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대답들 - 10가지 주제로 본 철학사
케빈 페리 지음, 이원석 옮김, 사이먼 크리츨리 서문 / 북캠퍼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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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실생활과 동떨어져 일상에는 쓸모없다는 편견은 철학에 대한 접근을 저해한다. 그러나 어느 분야의 책을 읽던지 결국 선인들의 생각을 좆아 철학이라는 학문을 마주해야 하는데, 일반 독자에게 철학(자)은 다른 책을 읽는 기초가 되어주며 철학이 주는 지혜를 통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토록 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은 쉽지 않다. 애초에 쉬울 수 없는 학문이라 생각한다. 한 철학자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그 철학자가 남긴 사유의 과정과 결과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후대에 이름이 알려질 정도의 철학자라면 당연히 남다르게 뛰어난 인물일 것이며 그런 뛰어난 사람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 쌓아 종국에 내세운 이론은 당연히 깊이가 상당할 것이기에 어떤 철학자나 철학 이론에 대해 우리가 몇 페이지의 글로써 온전히 깨닫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이유로 철학서나 철학자의 서평을 읽노라면 문장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보느라 다른 분야의 책을 읽을 때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읽고난 후에는 어떤 지식을 얻었다는 생각보다 머리가 더 어려지러워진 기분을 느끼게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과 나의 인생을 보다 명료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욕심에 철학책에 의지하게 된다.  


<철학의 대답들>은 일상적이고 흥미로운 열 가지 주제(삶, 인간, 지식, 언어, 예술, 시간, 지유의지, 사랑, 신, 죽음)를 다룬다. 산다는 것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10가지 주제는 시대를 막론하고 해당 주제에 괄목할만한 발자취를 남긴 철학자들의 생각을 적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20세기 근현대 철학자들까지 굉장히 넓은 범주를 다룬다. 보통 한 주제에 대해 시대순으로 7~10명의 철학자의 주장이 싣려 있고 각 주장은 2-5 페이지 분량으로 짧은 편이다. 내가 여지껏 접했던 철학서와 <철학의 대답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대 그리스와 계몽주의 시대의 철학자들보다 근현대 철학자들에 대한 언급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현대 철학에 관심이 없던 나같은 사람에겐 대부분이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들의 주장을 읽노라면 공감하는 바가 크게 다가왔다.  


<철학의 대답들>은 주제로 묶여 있어 소개된 철학자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언급했던 바를 제시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모든 주제와 철학자에 관한 글들은 독립성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안다는 것(지식)'을 다룬 챕터에서 소개하는 데이비드 흄부터 앨빈 플레팅가까지 8인의 철학자들의 이론은 지식에 관련하여 같이 묶여 있지만 개별적으로 읽어도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흥미있어하는 10가지 주제로 묶여 있을 뿐 무작위로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별다른 지장은 없다. 오히려 그렇게 읽으라고 만든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주관적인 경험과 관점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긴 하겠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10개의 챕터 중 '앎'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여기는) 것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진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허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공감이 되긴 하지만 그 반대가 맞길 바라게 마음 또한 컸다.


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현대 철학자들이 어떤 하위분야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관심이 있다면 <철학의 대답들>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거창한 학문으로서의 철학 뿐 아니라 소위 개똥철학이라 불리는 개개인의 철학조차 쉬워지는 날이 오리라는 생각 해본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인생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현인들의 사상에 도움을 청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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