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앞에서 떨지 않고 말하게 해주는 책 - 상대방을 사로잡는 강력한 화술!
카나이 히데유키 지음, 최현숙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려서부터 말을 더듬었다. 공부는 곧잘 했음에도 모든 발표 자리는 내게 가시방석 이상이었다. 혼자 있거나 가족과 있을 때는 증상이 없거나 덜하다가, 낯선 이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하거나 발표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여지없이 더듬거리거나 말문이 막히고 긴장감은 극에 달해 심장은 쿵쾅거렸다.

 나이를 먹으면 좋아지겠지란 막연한 희망도 있었지만 직업적 이유로 말을, 특히 정보전달을 잘해야하는 처지였던 내게 말더듬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대학교 재학 중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말더듬을 개선시키려 시도하기도 했지만 마음의 위안이 되었을 뿐 실질적으로 말더듬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이제 40대에 들어선 지금, 이전에 비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남들 앞에서 발표하거나 정보전달을 할 때 더듬고 떨게 된다. 특히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의 발표는 더욱 그렇다.  
 
 책의 제목을 보며 지난 30년이 떠올랐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콤플렉스가 다시 떠올랐고 이 책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기대하며 펼쳐 보았다. 
 <남앞에서 떨지않고 말하게 해주는 책>은 말더듬을 교정하는 목적보다 발표, 사회, 축사 등의 자리에서 말을 잘 할 수 있는 요령을 담고 있지만 책을 읽다 보니 말더듬에 적용해도 효과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는 기능상의 문제는 없으나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말더듬, 홍조, 떨림 등의 증상이 생기고 저자는 이런 증상을 '심장신경증'이라고 표현했지만 의학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사회불안증'이 더 적절하다. 심리적 영향으로 기능적 이상이 초래되는 경우로, 남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경험했거나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과도하게 작용하여 평소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거나 평소에 할 수 있는 것들을 쉽게 하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지만 메커니즘을 따져보면 지나친 긴장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저자는 쉽게 할 수 있는 8가지 긴장완화훈련을 추천한다. 
 1.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켜라.
 2. 누구나 긴장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3. 다른 사람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라.
 4. 발표자리를 의도적으로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도전하라.
 5. 남과 비교하지 말라.
 6. 발표 준비를 철저히 하라.
 7. 긴급하게 발표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템포를 찾아라.
 8. 경험이 중요하다. 반복 훈련을 통해 긴장도를 낮춰라.

 이 8가지 사항을 3개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첫째, 발표할 주제에 대하여 공부하고 준비한 뒤 소리내어 연습해라.
 둘째,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믿어라.
 셋째, 연습을 반복해라.

 발표를 잘하기 위해, 긴장도를 낮추기 위해,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발표 방법 또한 중요한 역활을 한다. 보통 3단계 화법(서론, 본론, 결론)을 사용하는 것이 쉽고 그 중에도 전후결형(주제가 서론부와 결론부에 등장하는 형태)이 유용하다. 일상에서 대화나 발표의 주제가 될만한 소재를 찾는 노력(관찰, 메모 등)이 필요하고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말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좋은 도구가 된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한 소재를 찾고 줄거리가 잡았다면 반복적인 리허설을 해봄으로써 긴장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말의 속도도 중요한데 한 마디, 한 마디를 천천히 분명하게 내뱉어야 한다. 말을 더듬는 사람 중에는 자신감이 없고 높은 긴장 상태에서의 두려움 때문에 말을 빨리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수록 말은 더 막히고 더 더듬게 되며 자신의 리듬을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평상시에 좋은 발성과 발음, 그리고 음성표현(억양, 간격, 악센트, 리듬)에 대한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말을 잘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수없이 반복훈련을 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좋은 발표를 할 수 없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인위적으로라도 긍정적 자기 암시를 심어주는 것이 발표를 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두려움으로 회피만 거듭한다면 결코 현재보다 나아질 수 없으며 도전에 직면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남앞에서 떨지않고 말하게 해주는 책>을 다 읽었음에도 내게 어떤 변화가 있으리란 확신은 없다. 그럼에도 본문에 등장했던 긴장완화훈련은 적잖은 도움이 될거같은 기대가 남는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온라인 공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결국 실생활(특히 직장생활)에서 발표와 대화는 그 사람의 능력치를 반영하고 인성을 드러내는 척도라 여겨진다. 일상 생활에서 남들과, 남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점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말을 잘하는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반대되는 경우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평상시의 노력이 필요하다.

 난 매일 20여명의 사람들과 대화나 면담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의도적으로 피하곤 하지만 발표를 해야하는 자리도 종종 생긴다.
 내 상태를 다시 한번 직시하고 내게 발표가 주어졌을 때 도망치거나 피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다짐한다.
<남앞에서 떨지않고 말하게 해주는 책>을 읽음으로써 첫술에 배부를리 없다는 것을 알고 꾸준한 반복과 노력을 이어가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나와 같은 고민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