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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세기의 종언 - 아시아의 전쟁 위험 및 경제·무역·정치·인구 문제 대해부
마이클 오슬린 지음, 김성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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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전문가인 저자는 최근 아시아에 감도는 긴장감을 분석하고 현명한 위기대처법을 제안한다. 북핵의 위협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싸드를 빌미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의 현재 상황에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서양 문명이 세계를 지배한 이래로 아시아는 세계무대의 변방으로 여겨졌지만 1970년대 일본의 비약적 성장은 세계에 아시아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으며 한국, 싱가폴, 대만 등이 일본의 뒤를 이어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고 최근 20여 년은 중국이 아시아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는 전세계의 절반의 면적, 60%의 인구, 전세계 생산량의 4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중요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아시아 대륙이 발전 중이고 향후 더 큰 발전을 거듭하리란 낙관적 전망에 가려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은 아시아가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이다. 전쟁의 위험, 경제 침체의 위험, 정치적 대변동의 위험 등이 그것이다.
아시아가 안고 있는 위험을 지도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치명적 위험은 전쟁가능성이다. 최근 중국이 세계의 강자로 급부상하며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고, 과거 아시아 대륙을 지배했던 것처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를 재편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영토와 영해를 둘러싼 갈등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전쟁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아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아시아 대륙 내 국가 간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내전이나 국지적 분쟁 정도는 수차례 있었지만 이것들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국가발전에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의 부상과 함께 중국에서 비롯된 이웃국가들과의 국경분쟁은 아시아 국가들의 군비경쟁을 부추기고 있으며,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더 많은 무기를 축적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는 국간 간 긴장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 국가들은 역사를 토대로 서로 신뢰하지 않으며, 특히 중국에 대한 신뢰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으로, 잦은 분쟁은 최악의 경우 전쟁으로 연결될 수 있다.
2006년 북한의 핵실험은 아시아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을 불러일으켰다. 북한은 중국을 제외하고는 친구라고 부를만한 국가가 없으며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폭탄 소형화 성공을 실현한 것으로 여겨지고 그간 북한이 저질러온 만행으로 인해 주변국들의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을 제외하고도 인도와 중국, 중국과 대만,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과 필리핀, 중국과 일본, 러시아와 일본 등 영토와 영해에 대한 분쟁의 실마리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갈등만 쌓이고 있다.
갈등관계를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는 나토(NATO)나 EU같은 정치적 합의체의 부재는 아시아 대륙의 갈등해결이 어렵고 오히려 점점 깊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시아에는 왜 이런 실질적인 국제기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역사를 돌아봤을 때 볼 수 있는 전쟁과 식민주의의 영향으로 인한 상호불신과 아시아 대륙의 각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치형태에 기인한다. 아시아의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을 예로 들자면 일본은 20세기 초중반 잔혹한 침략행위를 자행했지만 이에 대한 뚜렷한 사과가 없는 형편이고, 국가 성장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의 입김이 약해졌다. 중국의 경우 주변국과 영토, 영해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특히 경제적 성장을 이루며 힘을 획득하자 노골적인 횡포를 부리고 있으며, 중화사상에 기초해 주변의 소국을 무시하고 윽박지르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내에서 신임을 기대할 수 없다. 아세안이란 연합체가 구성되고 정기모임을 갖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비한 상태이므로 명목상의 기구라 볼 수 있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서양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지 1세기도 지나지 않은 정치적 미성숙 또한 아시아를 대표하는 기구의 부재를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지난 반세기와 달리 현재 아시아의 경제성장은 둔화되거나 정체되고 있다. 고성장의 시대는 끝났으며 어떤 국가들에게서는 현대화가 시작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불균형 성장, 자산 거품, 잘못된 투자, 노동 문제,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 등에서 기인한다.
아시아의 성장을 이끌었던 일본과 중국의 고성장은 이미 끝났거나 끝나고 있다는 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안정적인 중산층을 형성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인도 경제성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아시아의 경제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수십년 평화의 시기에 쌓아올린 경제적 성장은 한계의 벽에 부딪쳤고 각 나라는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는 풍부한 노동력, 즉 인구를 바탕으로 급성장을 이루었지만 현재 일본과 한국같은 나라는 인구감소와 노령화가 문제가 되고, 인도나 동남아 국가는 인구 급증이 문제가 된다. 각 국가들은 인구를 부양할 시스템이 부족하거나 생산가능인구가 부족한 위기에 처해 있고, 이에 대한 해결은 쉽지않아 보인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선진국은 인구 감소,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노령인구 증가로 고민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가 짊어져야할 사회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킨다. 중국 또한 인구 감소와 노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형편이며 국가 규모와 변화 속도로 비춰볼 때 충격 또한 클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이 국가 발전을 핑계로 방치해온 심각한 환경오염은 추가적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인도나 동남아 국가의 대부분은 증가하는 인구를 고민하고 있다. 젊은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교육제도와 직장의 부족은 인구 증가로 인한 국가 불안정성을 높인다.
인구문제로 고민하는(과잉이든 부족이든 상관없이) 아시아 국가들은 필요한 수준의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적 빈곤과 정치적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불안정성도 아시아가 안고 있는 위험 요인이다. 독재국가인 중국과 북한을 비롯한 태국 베트남 등이 정치적 불안정에 기여하고 있고 국가 성장률이 하락했을 때 혁명적 시위로 이어져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질 소지가 있다.
중국은 외적인 성장에 가려진 정치적 불안을 내포하고 있다. 약간의 자유민주주의의를 가미했지만 실상은 공산주의 독재국가이며 소수 권력자에 의한 통치 하에서 민중은 통제와 억압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이다. 정부의 투명성, 사법권의 독립, 성숙한 시민의식이 맞물려 사회적 신뢰가 쌓일 수 있는데 중국은 어느것 하나 제대로 갖고있지 못하다. 중국과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하에 있는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중국의 정치불안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중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표출되었을 때의 파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일본은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 잡았지만 버블이 붕괴된 후 장기적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국민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자민당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정책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사그라들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치로부터 무관심해지는 동기가 될 수 있다. 성숙한 민주주의가 위태로운 상태이다.
한국의 경우 민주주의가 정착하긴 했으나 국론 분열과 사회갈등은 높은 수준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정치와 경제의 부패는 국민의 신뢰를 갉아 먹고 사회 불안을 가중시킨다. 게다가 북한이라는 시한폭탄의 존재는 언제고 한국을 뒤흔들 수있는 위험요소로 꼽힌다. 청년층은 역동성을 잃고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부의 대물림이나 신분상승의 차단과 같은 현상은 한국의 국민들로 하여금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정치적 안정성과 국가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분쟁의 위협, 정치공동체의 부재, 경제개혁의 실패, 인구학적 압력, 그리고 미성숙한 정치체제는 향후 아시아 세기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아시아의 불안은 세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미국은 기존의 아시아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군사력 보강을 선보임으로써 분쟁의 불씨를 억제하고 새로운 동맹국을 참여시킴으로써 아시아의 안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여러나라와 분쟁을 일으키는 중국을 견재하는 수단이 될 것이고 나아가 상호교류를 촉진해 아시아 여러나라가 부강해지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전쟁이 갑작스런 붕괴와 파괴를 일으키는 요인이라면 경제는 중기적인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아시아의 중심 국가의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현대화조차 못하고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정부와 기업의 합심과 국가의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의 정착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경제적 불안이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불안정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자국의 이익증진과 아시아의 안정화를 위해 다른 국가와의 긴밀한 공조도 필요하다.
자유무역협정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참여국 대부분에 수혜를 가져온다. 근시안적 접근으로 인한 보호무역이나 부정부패, 부당한 세제 등은 생산성과 효율을 떨어뜨리고 결국 국가성장을 저해한다.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 시킴으로써 국가발전을 이루게되면 정치적 불안요소도 줄일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에 내재된 정치적 혼란은 장기적 위험요인으로 꼽을 수 있고 역사에서 정치적 혁명이 불러일으킨 참사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1933년 나치의 부상, 1949년 중국 공산당 혁명 등을 돌아봤을 때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민주주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민주주의의 확산은 평화적 분쟁해결을 가능케하고 건강한 협력을 통한 위기대처능력을 향상시킨다. 민주주의의 성숙을 경험한 한국, 일본, 인도 등이 앞장서 아시아 사회의 민주주의 확산을 촉진하고 민간에서도 활발한 NGO 활동과 국적을 뛰어넘는 교류를 통해 자유화를 보급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아시아 세기의 종언은 현재 아시아의 위기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최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동반자는 없다는 진부한 격언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고 자국을 수호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치정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한 이기심의 표출은 <지리의힘>에서 팀 마샬이 제시한 것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 보여진다.
전작권 회수나 자주국방을 부르짖는 이상론자의 선동에 휘말리지 않고 냉철한 시각으로 상황을 관찰하고 한국만으로 한계가 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굳건한 한미일 동맹과 기타 주변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중국의 이기적 팽창과 북핵의 위협을 견제해야 할 것이다.
난 책을 읽고 인상깊다고 여겨질 때면 출판사와 옮긴이를 알아본다(물론 제목과 저자는 그전에 살핀다). 내가 널리 알려진 고전을 생각할 때 민음사를, 무게있는 고전은 비봉출판사를, 근현대 인문학은 김영사를, 쉽고 가벼운 주제는 열린책들을, 문학에 관해 문학동네를 떠올리게 되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오르마출판사의 서적은 이 책을 포함해 겨우 두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전문가와 강적들>이나 <아시아세기의 종언> 모두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현대 인문사회 분야를 다루는 더많은 책이 출간되기를 기대하고 몇 년 뒤 현대 인문사회를 논하는 책을 생각할 때 오르마출판사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