용이 있었지만 그런 부작용을 극복하며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4차 산업혁명은 현대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변화를 일컫는 말로 인공지능, 로봇공학, 생명과학, 사물인터넷(IoT) 등의 융복합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도구로 일컬어지는 블록체인 기술은 보안성, 편의성, 보편성, 경제성에서 차세대 혁신을 이끌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이 기술에 대한 규제 범위의 설정, 오류 개선, 속도 향상, 정보 노출의 범위 지정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듯 가상화폐 자체가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화폐처럼 국지적 사용이나 제한된 범위의 사용은 가능하겠지만 많은 코인 투자자들이 바라는 규모의 대체화폐 역활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저자들은 회의적으로 평가한다.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코인 거래에 동참하고 있다. 해당 코인이 가진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에 보고 투자하는 것인데 현재의 가격이 적절하게 평가되었는지에 대한 진지한점검이 필요하다. 혹자는 비트코인의 가치를 1억 이상으로 고평가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화폐가치로 따진다면 0원에 수렴한다고 폄하하기도 하기 때문에 코인 투자자들의 객관적이고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내가 현재까지 읽은 블록체인 관련 도서(6권)를 통해 얻은 결론은 가상화폐와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다. 1차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 2차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와 공업화, 3차 산업혁명을 이끈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이제 4차 산업혁명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사회적 변화를 안겨줄 지 큰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싶다.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인 분산원장기술(DLT)을 통한 세계적 변화가 예상되고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최근 불거진 가상화폐 과열과는 별개로 정부와 민간이 합심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고 다듬어서 IT 강국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맞게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설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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