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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양장) ㅣ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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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단테의 <신곡>은 여러차례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한 어려운 책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어려운 책 1-2위를 다투던 중이었는데 최근에 여러 해설서의 도움으로 <차라투스트라>를 완독, 재독, 삼독하게 되면서 한 줌의 깨달음을 얻었고 이제 단테의 <신곡>이 가장 어려운 책으로 남게 됐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기에 단테의 <신곡>보다 훨씬 어려운 책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읽고자 마음 먹고 덤벼들었다가 어려워서 완독을 못한 책을 생각해보면 <신곡>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떠오른다.
<신곡>을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건 2년 전 즈음인데, <신곡> 지옥편을 읽다 포기하면서 다시 언제고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만 남겨뒀었다. 다른 책을 기웃거리면서 <신곡>을 잊고 지내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의 출간소식을 접하게 됐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서평단에 선정돼 이 책을 단테의 <신곡>을 읽는 길잡이로 삼고자 정독하고 리뷰를 작성하게 됐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단테의 <신곡>의 구성과 같이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테가 산 자는 도달할 수 없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의 안내자로 단테가 존경했던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한다. 단테의 <신곡>과 달리 서술은 매우 쉽고 간결하게 이루어져 있고 각종 미사여구가 빠진 형태이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아주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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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을 돌아보는 단테는 지옥의 입구라 할 수 있는 1층 림보에서부터 마왕 루시퍼가 머무는 9층까지를 여행한다. 지옥은 지하로 내려가는 형태로 1층인 림보는 특별히 죄를 짓진 않았으나 하느님을 섬기지 않은 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천국에 오를 수 없다는 절망에 탄식이 이어지는 곳이다. 2층부터 4층까지를 상부지옥이라 하며 5층부터 9층까지를 하부지옥이라 분류하는데 죄에 대한 심판을 받고 죄의 경중에 따라 지옥이 배정된다. 무거운 돌을 굴려야 하는 상대적으로 경한(?) 심판을 받는 지옥에서부터 불똥이 비처럼 쏟아지는 지옥이나 오물에 잠겨있다 머리를 내밀면 악마의 창에 공격을 받는 지옥 등이 소개된다. 지옥은 묘사된 바를 상상해보자면 어느 곳 하나 잠시라도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말 그대로 지옥이랄 수 있다. 단테는 이 지옥을 내려가면서 수많은 악인들과 조우하고 이들의 하소연을 듣거나 아직도 참회하지 않은 그들의 태도를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옥의 마지막 층, 9층에는 루시퍼가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와 카이사르를 암살한 부루투스와 카시아스를 삼키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며 루시퍼의 다리를 지나 지상세계인 연옥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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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옥은 살아있을 때 지옥에 들어갈 만큼 큰 죄를 짓진 않았지만 천국에 오를 수 있는 신앙도 지니지 않았던 자들이 있는 곳이다. 이들의 자신의 죄(하느님을 성심으로 섬기지 않은 죄)를 정화시키고자 고행의 길을 오르게 되는데 죄의 경중과 신앙의 깊이에 따라 연옥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달라지게 된다. 만약 신앙을 갖지 않았던 시기가 10년이라면 그 10배인 100년을 연옥을 오르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지상의 누군가가 진심으로 기도해준다면 정화의 시기는 단축될 수도 있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연옥을 오르는 고됨을 겪으면서도 오르면 오를수록 자신들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경험하게 된다. 단테가 지옥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섞었던 것처럼 연옥에서도 자신의 지인들이나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는 도리를 더욱 마음에 새기게 된다. 연옥의 최상층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단테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사랑하는 연인이요 성자인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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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돌아보게 된 단테는 수많은 성인들과 천사들을 접하게 된다. 또한 베아트리체의 가르침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이 최우선시 되는 사람을 살아야 천국에 도달할 수 있음을 깨우친다. 아무리 선행을 많이 쌓았더라도 그것으로는 천국에 이를 수 없으며 수많은 인명을 살해한 자(예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라 할지라도 하느님을 성심으로 섬겼다면 천국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천국의 1층이라 할 수 있는 월성청에서부터 수성천, 금성천 등을 거쳐 9개 층을 오른 후에 최종적으로는 성모 마리아의 도움으로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눈부셔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던 하느님의 모습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끼고 자신의 내면에 하느님이 기거하고 계심을 깨닫고 찬란한 빛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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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신곡을 알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단테의 <신곡>이 가지고 있는 유명세와 이런 저런 책에서 언급되는 신곡의 부분들에 호기심을 느껴 <신곡>을 읽고자 했던 독자라면 아마 나처럼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짐작한다. 특히 신앙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또는 호기심에 동해 <신곡>에 접근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 <신곡>이 어렵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편자 이선종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가 쓰여졌으며 저자의 의도대로 단테의 <신곡>이 너무나도 쉽게 서술돼 있었다. <신곡: 지옥편>을 읽는 중간에 번번이 책을 덮어야 했던 입장에서 보자면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너무 좋은 길잡이로 여겨졌다. 언제고 다시 단테의 <신곡>을 접하게 될텐데 이 때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를 통해 이해했던 <신곡>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단테의 <신곡>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와 <신곡>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일반적이지 않은 문장에 휘둘려 미처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신곡>의 큰 흐름을 깨우치게 해주는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가 되어 줄 책이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