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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스타트 -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
브래드 스톤 지음, 이진원 옮김, 임정욱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저자 브래드 스톤(Brad Stone)은 오랜시간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얻은 식견을 바탕으로 2013년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를 발표해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가 아마존 창업주인 '제프 베조스'와 '아마존'의 탄생과 성장을 다각적으로 살폈던 것처럼 <업스타트>는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파헤쳐, 창업자들의 아이디어, 열정, 추진력, 노력, 위기 극복 등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기업들의 성장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스타트업을 세운 사람들은 일상에서 마주한 사소한 불편함에서 힌트를 얻어 창의적 사고로 진전시킬 수 있는 자들이다. 우버의 창업자 중 한명인 개릿 캠프는 본인이 운전하는 것을 싫어했고 택시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면서 우버의 창업을 생각해 냈고,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중 한명인 조 게비아는 아파트 랜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남는 소파를 임대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해 에어비앤비의 창업했다.
에이비엔비(본래 명칭은 에어베드앤브렉퍼스트)의 창업자인 게비아와 체스키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선전하며 투자유치를 위해 백방으로 달려보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늘 예산은 간당간당했고 에어비앤비를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웠으며, 거의 파산 지경에 이르렀을 때 때마침 오바마와 메케인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있었고 게비아와 체스키는 오바마와 메케인을 상징하는 '씨리얼'을 판매해 작은 성공을 거두고 이들이 궁극적으로 키우고자 하는 에어비앤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에어비앤비가 묻힐 것임은 자명해 보였다.
난관을 겪으면서도 성실성과 긍정적 마음을 잃지 않았던 그들은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고, 그들로부터 금전적 지원과 더불어 스타트업 과학자의 자세를 배운다. 금전적 압박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긴 했지만 생각처럼 사업의 진척이 없었다. 정체기의 돌파구는 공동창업자의 한 사람인 블레차르지크의 능력에서 나왔다. 천재적 컴퓨터 엔지니어인 블레차르지크는 자신의 특기인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경쟁사인 '크레이그리스트'의 고객 정보를 쉽게 얻어 오거나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에어비앤비를 널리 알렸고 그 결과 에어비엔비는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다.
스타트업이 성장가도에 들어섰을 때 마주하는 문제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아이디어 도용은 심각하고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에어비앤비가 성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음하던 시기, 유사한 업체들이 중구난방으로 치고 나왔고 특히 독일의 잠버 형제는 독일을 중심으로 에어비앤비와 유사한 기업을 만들어 에어비앤비의 확장세에 타격을 주었다. 잠버 형제의 의도는 분명했다. 이들은 전부터 특정 스타트업을 모방한 회사를 세워 적당히 키운 후 되파는 수법으로 이미 거액의 돈을 벌어 들이는데 맛들려 있었다.
게다가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고객이 대여한 집과 물건을 심각하게 파괴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집주인과 고객 간 거래가 믿을만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에어비앤비에 대한 불신을 이끌었다. 이 시간의 피해자였던, (자신의 집을 잃은) EJ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자 단숨에 화제가 됐고 에어비앤비의 신뢰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에어비앤비의 위기 상황이었다.
공동창업자들은 투자자들의 조언을 구하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돌파구를 발견했다.
잠버형제의 공격에 대해서는 '테러와의 합의는 없다'는 자세로 정면으로 대응했고, 되팔기 위한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근시안적 관점에서 키운 잠버 형제의 빔두는 이내 힘을 잃고 주저앉게 된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집주인, EJ의 피해로 인한 에어비앤비 시스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EJ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향후 발생할지 모를 유사한 사태에 대한 보완책 마련과 피해에 대한 보장액 항목을 증설함으로써 진화된다.
에어비앤비가 위에 언급한 위기 상황을 넘긴 후에도 순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자국 내에서의 규제는 물론이거니와 사업이 해외로 확장됨에 따라 각 나라의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사업의 아이디어는 '집주인들은 잉여의 공간을 대여해 수익을 창출하고 투숙객은 저렴한 가격으로 쾌적한 공간을 이용하게 해주는 것'이었지만, 각종 숙박시설을 비롯한 업계의 저항과 P2P 숙소공유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법적인 곤란을 겪게 된다.
정식 숙박 업소가 아닌 장소에 경제적 목적으로 투숙객을 받은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판결이 떨어졌고 이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모든 집주인들이 겪을 수 있는 위험요소이자 에어비앤비의 존속을 위협할만한 중대사황이였다.
창업주들을 비롯한 에어비앤비는 고심하고 또 고심했다. 벨린다 존슨을 필두로 한 에어비앤비의 법무팀으로는 위법사항을 합법적으로 변모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위기였다.
이즈음 에어비앤비 CEO 체스키는 우버 CEO 캘러닉을 만나 급격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이 규제를 넘기 위한 대책으로 사업의 대형화를 통해 규제가 어려운 상황을 도출하는 것이 좋겠다는데 합의한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의 사업이 위법행위를 포함한다는 점을 인지했지만 과감히 밀어붙인다. 사업의 규모와 이용자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결국 그들이 원했던대로 위법이라는 이유로 통제하기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회사 규모(사용자 규모)로 인해 법안의 수정 또는 인가를 이끌어낸다. 게다가 시당국에 세금(호텔세)까지 지불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에어비앤비를 합법의 테두리로 인정하는 지역은 점진적으로 확장된다.
에어비앤비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유럽으로, 다시 아시아로, 그리고 아프리카로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갔다. 그들이 마주해야 할 각 나라의 배타적 시선과 법적인 규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지만(일부는 해결했다) 그들이 여러 위기에 당면했을 때 보여준 위기대처능력에 힘입어 투자자와 투자금은 더 커졌다. 그리고 창업한지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성공한 스타트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버의 스토리 또한 에어비앤비와 대동소이하다. 생활 속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해 회사를 꾸리고 투자를 받고 여러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간다. 우버 택시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사건이나 운송업에 종사하는 자들의 반발과 정부 당국의 규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갖은 고초를 겪었다. 우버는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보다 과감하고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을 펼쳤고 그런 성향으로 인해 분쟁 또한 많았다. 그러나 결국 에어비앤비가 그랬던 것처럼 고난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의 하나로 우버라는 이름을 알렸다.
<업스타트>를 읽으며 우리가 어느 시대보다 창의적 사고가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단 생각과 더불어 한국에서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각광받는 스타트업이 출현하지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관한 일화들을 보며,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한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가 발전된 상태이거나 같이 발전 중이여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젊고 유능하며 창의적 사고로 가득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지는 것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실용적 모델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인프라와 물적 지원체계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본문에 등장한 우버의 창업자들이나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이 초창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이들의 가능성을(높게 보는 사람이 거의 없긴 했지만) 발견한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성공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적어도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존재하고 이들이 접촉할 수 있는 많은 루트가 있기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공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체계가 잡혀있는지, 잡혀 있지 않다면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돌입한 현재 사회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고 성공신화를 쓰기 위해서는 개인적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보조자로서 국가와 정부의 역활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하지만 본문에 등장한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성공에는 창업자들의 끈기와 노력, 그리고 재능이 바탕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과정과 결과에서 박수를 받을만한 모습을 보였으며(위법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이들의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지켜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