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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을 고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 - 임유정의 말더듬 교정 트레이닝
임유정 지음 / 원앤원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말더듬을 고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제목을 보고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40대 중반인 현재까지 긴장하거나 발표하는 상황에서 말을 더듬고 정신줄을 놓는 내가 우습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시 한 번 말더듬증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볼까 하는 생각을 품으며 반가움을 느꼈다.
이전에도 말더듬을 고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사용해보기도 했고 책을 읽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고치지 못했다. 아마 내가 가진 문제(유기적 원인이든, 심인성 원인이든)와 치료 방법이 제대로 맞지 않았거나 내가 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나이도 들고 말더듬증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어느정도는 개선된 상태라 생활에 불편함은 없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고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기에 이 책을 읽어 보았다.
임유정의 <말더듬을 고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말더듬증에 대한 개괄적 설명은 초반부에 간략히 언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바로 본론적인 연습법을 알려준다. 말더듬의 원인이야 어떻든 치료하는 방법과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여기에는 나도 크게 동의하는 바다.
말더듬 트레이닝을 7일 코스로 분류해 각각 하루에 해야 할 훈련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복식호흡이다. 말이라는 것은 목이나 입에서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기 보다 날숨이 지나는 길에 만들어지는 소리라는 점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복식호흡을 통해 충분히 숨을 내쉴 수 있는 연습을 하도록 권유한다. 숨을 잘 쉬고 나서야 말더듬이나 발음 등의 문제가 보완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두 번째는 구강내 공간을 확장하라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인 힘을 가해 구강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발음과 표정을 크게 해서 구강 내 아치를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 말이 만들어지는 공간을 충분히 크게 만듦으로써 단어가 원활히 움직이게 되고 결국 말더듬을 줄일 수 있다.
세 번째 강조하는 바는 발음 연습이다. 발음을 위해 사용되는 구강 공간과 입술 표정을 크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채누보(공기를 배에 채우고, 누르고, 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네 번째는 배털기 연습과 호흡 버티기 훈련이다. 배털기 연습이란 복식호흡을 하며 복근의 수축과 이완에 능숙해지는 과정으로 발음을 할 때 복근을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는 연습이다. 호흡 버티기는 긴 문장도 어려움 없이 말하기 위한 훈련으로 긴 문장도 한 호흡으로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숨이 부족한 경우에도 복근에 힘을 주어 호흡을 깊게 그리고 길게 내뱉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말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말을 서두르다 보면 꼬이고 꼬여 말더듬을 유발하는데 말을 천천히 하면서 충분히 숨을 뱉고 충분한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면 더듬지 않고도 말을 편안히 할 수 있다. 시를 낭송하듯 천천히 차분한 마음으로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여섯 번째는 말에 리듬을 넣는 것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말더듬는 사람들이 공감하는 바는 노래를 부를 때는 대부분 말을 더듬지 않는다는 점이다. 같은 원리로 단어를 발음할 때 음의 높낮이를 줌으로써 노래와 같은 리듬을 부여하면 더듬지 않고 자연스러운 말이 나오게 된다. 말에 리듬을 부여하면 말더듬을 호전시킬 뿐 아니라 단조로운 말보다 생동감 있는 말을 전달할 수 있어 청중의 집중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일곱 번째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다. 말더듬이란 기능적인 문제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심리적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자격지심을 상쇄한다면 기능적 훈련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말더듬을 고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순수한 실전 트레이닝 가이드이다. 훈련에 대한 소개와 훈련이 갖는 의의 그리고 자세한 훈련방법을 순서대로 설명하고 예문을 연습한 후 평가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호흡법이나 발성법의 경우처럼 필요하다 생각되는 경우 삽화를 넣어 이해를 돕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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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임유정은 하루 1단계씩 1주일마다 반복하고 최소 3개월 이상을 꾸준히 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적고 있다. <말더듬을 고치고 내 인생이 달라졌다>를 읽으며 대부분의 예문과 연습과제를 수행했는데 겨우 3일차지만 효과가 있는 것 같은 좋은 신호를 느꼈다. 그래서 저자의 조언대로 3개월을 해 볼 생각이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뒤 말더듬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좋아졌는지, 좋아졌다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솔직하게 작성해 리뷰를 다시 올리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시절 말더듬증을 치료하기 위해 했던 방법 가운데 하나를 덧붙이고자 한다. 전공이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분야여서 고학년이 되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아는 분을 통해 '인지 행동 치료'를 알게 됐고 말더듬증과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고자 인지 행동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나와 같은 그룹에 속한 다양한 사람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말더듬증이 주였고, 어떤 사람은 남들 앞에서 젖가락질을 못해서 오고, 어떤 사람은 낯선 사람 앞에서는 귀가 빨개져서(정말 신기할 정도로 새빨개진다) 오고, 또 다른 사람은 긴장하는 자리에 서면 손이 계속 떨려서 악수도 못할 정도라서 왔다. 사진 작가도 있었는데 그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으면 손이 떨려서 셔터를 못누른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고민을 들으며 각자가 가진 것보다 별거 아닌 것들이라 생각했던 듯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2달 동안 이어진 치료의 끝에는 크게 개선된 친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그룹원들이 모두 비슷한 또래였기 때문에 치료 받는 도중 친해졌고 말도 편하게 하게 됐는데 치료 막바지까지 서로 호전이 없음을 놀렸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친구는 나한테 '뭐라고? 뭐라고? 말을 해봐 뭐라고?'이런 식으로 놀렸고 나도 귀가 빨개지는 친구한테 '귀에서 피난다'고 놀렸던 것 같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치료 수료하는 날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 작가가 최고급 카메라를 들고 왔지만 셔터는 다른 사람이 눌렀다.
결론적으로는 내 말더듬은 고쳐지진 않았다. 다만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말더듬증이 갖는 부끄러움과 자기혐오 등의 감정은 많이 개선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