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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 ㅣ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리즈 브라즈웰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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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봉한 영화 '알라딘'은 어린이들의 꿈을 구현해주고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구성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과 OST에 힘입어 '천만 관객 영화'에 등극했다. 나 또한 관객의 1인으로 영화 알라딘을 재밌게 감상했으며 오래 전 읽었던 소설 알라딘을 떠올리며 마음 속으로 두가지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 소설 알라딘은 '오래 전 재밌게 읽었다'는 기억 조각과 함께 극히 지엽적인 장면만 남아 있을 뿐 전체적 스토리와 감상이 떠오르지 않아 언제고 기회가 되면 글로써 알라딘을 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은 작년에 내가 마음에 품었던 책으로 알라딘을 읽어 '재밌게 읽었던 기억'에 실제적인 스토리를 더하고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감상을 추가할 기회를 주었다. 더불어 어렸을 적에는 권선징악에 대한 흐뭇한 감상에 치우쳤을텐데 나이가 들고보니 아그라바의 전임 황제나 자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알라딘에 대한 것 또한 '멋진 주인공'의 이면을 같이보게 되는 듯 했다.
<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은 아랍의 아그라바 왕국의 빈민가에 사는 청년 알라딘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다. 알라딘은 시장을 거닐던 공주를 구하게 되면서 공주와 인연을 맺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사악한 궁정 대신인 자파에 모략에 빠져 '지니의 요술램프'를 뺏기고 사막의 동굴에 갇히게 된다. 불굴의 의지로 동굴을 벗어나 아그라바에 돌아와보니 자파가 요술램프를 이용해 왕위를 찬탈하고 자스민 공주를 핍박하고 있었다. 알라딘은 자파를 벌하고 자스민을 구해내기 위해 빈민촌의 옛 친구들과 함께 계획을 세운다...
어렸을 적 <알라딘>을 동화로 읽었을 때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고 작년 영화 알라딘을 감상했을 때도 마찬가지 감정을 느꼈는데 그것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알라딘이 몇가지 우연한 기회와 본인의 용기를 기반으로 국가를 구하고 공주의 사랑을 얻는다는 너무도 행복한 결만에 미소짓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써, 중년의 나이에 다시 읽은 알라딘은 순수한 재미와 함께 몇가지 생각을 덧붙이게 만들었다. 특히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일삼는 알라딘이란 인물과 무능력한 왕을 몰아내고 제위를 찬탈한 자파에 관한 느낌은 단순히 선과 악이라는 측면으로 몰아세우기는 어려워 보였다.
알라딘의 성장환경은 불우했다.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아버지는 소식이 없었고 홀어머니는 끼니조차 걱정스러운 살림을 맡아야했다. 알라딘은 생존을 위해 도둑질을 일삼았다. 나중에는 자스민 공주를 구하고 자파를 물리치겠다는 마음에 온갖 범죄를 저지른다. 아이의 마음으로 바라본 알라디는 분명 모험심 가득한 영웅이고 정의로운 자일테지만 성인의 눈에 비친 알라딘은 각종 범죄를 일삼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존재로 생각될 수도 있다.
자파는 2인자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다. 본인의 야심을 채우기 위해 알라딘을 이용하고 왕위를 찬탈한다. 그리고 본인보다 훨씬 젊은 자스민 공주와 결혼해 왕위를 견고히하고자 한다. 비록 부정한 방법으로 제위에 앉았지만 자파가 사술로써 행한 시혜는 가난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만약 자파가 무능력한 왕을 벌하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걸음까지만 내디뎠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동정이 생기는 장면이었다. <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의 자파는 초지일관 악한 마음을 품고 있음은 분명하다. 본인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략을 세우고 양심의 가책도 없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킨다. 그럼에도 올바른 위정자가 어떤 인물이여야 하는가를 떠올려보면 무능력하고 놀이에 빠져살던 전대의 왕과 마법으로 모든 권력을 거머쥐고 사람들을 부리려는 자파는 모두 악한 군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를 다시 읽을 기회를 접하곤 한다. 기억을 더듬어도 미디어나 다른 책에 자주 회자된 부분만 명확히 기억하는(어쩌면 스스로가 기억한다고 착각하는) 정도에서 글로써 다시 접한 동화는 어렸을 적에 느꼈을 감상과는 분명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동심에서 바라본 세상은 우리네 사회 지침과 교육의 방향을 따라 선이 악을 물리치는 장면에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단순한 곳이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 가장이 되는 과정을 겪으며 보다 많은 사람과 책을 만나다 보면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이분법으로 나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소설 <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은 소설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게다가 글의 중간중간에 게재된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일러스트로 인해 글이 주는 상상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독자들이 어릴 적 처음 접했을 알라딘에 대한 향수와 함께 자신이 지나온 삶의 무게만큼의 때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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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 접한 알라딘은 순수함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전에 간직했었던 순수함을 떠올리는 동기가 되고 단조롭고 각박한 삶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마음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확인 가능하리라.
PS) 알라딘이 양탄자를 타고 궁전의 활극을 그리는 장면보다 쥐떼거리의 친구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내게는 새롭게 다가왔다.
"너와 나 사이에 이게 늘 문제였지. 그래, 나도 훔쳐. 하지만 난 필요한 것만 훔쳐. 나 스스로 얻을 수 없는 걸 훔친다고. 근데 넌 본업으로 도둑질을 하잖아. 이젠 아예 제자들까지 무리로 받아서는 애들에게 이런 일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심어주고 있다고."
"만약 궁에서 먹을거리와 금덩이를 계속 내어준다면 그때는 더 이상 이 일이 괜찮은 일이 아니겠지. 하지만 역사가 계속해서 증명하잖아. 타인에게 의존하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말이야. 특히 가난한 이들을 구제하는 역활을 하는 자들에게 말이지. 일주일, 길어야 이주일 안에 술탄이 백성을 구제하는 일을 그만둘 거리고 봐."
모르지아나가 말했다.
"넌 인간에게서 최악의 면만 보는구나. 그리고 저들의 주머니를 털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알라딘이 침을 뱉었다.
"내 아버지는 다리를 잃어도 마땅한 분이 아니셨어. 내 누나는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도 마땅한 사람이 아니었고."
두반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 누구도 마땅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고. 그게 현실일 뿐이야."
모르지아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 중에서, 152-153 페이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