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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문명 1~2 - 전2권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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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 접했던 <개미>를 시작으로 최근의 <심판>에 이르기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기발한 발상으로 독서의 몰입도를 높여주곤 했다. 대략 2년 전 쯤 발간된 <고양이>도 그런 작품가운데 하나였는데, 인간들이 행한 테러와 전쟁으로 인간문명이 붕괴될 위기에 처했을 때 도도한 암고양이 바스테트와 현자인 수고양이 피타고라스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고양이>의 주인공인 바스테트와 피타고라스는 동료들과 함께 세느강의 시뉴섬에 정착했는데 온 파리를 장악한 쥐떼들은 세느강을 건너 시뉴섬까지 습격해 왔다. 바스테트의 임기응변으로 쥐떼의 1차 침입은 막아냈지만 절대적인 수에서 크게 밀리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어질 쥐떼의 공격이 성공할 경우 섬에 있는 인간과 고양이의 멸종까지 감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에 현자인 피타고라스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방대한 지식을 후대를 위해 남겨놓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시뉴섬을 벗어나 보다 안정적인 곳으로 공동체를 피신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양이와 인간의 우호적 관계는 약 1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농경을 주업으로 하는 정착생활이 확산되면서 곡물을 쥐로부터 보호해 줄 수단이 필요했고 쥐의 천적인 고양이가 해결책으로 부상했다. 이해관계의 일치로 인간과 고양이는 공생관계를 이어갔고 지역에 따라 고양이를 신으로 추앙하기도 했다(예를 들어 주인공 바스테트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고양이 모습을 한 다산과 풍요의 여신 이름이다). 때로는 종교적 박해가 인간사회를 넘어 고양이에게까지 전파되면서 온갖 수난을 겪기도 했다. 17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고양이에 대한 박해가 멈췄고 인간들이 자유롭게 고양이와 함께 할 수 있었으며 21세기에 이르러 고양이는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반려동물의 자리를 꿰차게 됐다.
피타고라스의 의견에 따라 시뉴섬으로 피신했던 인간과 고양이의 공동체는 보다 안전한 장소로 여겨지는 시테섬으로 이동한다. 시페섬 둘레를 따라 방벽을 설치하고 세느강 연안과 연결된 부위를 막음으로써 쥐떼의 습격을 막는다. 쥐떼의 수장이던 캄비세스는 시뉴섬에서의 패배로 탄핵되고 그 뒤를 이어 티무르가 쥐떼를 이끌게 된다. 실험용 쥐였던 티무르는 피타고라스처럼 이마에 제 3의 눈(인간의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뇌와 연결된 USB 포트)를 갖고 있었고 피타고라스가 그렇듯 UBS 포트를 통해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다. 티무르는 인간과 고양이에 대한 큰 적대감을 품고 이들을 궤멸시킬려는 목적으로 전면전보다 시페섬을 포위해 섬 안의 공동체를 고사시키는 작전을 수행했다. 티무르의 무리에 위한 포위를 돌파하기 위해 시페섬의 인간과 고양이들은 하늘을 나는 열기구를 띠워 외부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열기구가 성공적으로 작동해 시페섬을 빠져나오는데는 성공했지만 파리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쥐 떼들에 장악된 상태였다. 인간들이 거주했던 공간들은 쥐나 다른 동물들이 점유했다. 인간의 지배가 사라진 후의 세상은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쥐 떼 뿐 아니라 개, 돼지, 고양이 등이 각자의 영역을 구축해 살아가고 있었고 바스테트 일행은 쥐 떼를 피해 다니면서 원군을 확보하고자 노력했지만 흔쾌히 지원을 약속하는 동물집단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바스테트 일행은 인간 생존자들이 모여사는 곳에 다다랐고 그곳은 쥐, 고양이, 토끼, 돼지 등 다양한 실험동물들에 '제 3의 눈'을 부여한 실험실이 있는 곳이었다. 바스테트는 자신도 피타고라스처럼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인간의 방대학 지식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제 3의 눈'을 얻고자 했고, 자원해서 '제 3의 눈'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결과는 성공적이였고 바스테트는 인터넷 접속을 통해 인간과 직접 소통하거나 인간의 정보에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인간 사회의 붕괴의 원인이었던 테러와 전쟁은 인간 사회가 무너진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바스테트 일행이 머물던 실험실에는 (어떤 열정적인 연구원에 의해) 현재까지 존재하는 모든 인간 문명의 기록을 저장한 장치(ERASE)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는데 여기에는 단순한 지식 뿐 아니라 치명적인 무기 제조법 등이 수록돼 있었다. 극단주의자들은 강력한 무기를 얻고 자신들이 정보를 통제해 사람들을 지배하고자 실험실을 공격했고 ERASE를 탈취해 간다. 바스테트 등은 ERASE를 탈환하는 임무에 나선다.
시테섬의 포위를 뚫기 위한 원군 확보를 위해 열기구를 탔던 바스테트 일행...처음의 목적은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여러 사건에 휘말려 위기에 위기를 겪게 된다. 믿었던 대상에게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인간들이 이전 사회에서 저질렀던 만행에 대한 재판에 엮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씩 시테섬의 구출에 참여하겠다고 하는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개, 앵무새, 돼지, 인간 등! 바스테트 일행은 지원군의 도움을 받아 티무르가 포위한 시테섬의 탈출을 위해 출진한다. 그리고 시테섬을 빠져나온 후, 더 큰 세상으로...
<문명>은 고양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사회의 몰락과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그려내고 있다. 우화가 주는 재미와 더불어 주인공 베스테트의 오만한 모습은 시종일관 미소를 짓게 하는 포인트가 된다. <문명>을 개별적으로 따로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전 작품 가운데 <고양이>를 먼저 읽어보았다면 조금 더 친숙하게 느껴지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제껏 접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에서 느꼈던 재미와 독창성은 <문명>에도 담겨 있었다. <문명>이 선사한 결말로 유추해 보건데 <고양이>에서 <문명>으로 이어진 것처럼 몇 년 후 <문명>과 이어질 다른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된다. 그 때 다시 베스테트와 피타고라스를 만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