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클래식 오디세이 5
헤르만 헤세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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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부터 읽어야 할 책으로 분류해놓고 이런저런 상황을 핑계로 묵혀두다 이제서야 읽은 책이다. 헤르만 헤세는 독일의 대표적 작가로 <데미안>과 <싯다르타>를 비롯한 많은 저작을 남겼다.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가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작품이며 당시 유럽이 겪고 있던 사상적 혼란과 제1차 세계대전의 사회적 혼란기에 발표되었다.


 

 주인공 싱클레어가 10살 무렵 자신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과 '악'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평온하고 온화한 가족 분위기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는 싱클레어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선과 악을 느낀다.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삶과 하인들이나 천민들의 삶이 풍기는 공기가 다름을 인지하고 성근 철학적 고민을 시작한다.

 자신을 비롯한 부유층 자제들이 다니던 라틴어 학교와 가난한 집안의 자녀들이 다니던 공립학교, 공립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울리다 무심코 던진 거짓말은 크로머라는 악의 지배자를 만들고 싱클레어는 크로머에게 끌려다니는 처지에 놓인다. 도둑질을 했다는 거짓말이 불러온 이후의 삶은 싱클레어를 절망에 빠뜨렸으며 크로머의 지배에 저항하지 못한 채 도덕적으로 옮지 않은 행동을 이어가게 된다. 거짓말로부터 시작된 부정행위가 쌓일수록 고민은 깊어지고 평화롭던 가족관계 조차 불편하게 느끼게 된다.

 크로머의 지배로부터 끌려다니며 늘어가는 부정한 행위에 대해 절망하던 시기, 같은 학교에 전학온 '데미안'을 만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이 동급생들에 비해 나이가 몇 살 많아 였지만 나이보다도 그의 행동거지와 이미지에 매료된다. 우연히 어쩌면 데미안의 의지로, 싱클레어와 크로머의 관계를 눈치챈 데미안은 그만의 방법으로 싱클레어를 크로머로부터 구원해 준다.

 종교 수업을 들으며 데미안과 가까워진 싱클레어, 데미안이 바라보는 종교나 세상은 싱클레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사실들에 대해 새로운 사고를 이끌어내고 싱클레어는 성장한다.

 김나지움에 입학한 후 방황기를 거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술과 의미없는 무리짓기에 휩쓸려 다니던 어느 날 길거리에서 만난 이름도 모르는 어떤 여인에 대한 사랑을 느끼자 방황을 끝내고 사랑에 집중한다. 그녀를 상상하며 한 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완성하고 보니 그녀를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데미안을 닮은 듯, 아니면 자신을 닮은 듯한 야릇한 감상을 느낀다. 그림 속의 대상과 대화를 하거나 꿈에서 만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싱클레어는 차츰 무엇인가를 깨달아 간다.

 피스토리우스, 그는 유명한 목사의 아들로 사제의 길을 걷고자 했지만 깊은 사색을 통해 종교적 맹신의 불편한 단면과 이해불가함에 부딪혀 번뇌하고 결국 자신은 목사로서 누군가에게 신앙을 전파할 마음가짐을 가질 수 없음을 깨닫고 음악가로 전향한다. 싱클레어에게 피스토리우스는 겉모습만 바뀐 데미안이었고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서 배운 내면을 보는 법과 삶을 바라보는 자세를 다시 배운다.
 아브락사스,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고결함과 불결함을 동시에 지닌, 그런 신의 존재를 깨우친다. 싱클레어는 점차적으로 데미안이 제시한 낱말(아브락시스)의 진정한 의미에 다가선다.

 싱클레어는 사색이 깊어지고 내면을 바라보는 힘을 키워갈수록 피스토리우스가 이야기하는 가르침의 공허함을 깨닫는다. 피스토리우스에게 지식은 있지만 깨달음은 없음을 간파한 것이다. 싱클레어는 피스토리우스를 들여다보고, 그를 지나쳐 더 높은 무엇인가로 진화하기 위해 세계를 뚫는다.
 피스토리우스라는 안내자를 만나 보다 깊은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역량이 생겼지만 싱클레어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명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오히려 어두운 심연에서 고독과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김나지움을 마치고 한차례 여행을 다녀온 후 대학에 입학하지만 대학 수업과 동급생들의 모습은 무료하고 한심했다.

 그런 차에 다시 데미안과 조우한다. 
 그리고 데미안과 그의 어머니(에바부인)을 만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자유, 영혼, 행복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대는 것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지한 짓인지,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란 완전히 자기 자신을 느끼고, 알고, 내면의 소리에 몰입하여 사는 것에서 비롯됨을 알게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인지한 자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도 있고, 서로에게 이끌린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싱클레어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의 쪽지'는 카인의 표적과 함께 소설 <데미안>에 흐르는 주제란 생각이 든다. 싱클레어가 10살 소년에서 청소년으로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성인으로의 정신적 성장은 하나의 세계를 뚫고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카인의 표적'을 지닌 자들을 만나 자신과 세상의 본질을 알아가는 과정이되기도 한다.

 꿈속에서 보고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삼았던 성별도,나이도 불분명한 대상은 싱클레어가 만나본 적도 없는 데미안의 어머니 모습이었고 그것은 싱클레어도 '카인의 표적'을 지닌 존재였음을 의미한다. 그림에서 느껴졌던 대상들 데미안, 데미안의 어머니, 싱클레어 자신 등 모두가 카인의 표적으로 엮인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공유했으며 상대에게 전달하거나 전달받을 수 있는 지적 성숙을 이룬 자들이었다.

 데미안이란 책에 대해 처음 들었던 건 고등학생 때였으니, 내가 이 책을 읽는데 20년이 넘게 걸렸지만 다른 분들은 좀 더 일찍 접했으면 좋겠다. 헤르만 헤세 자신의 자전적 요소를 가미한 이 소설에서 나는 지적 깨달음을 얻은 어떤 철학자가 제시한 교훈과 같은 가르침을 받았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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