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류 -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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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땅을 딛고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는 인류의 팽창과 발전의 터전이 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 가치는 변함없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다. 주경철의 <바다인류>는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발전과정을 바다와 결부시켜, 바다가 인간의 문화와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하고 바다가 가진 무궁한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나 유럽으로,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그리고 오세아니아까지 세력을 넓혀 나가면서 바다는 이동의 걸림돌이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인구 과잉이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등의 목적에 의해 인간 무리는 이동을 결심했고 항해술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 인간의 손길이 닿게 되었고 인류는 지형적 제약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인류가 바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시기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면이 많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지적 수준에서 살펴보자면 바다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첫 번째 지역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초기 이를 주도한 세력은 이집트였다. 이집트는 근방의 지역들과 교역과 교류를 위해 해로를 이용했으며 레반트, 에게해, 키프로스, 소아시아 연안 국가들과 잦은 왕래를 했다. 기원전 13-12세기 경 이집트가 쇠퇴하면서 지중해 무역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페니키아였다. 페니키아는 특정 국가라기 보다는 고대 가나안 지역의 문명을 일컫는 말로써 주로 지중해 남부 연안에 해상 교역망을 구축했다. 페니키아는 지중해 서쪽으로 세력을 팽창하면서 카르타고, 가디르와 같은 식민도시를 건설했으며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대서양까지 진출하였다. 이런 팽창의 동기는 금, 은, 구리 같은 광물자원과 수산업 및 교역이 가져다주는 이문이었다. 


페니키아의 확장을 보던 인접국가 그리스도 페니키아와 같은 노선을 걸었다. 그리스는 지중해 동부, 아프리카 연안, 시칠리아, 프랑스 남부, 그리고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식민도시를 건설했고 광물, 올리브기름, 도자기, 포도주, 직물 등을 교역했고 문학, 건축, 예술 등을 전파/교류했다. 여기서 지중해는 그리스 민족의 확산과 교역의 실크로드로 작동했다. 


기원전 6세기 중동지역에서 페르시아가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인접국들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다. 이에 대한 저항이 일자 페르시아는 무력으로 진압했고 소아시아 서부 해안을 따라 존재하던 그리스 식민도시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밀레투스를 들 수 있는데 페르시아에 대한 밀레투스의 저항과 이를 지원한 아테네는 결국 페르시아에 부딪치게 된다.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 대를 이어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은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연합군이 승리하면서 페르시아 세력은 위축된 반면 아테네의 입지는 크게 강화되었다. 


아테네가 그리스 도시국가연합(델로스 동맹)을 이끌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하자 델로스 동맹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리스의 강대국인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연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이어졌고 스타르타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아테네의 기세는 꺾이게 된다. 


기원전 6세기부터 두 세기에 걸친 전쟁으로 그리스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지중해 중부에서는 로마와 카르타고라는 걸출한 국가가 성장하고 있었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외부로 눈을 돌렸을 때 이미 지중해 해상을 장악하고 있던 카르타고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으며 3차례의 포에니 전쟁을 거치며 카르타고를 복속시키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다. 이어진 지중해 동부 세력과의 쟁탈전에서도 승리함으로써 기원전 1세기 무렵에 이르렀을 때 로마는 지중해를 내해(mare internum)로 여기게 된다.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장악하던 시기 동아시아, 인도 아대륙,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에서도 활발한 해양활동이 이루어졌다. 육상 교역보다 수월했던 바다 교역은 중동에서부터 동아시아에 이르는 광활한 해역을 연결시켜 주었고 수많은 도시가 무역로를 위한 징검다리 역활을 수행하거나 무역의 중심이 되어 성장하였다. 


로마가 전성기를 구가하다 제국이 분열되고 5세기 말엽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동로마 제국 또한 점차적으로 힘을 잃어가던 시기 중동지역의 힘이 커지기 시작했다. 7세기 이슬람 세력이 등장해 중동 전역과 지중해 동부를 장악하기에 이르렀고 이내 아프리카와 스페인까지 그 세력을 확장시켰다. 로마 제국은 수많은 국가들로 분열되었으며 로마의 내해였던 지중해는 많은 국가들의 교역로로 이용되었다. 이슬람의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홍해를 통한 무역로의 활용이 어려워지자 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과 아프리카 대륙을 이용한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인도로 향하는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었다. 해양 세력의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15세기 말에 콜롬버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이 서유럽에 소개되면서 대서양을 이용한 항로가 적극적으로 개척되었고 수많은 교류가 행해졌다.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 생태계 전체가 교류되었으며 천연두와 같은 각종 질병 또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서유럽이 주축이 된 아메리카 원정대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거의 멸절시켰지만 신대륙을 식민지로 활용하고자 하는 강대국들의 움직임에 따라 유럽의 이주민, 아프리카의 노예, 중국의 노동자 등이 아메리카로 향했다. 유럽의 강대국들의 움직임은 아메리카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혹은 지중해를 넘어선 해로를 통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까지 그 세력을 미쳤으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런 지역들을 식민지화했다. 이 시기부터는 전지구적인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해로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활을 수행했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유럽 열강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무력을 동원해 세계의 다른 지역들을 지배하기 위한 각축을 벌인다. 아메리카 대륙 뿐 아니라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의 수많은 국가가 서구 열강에 지배당했고 착취당했다. 인류의 기술의 진보는 범선을 대신할 증기선을 발명했고 증기선이 대두되자 해양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이 크게 상승했다. 산업화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18세기 중엽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내란으로 쇠약해진 무굴제국을 정복했고 19세기 중엽에는 중국과 두차례의 아편전쟁을 벌여 승리하며 동아시아를 침략했다. 해양에 대한 지배권과 해군력이 취약했던 거대 제국들은 수적/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열강의 선진화된 해군력 앞에 쉽사리 무너졌다. 19세기 말엽부터는 증기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고성능의 엔진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는 좁아졌고 열강들이 전세계적 지배를 행사하고자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근대사에 제국주의의 대두를 불러오고 침략과 약탈로 세계사를 얼룩지게 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초래한다


현대에 이르러 바다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면서 세계의 패권은 미국과 소련의 양강구도로 짜여졌고 이들 국가는 상대국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가지고자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무기는 보다 강력하고 정교해졌으며 핵폭탄, 수소폭탄 등 소위 게임체인져라 불리울만한 위력을 지닌 무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더욱이 잠수함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형태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을 이루면서 강대국들의 대양지배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다. 바다는 식량자원의 보고, 교역을 위한 실크로드를 넘어 군사적 이점을 차지하기 위한 필수요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20세기 말 소련이 붕괴되었지만 소련의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고, 남중국해나 동중국해는 자칫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로 비춰지고 있다. 


초반에 언급했듯 바다는 전체 지구 면적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류의 생존에 직결되는 자원의 보고이다. 해양 자원은 앞으로 인류가 번영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폭발적 인구증가를 떠받칠 수 있는 곳은 바다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현재 국제문제로 대두되는 환경오염이 바다와 그 안의 수많은 자원을 파괴시키고 있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류가 바다를 미래를 위한 희망으로 인식하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바다는 인류에게 풍부한 식량, 각종 해저 자원, 우수한 교역로, 해저 도시 등을 제공할 것이기에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바다인류>는 바다를 품은 인류의 역사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온 과정에서 바다가 활용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바다가 인류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세계사 책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만큼,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현대사회에 이르는 과정에 인류가 만들고 겪은 수많은 사건을 다루기에 9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어느 곳 하나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바다가 제목에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세계사 그 자체라 할만하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 역활을 담당해왔는지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바다인류>에 담긴 역사는 사람과 물자, 정보와 문화 요소들이 바다를 통해 교환되고 섞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거나 보다 진보된 기술을 불러온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과거, 현재, 미래로 갈수록 더욱 바다의 중요성이 높아짐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담겨 있다는 저자 주경철의 말을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기술이 진보할수록 바다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이 증가하게 되고 바다가 품고 있는 자원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임은 자명하다.  


<바다인류>라는 책을 읽으며 세계사를 한 번 정리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 리뷰는 지면상의 이유와 연속성의 문제로 서양사에 치중해 적었지만 <바다인류> 내용의 상당부분은 중동, 인도, 동아시아의 해양사를 포함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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