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세계 - 미국 외교정책과 구질서의 위기, 그리고 한반도의 운명
리처드 하스 지음, 김성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국제사회는 과거보다 권력이 분산되고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민족주의로 환원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우세해지고 있다. 복잡하고 혼란한 국제정세에서 과거 세계질서를 유지하던 강대국들의 입김은 점차적으로 줄고 있다. 중동의 불안, 동아시아의 위기, 테러의 위협 등 세계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인들이 세계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저자 리처드 하스는 미국 외교정책의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회장으로 재직 중인 자로 <혼돈의 세계>를 통해 혼돈에 빠진 세계를 조명하고 새로운 세계질서을 제시하고 있다.

 혼돈의 세계는 총 3부로 구성도어 있고 1부는 근대부터 20세기 후반 냉정의 종식까지를, 2부는 지난 25년을 돌아보며 변모하는 세계의 모습을 조명하고, 3부는 세계의 안정을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저자는 세계질서 2.0이라 칭한다)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17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질서'의 개념이 잡히고, 강대국을 중심으로 상호 주권 존중의 방식을 발전시키며 불안한 공존을 가능케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20세기 후반까지 지속된 냉전시대는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미국과 소련의 입김 아래서 자칫 공멸을 안길 수 있는 강대국간의 직접적 충돌은 피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라 할 수 있었다. 냉전이 종식되며 세계 평화와 질서가 바로 설 수 있으리란 낙관론과 달리 실제 세계의 질서는 혼란에 빠졌다. 세계를 지배할만한 권력이 분산되고 갈등의 양상 또한 다양해졌으며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들(이를테면 테러, 난민, 핵무기, 기후문제 등)은 산적해 있지만 화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세계를 마주하게 되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할지는 고민할 가치가 있는 문제이다.


 19세기 말부터 신흥강대국으로 부상한 후 20세기를 거치며 세계 최강국의 지위에 오른 미국이 세계의 질서를 위해 가야할 길은 어떤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피하되 지속적인 견제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양국과의 협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해야 하고 지금보다 원활한 소통창구가 요구된다. 또한 중러 자국 내의 문제(인권문제 등)에 대한 간섭을 피하고 국경분쟁(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중국의 경우 남중국해)에 대해 강력한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 자칫 내정간섭으로 비춰져 미국과의 관계에 찬물을 끼얻고 나아가 국제협력을 해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과거 주권국가에 대한 충분한 존중이 당연시된 것과 달리 21세기 이후의 세계는 서로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고 한 나라의 비극이 전세계적 파급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기존의 주권중심의 국가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리처드 하스는 다른 정부들(국가들)에 대한 정부(국가)의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것을 '주권적 의무'라 칭한다. 세계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는 주권적 의무를 확산시켜 핵확산 문제, 기후문제, 테러문제 등에 대한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이 순조롭거나 쉬울 순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은 지역에 따른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세계는 세계화의 확산과 더불어 대륙으로 묶인 지역화 또한 심화되는 양상을 띠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 동아시아, 남아시아, 유럽, 중동,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 대한 접근법은 지역적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저자가 언급한 것들 가운데 우리가 속한 동아시아 부분을 적고자 한다).
 동아시아는 인구, 경제력, 군사력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 우방국들에 대한 지원(군사적 보호를 포함한)을 하고 이들 국가들의 일탈(자체 핵무기 개발이나 돌발행동 등)을 견제해야 한다. 이 지역의 지역안보체계의 설립이 필요하지만 역사적인 갈등관계로 인해 정서적 반감이 크기 때문에 화합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 군사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대화채널은 항상 열려있어야 하고 현재보다 확대시켜야 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동아시아를 다루는 데 있어 중국과의 원만한 합의가 매우 중요한다. 동아시아의 동맹국들과 우호를 견고히 하고 연합체를 형성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하고 가능하다면 중국을 협의체 안으로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통해 남중국해의 분쟁을 야기하는 중국과, 핵무장으로 세계 안정을 위협하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21세기에도 세계화는 지속적으로 팽창하고 국가간의 관계도 더욱 밀접해지고 있지만 이것이 세계질서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이 위태로운 세계 정세에서 미국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지 조언하고 있다. 미국인이 아닌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실리를 추구하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또한 자국의 입장을 우선히할 것이기에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재우 선생이 <미중관계사>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강대국이 원하는 세계평화란 자국의 실리에 기반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우치게 된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현재도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이지만 그 본질은 자국의 영광의 유지와 실리 추구라 할 수 있다. 세계화를 통해 타국의 문제가 자국으로까지 확산되는 형태로 변모했기 때문에 미국은 전세계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건 중국이나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가능하다면 한국도 여기에 동참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리처드 하스가 <혼돈의 세계>에서 세계 정세, 특히 미국 중심의 세계 정세를 관망하는 자세는 '자국의 실리'에 초점을 맞추고 21세기에 미국이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고 동아시아가 21세기에 세계를 주도하는 핵심적인 역활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주재우의 <미중관계사>나 마이클 오슬린의 <아시아 세기의 종언>, 그리고 이안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떠올리게 한다.

 급변하는 세기에서 세계질서 2.0 버젼을 역설한 <혼돈의 세계>를 읽었지만, 나는 저자 리처드 하스가 미국을 우선 생각하는 것처럼 나 또한 내가 나고 자란 한국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우리 조국이 강대국의 위치에 서고 세계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위정자들의 능력과 청렴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인문적 소양이라 생각한다.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국제 정세에 관심을 기울이며, 감성보다 이성 중심의 사고에 중점을 둬야 한다. 국민의 지적 능력의 향상은 국가경쟁력을 올리고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되어 지난 세기 우리가 이룩한 '한강의 기적'을 다시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