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 - 믿음의 흥망성쇠로 이해하는 세계사
우야마 다쿠에이 지음, 안혜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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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가진 정체성은 인간무리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고래로부터 지배자들은 종교를 공작과 지배의 도구로 활용해 왔으며 이런 흐름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저자 '우야마 다쿠에이'는 <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에서 종교, 특히 일신교가 선인의 탈을 쓰고 구원이라는 가상의 열매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만, 실상 종교는 흉악성을 내재하고 기만과 패권 역학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중국은 유교문화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이다. 춘추시대 공자에 의해 등장한 유교는 예를 중시하는 학문(이념이나 종교로도 해석될 수 있다)으로 중화사상의 핵심적 역활을 했다.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보고 그 외의 나라들을 오랑캐(미개인)로 보는 중화사상은 11세기 북송의 사마광이 집대성했고 남송의 주희에 의해 더욱 견고해졌다. 이후 유교가 미덕으로 삼는 신분제와 질서는 중국통치의 근간을 이룬다. 1949년 마우쩌둥의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면서 문화대혁명 시기에 유교를 계급주의의 잔재라 하여 무자비하게 탄압하기도 했지만 덩샤오핑이 집권한 1980년에 이르러 사회주의와 유교를 접목시킨 유교사회주의가 부상했고 다시 유교의 덕목(중화사상, 지배층의 계급서열화)이 강조되었다.

중국은 힘을 바탕으로 주변국을 종속시키고자 한다. 종교가 민족과 국가의 정체성으로써 문화와 문명을 상징하기 때문에 중국은 자신들과 다른 종교, 즉 다른 정체성을 지닌 신장이나 티벳 등을 무력으로 지배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상대의 정체성을 말살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종교로 인해 형성되는 강한 결집력을 방해하기 위해 종교탄압을 비롯한 각종 공작을 펼치는 것이다.

인도의 힌두교는 브라만교에 그 뿌리를 둔다. 기원전 13세기 토착부족을 물리치고 인도를 점령한 아리아인은 통치를 수월하게 하고자 자신들을 '신이 선택한 종족'이라 칭하며 브라만교를 창조한다. 브라만교의 계급(카스트)은 신분제에 당위성을 부여해 소수 기득권층에 의한 지배를 정당화시켰다. 거대한 인도 아대륙을 통일한 왕조가 세워지는 경우 통일 왕조는 국교로 불교를 택했는데 이는 신앙의 형태가 다양한 브라만교보다 하나의 교리를 지닌 불교가 통치에 용이했기 때문이다. 통일 왕조는 불교로, 호족(부족 국가)들은 힌두교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싸웠으며 7세기 마지막 통일왕조였던 바르다나 왕조가 무너지면서 인도는 분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됐고 힌두교가 다시 성행하게 됐다.

유럽은 기독교가 득세한 지역이다. 4세기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후로 기독교는 꾸준히 세를 확장해 중세시대에는 왕보다 높은 자리에 교황이 위치하게 됐다. '카노사의 굴욕'은 당시 교권이 얼마나 막강했는지를 상징하는 사건이며 교황의 권위는 지방 성직자 및 지방 호족에 힘을 발휘해 강력한 중앙통치의 도래를 방해했다. 기독교가 유럽 전역에 퍼져감에 따라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종교적 귀속의식이 강해졌으며 기독교 교리는 유럽의 윤리와 법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십자군 원정의 실패와 교회의 타락이 심해짐에 따라 교권에 대한 반감과 도전이 이루어졌고 14세기 프랑스의 필리프 4세는 교황권력을 약화시키고 아비뇽 유수를 감행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교권에 대한 반감이 팽배해짐에 따라 교황권은 추락하고 교회의 분열이 촉진된다.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비판하며 기독교의 부패를 꾸짖을 때 제후들은 이를 이용해 교회와의 이권투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종교 개혁은 올바른 신념의 관철이라기 보다는 이권을 노리는 자들의 암투를 반영한 운동이라 볼 수 있다. 독일에서 비롯된 종교적 신념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기득권의 세력다툼은 주변국으로 번져 나갔고 프랑스, 영국, 네델란드, 북유럽, 러시아 등의 변혁을 이끌었다. 이 때 종교는 해당 지역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제단되고 가공되어 권력을 장악/강화하는데 이용되었다. 


미국의 건국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종교가 국가의 정치와 사회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깨닫게 해준다. 영국의 국교회로부터 핍박받던 퓨리턴(청교도)은 생존을 위해 대양을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했다. 이들은 미국에 정착해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고 미국 성교회를 발전시켰으며 이권을 위해 영국 본토와 손을 잡았다. 영국과 합심해 미국에서 프랑스를 몰아낸 후 영국이 경제적 억압을 가하자 청교도의 반골 정신은 독립전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승리해 미연방을 세웠다. 미연방의 설립 때부터 국교의 제정은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종교의 자유를 인정했지만 현제까지도 종교가 정치사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미국을 이끌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신도를 보유하고 있는 이슬람교는 중동과 아프리카 그리고 중앙아시아 일대에 널리 퍼져있다. 이슬람교의 초기 행보는 (의외로) 타종교에 관용적인 모습을 띤다. 7세기 아라비아 반도의 헤자즈에서 탄생해 주변으로 세를 확장해 간 이슬람은 종교적 신념보다는 실질적 이득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슬람의 팽창은 정복전쟁이 주는 이득을 더욱 갈망하게 했고 사산 왕조 페르시아를 넘어 유럽을 점령해 그 열매를 누리고자 했다. 그러나 유럽진출이 비잔틴제국에 의해 막히자 방향을 틀어 아프리카와 이베리아 반도로 나아간다. 


이슬람은 종교적 신념을 앞세워 주변국을 침략했는데 이것은 '코란'의 가르침이 아닐 뿐더러 기대한 바와 같은 종교적 성취를 이루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침략행위는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이권의 찬탈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의 십자군 원정과 마찬가지로 이슬람의 지하드 또한 결국 이권 다툼의 연장임을 종교라는 허울로 교묘히 감추고 포장해 그럴듯한 명분으로 자행되었던 것이다. 





<종교 권력은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였나>는 종교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지배층이 어떻게 종교를 착취와 지배의 도구로 사용했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더불어 세계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데 큰 도음을 준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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