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 장군, 상인, 지식인
미할 비란.요나탄 브락.프란체스카 피아셰티 엮음, 이재황 옮김, 이주엽 감수 / 책과함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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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군 지휘관(장군), 상인, 지식인을 매개로 유라시아의 광범위한 영역을 지배했던 몽골 제국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실크로드라는 단어는 19세기말에 도입됐지만, 구세계를 동과 서로 연결하는 육상과 해상 교역로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고, 몽골제국이 동서로는 동아시아로부터 유럽과 이슬람 세계에 이르고 남북으로는 동남아시아로부터 시베리아에 이르는 거대 제국을 형성함에 따라 크게 번성하게 됐다. 하나의 거대 제국 또는 연방이 구성됨으로써 해당 지역은 전쟁이 줄고 교역이 활발해졌는데 물자와 인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문화 간 접촉이 활기를 띠었다.

몽골 시기(1206ㅡ1368)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통일 몽골 제국(1206ㅡ1260) 시기와 몽골 연방 시기이다. 통일 몽고 제국 시기는 칭기스 칸과 그의 후손들이 몽골 제국을 건국해 팽창해가는 과정이었고 몽골 연방 시기는 툴루이(칭기스 칸의 막내아들)의 아들, 뭉케가 쿠데타로 집권한 후 4개의 지역 제국(각각 중국, 중앙아시아, 이란, 시베리아를 지배하는 칸국으로 나뉨)으로 나뉜 시기이다. 몽골 제국의 정복활동은 다양한 문화권을 뒤섞어 동서와 남북의 문화가 서로 융합되고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군인은 물론이거니와 유능한 상인, 기술자, 행정가 등의 등용을 중시했으며 교역에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제국 내외로 인재와 상품의 교역이 빈번히 이루어졌고 실크로드는 활성화되고 확장되었다. 원나라(중국을 통치한 몽골제국)가 송나라를 정복하면서 해상 운송수단과 해로를 손에 쥐게 되어 해상 교역도 활성화됐다. 아시아, 유럽, 인도, 동남아시아, 이집트에 이르는 광범위한 세계 교역은 1320ㅡ1330년대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몽골 제국이 쇠퇴하면서 크게 위축된다.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몽골 시기에 활약한 군 지휘관, 상인, 지식인 신분의 15인을 다룬다. 여기에 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다양한 언어(한문, 몽골어, 러시아어, 페르시아어, 아랍어 등)로 쓰여진 1차 자료를 참조하여 쓰였으며 대부분의 자료는 몽골인 스스로가 기록한 것이 아니라 그 복속민들이나 이웃이 기록한 것이다. 이것은 이 책에 담긴 내용을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입장을 대조하여 객관적으로 작성했음을 의미하지만 당시의 사료가 풍족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몇몇 부분은 학자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저자들은 미리 언급하고 있다.


첫 6개 장은 6인의 장수들(곽간, 바이주, 쿠툴룬, 양정벽, 사이프 앗딘 킵착 알만수리, 툭투카)를 다룬다. 몽골 제국은 칭키스 칸이 죽은 후 오랜동안 내분을 치뤘고 결국 4개의 칸국으로 분열되었기 때문에 이들 장수의 활약의 명령권자는 제국의 권력을 누가 잡고 있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족이지만 몽골 제국을 위해 봉사하며 공성전으로 바그다드 함락에 기여하고 쿠빌라이 칸의 송나라 정벌을 조언한 곽간, 역사서에서 폭력적이고 잔혹한 인물로 묘사되는 인물로서 서방 정벌에 큰 공로를 세웠지만 왕가와의 불화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바이주와 그의 손자 술레미시, 최고의 핏줄을 이어받은 공주로 태어났지만 장수가 되어 전장을 누비고 많은 예술작품의 소재로 되었던 쿠툴룬, 쿠빌라이 칸을 도와 송나라를 멸하고 동남아시아와 인도의 나라들을 복속시키고 해상 무역로를 확보한 양정벽, 몽골의 엘리트였으나 시리아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맘룩 술탄국으로 망명했고 고속 승진을 거듭해 다마스쿠스의 총독까지 올랐으나 다시 일 칸국으로 넘어가 몽골의 맘룩 정벌을 도왔고 이후 다시 맘룩 술탄국으로 넘어와 사령관으로 복무한 킵착 알만수리, 색목인(킵착인)이었지만 원나라의 원정행보에서 세운 공적과 충성을 인정받아 원나라 최고위층에 이른 툭투카와 그 자손들.    


이어진 4개 장은 몽골 제국의 광활한 영토를 누비던 상인들의 이야기이다. 이는 이슬람 상인 신분이었으나 칭기스 칸을 위기에서 구한 공로와 이어진 금나라 정벌에 기여한 공으로 고위직에 올랐고 118세까지 장수했다고 전해지는 자파르 화자,  조국 로마니아의 사절단으로 지중해와 흑해를 거쳐 크림반도에 상륙해 몽골 제국으로 가는 안전한 길을 개척한 보두앵 드 에노, 이슬람과 원나라의 해상 교역로를 발전시킨 상인이자 지방 장관으로 재직했던 자말 앗딘과 그의 동생 타키 앗딘, 금장 칸국의 황후로서 권력의 핵심에 위치해 있으면서 흑해 무역을 촉진했던 타이둘라


마지막 5개 장은 몽골 시대에 활약한 지식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유대교를 버리고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며 불교에 호의적이었던 인물로 일 칸국에 복무하며 세계사, 신학, 농학, 의학 등의 많은 저서를 남긴 라시드 앗딘, 훌레구의 원정을 따라 서방으로 넘어와 훌레구의 의사이면서 중국의 천문학을 이슬람에 전파한 부맹질, 언어, 점성학, 의학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고 쿠빌라이 칸의 신임을 받아 일 칸국으로 사행을 갔고 거기서 다시 이탈리아로 사행을 떠났다 원나라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몽골 제국이 정복한 지역을 망라한 지리학 저작에 힘쓴 이사 켈레메치, 여성의 신분이었지만 남편의 치세를 도와 막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건축, 종교, 학문을 후원하고 본인도 작가로 활동했던 파드샤흐 카툰, 후잔드에서 출발해 메디나에 이르는 '지식 추구 여행'을 25년에 걸쳐 수행했고 인생의 말년에는 수피 학자로서 삶을 산 알아하위


15인의 인물 가운데 다수는 한 가지 직업에 종사하지 않고 다양한 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전장에서는 장군이었고 평시에는 행정관리가 되었으며 이윤을 추구하는 상인이 되거나 학문을 연구/정리하는 학자가 되기도 했다. 소개된 인물들의 시기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 여러 인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주인공 격인 인물이 중점적으로 활약한 지역(나라)에 따라 역사적 상황에 대한 관점을 다양화할 수 있다. <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개별적 인물을 내비치는 각각의 장으로 구성됐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몽골 제국의 역사를 감안했을 때 이것은 '몽골 시대' 역사를 연속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도 있다(단, 시대순으로 다루진 않는다).  






세계사에 관심이 있어 역사를 다룬 서적을 종종 읽고 있다. 운좋게도 여지껏 읽은 대부분 책들은 재밌기도 하고 각자 떠도는 단편적 지식을 한데로 연결해줘, 그로부터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었다.  마찬가지로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를 통해 몽골 제국의 역사와 함께 중앙아시아, 이슬람, 동로마 제국의 역사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났다. 역사에 등장하는 하나의 에피소드는 재미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장구한 역사적 흐름을 가늠하기는 어려운데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은 서론에서 전반적 몽골의 역사를 서술해 놓고 본 장에서는 15인에 대해 기전체로 서술함으로써 이런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각 장을 쓴 학자들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책에 포함된 내용의 서술이 다양한 느낌을 띠는데, 어떤 장은 문헌에 입각한 고증에 치중한 느낌을 주고 어떤 장은 읽기 편하게 스토리를 작성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1차 사료에 의거해 객관성을 추구한 서술이겠지만 전달자에 따라 감흥도 달라짐을 느낀다. 


로마사나 중국사는 역사를 좋아하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애써 찾아 읽을정도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중앙아시아사나 이슬람의 역사는 일부러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 어려운데 <몽골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에 담긴 인물들의 전기를 읽다 보니 내가 미흡한 부분을 가늠할 수 있었고 어떤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만약 몽골 제국의 전체적 흐름을 간략히 읽고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몽골 제국의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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