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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 삶의 교양이 되는 10가지 철학 수업
필립 휘블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6월
평점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엘리스는 하얀 토끼를 따라가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고 영화 <메트릭스>의 네오는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는 메시지를 보고 토끼 문신을 한 여자를 따라가 진실된 세상을 마주하게 된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최고의 여행은 미지의 땅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여행이다."는 말처럼 철학은 삶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담금질한다. 이 책은 신, 감정, 자유의지, 인식, 의지, 죽음 등의 10가지 주제에 대해 현대철학이 제시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저자는 철학이 어려울수록 심오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고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운 철학, 새로운 세상이 아닌 현실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철학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해봤을 법한 주제들에 대한 철학자의 생각은 좀 더 명확하고 논리적인 답변을 추구하는데 '감정'을 예로 들자면 감정이 선천적인지, 감정이 생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감정의 조작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와 같은 의문에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감정의 정의부터 감정의 원인과 영향까지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많은 결과물에 대해 객관적 성찰을 문자로 드러내는 것이다.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 본문의 내용들은 어떤 질문에 대한 논리적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루는데 이 과정에 새로운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믿다' 챕터에서 전지전능한 신의 존재를 논하면서 '신은 스스로 들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돌도 창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내비친다. 이 질문은 유신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용도로 쓰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신의 존재와 역량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신의존재증명(Gottesbeweis)을 시도한 '안셀무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론을 읽으며 논리적 사고를 시도할 수도 있다. 영성, 신성, 종교, 신에 대한 무신론자들의 자연과학적 접근과 유신론자들의 예감이나 믿음을 기반으로 한 접근을 비교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고를 해 볼 수도 있다. 철학은 이러한 모호한(답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설득되지 않는 반대에 직면해야 하는)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오컴의 면도날'같은 직관적이고 합리적 결론을 추구하고 있다.
인간은 많게는 한 세기 가량 세상을 살다 가는데 종국에는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산다는 것, 죽는다는 것을 재조명하는 것도 철학의 범주에 속한다. 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인간은 보통 두 가지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죽은 자에 대한 긍정적 기억과 시신에 대한 부정적 두려움이다. 시체를 표현할 때 보통 부모, 친구, 친지 등이라고 여기지만 철학적으로는 '과거 ~였던 사람으로부터 남겨진 물질'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음은 모든 생명체의 종착점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품지 않는다. 간혹 지인의 죽음으로부터 그 의미를 간접체험할 뿐이다.
죽음이 주는 두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에 대한 언급을 터부시하게 만들었고 기피해야 할 무엇으로 여겼다. 죽음을 사유해 보자면 신체적 죽음과 의식적인 죽음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이 두가지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받아들이게 된다. 죽음을 자연과학적으로 정의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유한성으로 인해 어떤 이는 삶을 긍정적으로 보기도 하고 다른 이는 삶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기도 하는데 자신의 삶이 어떤 모습인가는 그 사람의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과 죽음에 대한 관점과 관련되어 나타난다. 우리가 사는 삶이 현재 어떤 의미를 띠고 있으며 죽음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는 난해하지만 직면해야 하는 주제이다.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가 다루는 10가지 주제 가운데 위에서 언급한 3가지(감정, 믿음, 죽음)를 간략히 적어봤는데 다른 주제도 마찬가지 양상을 띤다. 주제(단어)의 정의를 구체화하고 그것이 삶에서 어떤 의미를 띠는지에 대해 분명한 말로써 드러낸다.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를 읽다보면 철학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와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은 말이나 언어로 우리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들에조차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에서 다루는 10가지 주제 모두가 삶에 밀접하게 녹아있는 부분이며, 우리가 나름의 이해와 신념을 갖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의 시선으로 재조명된 후에는 우리가 이해했던 것과는 약간 다르거나 훨씬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이를 통해 사고를 명료하게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하얀 토끼를 따라가라>에 담긴 철학자들의 고민(답)은 보통 사람들의 생각을 깊게 만들어주고 사고능력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주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철학이 어렵지 않고 현실을 다루는 학문이라는 점을 증명하듯 전체적으로 편안히 읽을 수 있으며 대주제와 소주제는 우리가 생각해봤을 법한 범주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
철학에 관심있는 독자들뿐 아니라 인문/교양 서적을 찾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좋은 권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