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니체 아카이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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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평전을 읽다보면 자주 언급되는 몇몇 인물이 있다. 바그너, 쇼펜하우어, 그의 동생 엘리자베트 등 니체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첬던 사람들, 그 가운데 '루 살로메'는 보다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던 니체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 니체의 구애를 거부하고 니체의 지인에게 간 인물, 니체에게 고독과 고통을 더해준 인물, 니체의 생각을 배우고 니체에게 영감을 준 스승과 제자 혹은 친구였던 인물, 니체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터놓았던 인물 등 루 살로메의 존재는 니체의 삶과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니체가 루 살로메에게 큰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루 살로메도 니체와의 교류를 통해 큰 지적 성장을 이루었으며 니체라는 인물을 철학계에 알리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루 살로메가 니체와 교류했던 1880년대의 니체는 학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니체는 다소 급진적이고 극단적인 사상을 주장하는 인물 정도로 여겨졌으며 소수(루 살로메나 브렌데스 등)를 제외하고는 그의 사상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루 살로메는 니체와의 직접적 교류를 통해 그의 사상의 원대함을 짐작하고 있었으며 이후 니체의 저작들을 깊이 살피고 니체와의 교류에서 얻었던 니체라는 인물과 그의 사사상에 대해 정리해 1894년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로 발표했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는 니체와 니체의 사상을 소개하고 니체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루 살로메의  조언대로라면  니체의 철학과 철학의 발전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순수한 이론적 고찰(니체의 저작)과 더불어 니체의 정신적 속성(니체의 삶과 성격)의 주요 특징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통과 안질이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자신의 사상이 그를 고독이라는 장소로 이끌어 니체의 삶은 전반적으로 고통과 고독의 연속이었다. 


니체는 '평범함은 우월함이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가면이다.'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지닌 사상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니체가 보기에 자신의 사상을 비하할 자격조차 없는 하등한)누군가에게 배척의 대상이 되리라는 두려움과 무지한 일반 사람들을 동정하는 마음에서 니체는 가면을 쓰고 생활했다. 니체가 깨달은 세상이란 모순이며 기득권자들이 설계해 놓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로 가득했기 때문에 더욱이 가면이 필요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에는 니체가 쓰러진 1890년 이전의 니체의 저작들을 자주 언급하며 니체의 사상을 이야기한다. <선악의 저편>, <도덕의 저편>, <그 사람을 보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부> 등 수많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된 니체의 글에서 그가 의도하는 바와 그의 글에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살로메는 그녀가 니체와 직접 교류하며 느꼈던 니체의 인간적 특징을 바탕으로 그의 사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녀의 니체에는 니체라는 인간, 니체의 삶, 니체의 정신, 니체의 사상이 모두 섞여 있다. 


루 살로메가 바라본 니체는 굉장히 섬세하고 감수성이 뛰어났으며 그를 자극하는 아주 사소한 무엇에서도 영감을 얻어 원대한 사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천재성 또한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니체의 생애를 따라다닌 물리적 정신적 고통과 고독감조차 니체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살로메가 생각하는 니체의 사상은 끊임없이 저항하는 세계이다. 사회와의 불일치, 신앙의 불일치, 자기 자신의 불일치 등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을 회의적으로 살펴보고 스스로가 깨닫고 창조한 새로운 것에 이르러야 비로소 위대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사상이었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는 니체 사상의 핵심적 언어들에 대한 해석도 담고 있다. 이를테면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철인(차라투스트라)에 담긴 뜻을 (니체의 생각을 들여다 본) 살로메의 시선으로 풀어쓰고 있어 니체의 사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니체가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들을 품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그것들을 자신의 저작에 옮겨 두었는지 '니체의 글'을 인용하며 설명해준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는 루 살로메라는 인간이 니체를 겪고 들어다보고 이야기하면서 얻은 니체의 인간적인 면과 니체의 사상에 대한 고찰을 쉽게 풀어 제시하고 있다. 






내게 '니체'는 처음 그 이름에 끌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열었던 그 순간부터 어려웠다. 한 문장 한 문장이, 한 단락 한 단락이 제각기 따로노는 느낌에 이해도 안되는 말들이 쌓이다보니 금새 포기하고 니체를 멀리 했었다. '여우의 신포도'마냥 굳이 니체를 알지 못해도 세상에는 알 것이 많다고 생각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다른 책에도 니체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에 대한 언급이 참 많기도 하단 사실을 알게 됐다. 인문소양을 고양시켜줄 만한 많은 책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을 망정 철학을 다루는데, 이 철학에서 니체가 단골손님으로 등장했고 니체의 글을 인용하는 작가들도 많아 니체에 대해 알긴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시 펼쳐 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이전과 똑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몇 개 문장이 좀 더 와닿는가 싶다가도 전체적으로 보면 내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그렇게해서 찾게 된 게 니체 평전이나 니체의 사상을 다룬 입문서였다. 니체의 말이니 니체 평전이니 하는 책들을 좀 읽었지만 여전히 니체는 어려웠고 내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완독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준 책은 '베르너 슈텍마이어'의 <니체 입문>과 '이진우'의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 였다. 이 두 책을 읽음으로해서 니체에 대한 친밀함을 얻게 됐고 다시 잡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차라투스트라를 완독 후 니체의 글을 좀 더 읽고 싶어 접한 것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었고 차라투스트라와 마찬가지로 깊은 울림을 얻을 수 있었다. 


루 살로메의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도 <니체 입문>이나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와 마찬가지로 니체에게 다가서는 길을 밝혀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겨우 일부를 읽었을 뿐이지만 니체의 저작에 대한 초보적인 입장은 바로 읽기에는 부담스럽고 어렵다는 점이다. 니체와 독자를 연결시켜줄 고리가 필요한데 그 역활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안내서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는 니체를 독자로 끌어주는 역활을 할 수 있는 책이며 루 살로메가 니체에 미친 영향과 루 살로메가 니체 사상에 끼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니체를 잘안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루 살로메'라는 사람과 니체의 상호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니체를 읽고자 하는 독자는 니체의 생각을 직접 마주하기 전에 간접체험할 수 있는 기회로써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니체가 어렵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니체의 사상을 읽다보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성숙해짐을 느끼게 된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의 의미에 대해 잠시라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다. 내가 독서하는 이유는 나와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함인데 '니체'의 관점은 그런 나의 바램을 성취할 수 있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맘에 와닿는 큰 틀을 제시해 주고 있다. 니체도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도 좋은 것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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