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인간의 수명은 일백 년이 안되지만 인간이 쌓아온 업적의 기록은 적어도 수천 년이다. 그 가운데 어떤 인물이 행한, 또는 행하지 않은 일들로 인해 역사가 바뀌게 된다.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중요한 순간에 잘못된 선택으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에서 우행이 낳은 웃지못할 순간의 기록을 101가지로 추려 소개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고대~근대 편>은 기원전 5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발생한 50가지 에피소드를를 다룬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특정 시기 특정 인물의 선택의 순간을 묘사하고 있다. 이를테면 어떤 왕이 외세의 침략에 대응해야 하는 순간에 그릇된 판단이나 착오로 하지 말아야 할 공격을 감행한다든지 공격해야 할 공격을 하지 않음으로써 국가와 본인의 흥망이 결정되는 찰나를 그려낸다. 역사에 가정이 의미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는 매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선택의 순간에 내린 결정이 반대로 이뤄졌더라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붙인다. 왕과 장군처럼 중요한 인물의 행동이 부른 결과가 후대의 역사를 결정지었듯 만약 그들이 반대되는 행동을 취했을 때 발생할 나비효과로 세계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저자들은 로마제국이 고트족을 홀대하지 않았더라면, 아즈텍이 코르테스를 공격했더라면, 영국의 헨리 8세의 이혼을 교황 클레멘스 7세가 승락했더라면, 프랑스와 7년 전쟁을 마친 영국이 미국에 좀 더 관대했더라면, 독일군이 오지도 않을 러시아 군을 기다리며 허송세월하지 않았더라면 등 이미 발생한 중요한 선택(오판)이 부른 패착을 알림과 더불어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상황을 기반으로 이어졌을 법한 역사를 추측한다.
제목에 쓰인 '흑역사'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바와 같이 이 책에 소개된 에피소드는 모두 부정적 상황으로 이어진 것들이다. '옳음은 강자의 이익에 복무한다.'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는 역사의 격언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면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에 소개된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내린 결정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악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저자들은 해당 주인공들이 반대의 선택을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을 추적해 보는 재미를 통해 해소하는 것 같다. 독자의 입장에서도 역사적 사건을 알아가는 동시에 반대적 상황이 불러올법한 역사의 변화를 읽으며 다양한 관점을 경험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기에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세계사를 시대순으로 찬찬히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는 과정이지만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주요 사건을 단편적으로 접하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현재의 국제 정세를 파악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지구라는 공간은 방대하고 인구도 엄청난데 선조들이 남긴 발자취를 모두 좇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굵직굵직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역사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의 하나라 생각한다. 게다가 강한 인상을 남기는 사건은 흥미를 유발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짜투리 지식을 쌓기에도 요긴하다.
근현대 세계사가 서양을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에 수록된 에피소드는 서양인과 서양에서 발생한 사건이 주를 이룬다. 후에 아시아 역사의 줄기를 바꾼 괄목할만한 사건과 인물을 다룬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과 비슷한 부류의 책이 발간되길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몇 개 안되는 비서양 에피소드 가운데 한국과 관련된 것이 있어 짧게 소개하며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
'흑역사 017, 일본 바깥으로 눈을 돌린 히데요시의 패착'은 일본의 최고권력자가 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국의 분란을 해소하고 자신의 입지를 견고히하기 위해 해외원정을 결정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가까운 조선을 침략해 단기간에 압록강변에 이르는 엄청난 성과를 내지만 이순신 장군과의 해전에서 연전연패하면서 보급로가 끊겨 곤란에 빠진다. 애초 목표로 삼았던 중국까지의 진출은 요원해지는 상황에 처한 일본은 명나라와 강화 협상을 하지만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무산된다. 일본은 다시 조선을 침공하는 정유재란을 일으킨다. 이 때도 이순신 장군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은 패퇴하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건강이 악화되면 이듬해 사망한다. 히데요시의 뒤를 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권력을 잡은 후 쇄국정책을 펼쳐 일본의 개방은 3백 년 이후로 미뤄진다. 저자는 만약 히데요시가 조선 침공이라는 전략을 택하지 않고 국내의 입지를 다지며 개방정책을 펼쳤더라면 일본의 산업화와 근대화는 훨씬 앞당겨졌을 것이고 일본이 동북아의 패자의 지위를 꿰찼을 수 도 있었을 것으로 전망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