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원어민 영어
타샤 리 지음 / 렛츠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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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교육제도가 많이 바뀌었다 들었지만, 내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를 다닐 무렵 영어는 중학교에 진학 후 배우는 낯선 과목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시골이라 생각하는 마을에서도 훨씬 더 깊이 들어간 부락에 살았기에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영어회화란 것을 들었다. 고등학교 생활은 지역 거점도시에서 했어서 워크맨이니, 영어학원이니, 원어민 강사니 하는 선진(?)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내겐 분에 넘치는 것들이었고, 영어 회화는 영어 수업 시간에 틀어주는 듣기 외에 따로 공부하진 않았다. 덕분에 생활영어와 동떨어진 영어공부를 했고 읽기는 자신있지만 말하기는 겁부터나는 불균형 영어실력을 갖게 됐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비슷한 경과를 밟았는데...원서를 읽다보니 독해실력은 나날이 늘었지만 회화는 고등학교 수준 혹은 그 이하에 머물러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어버버하기 일쑤였다. 의사전달이란 측면에서 언어는 말하고 듣기가 기본인데 내가 가진 영어는 읽고 쓰는 것에 치우쳐 정작 중요한 회화기능이 많이 부족했다. 영어를 쓰는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친구들은 '네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알겠으나 문어체로 대화가 이루어지고 사용하는 단어나 구 또한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알려주곤 했다. 


회화를 잘하기 위해 많이 말하고 듣는 것이 중요하고 일상 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말부터 익히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해 <타사의 원어민 영어> 를 읽게 됐다. 


<타사의 원어민 영어>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과 표현법을 담고 있다. 총 17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 각 장은 한 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으로 보통 3-5개의 예문을 담고 있는데 이들 예문 또한 일상적으로 쓰일 법한 말들이다. 


먼저 핵심 단어/숙어의 뜻을 언급하고 해당 단어/숙어가 쓰인 몇개의 예문을 나열한다. 필요한 경우 추가적으로 유의어나 철자가 비슷해 혼동을 주는 단어를 같이 설명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황 봐가면서 하자"는 주제를 다룬 108장의 형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08. 상황 봐가면서 하자 

Tasha's comment 

       미래에 약속했던 일들이 갑자기 불확실해질 때 "상황 봐가면서 하자"라고 말합니다.

       영어로는 "Play it by ear"로 말하면 됩니다. 


Let's slowly play it by ear.

(천천히 상황 보면서 하자)

As we are not in a rush, let us play it by ear. 

(급하지 않으니까 상황 봐가면서 하자)

Let's see the weather tomorrow and play it by ear. 

(내일 날씨 보고 상황 봐가면서 하자)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누구나 알 것이다. 단순히 해외여행을 위해서나 길을 물어보는 외국인에게 멋들어지게 알려주는 용도에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한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 영어교육은 '성문종합영어'에 나오는 어려운 문법과 어휘를 강조했는데 덕분에 내 또래의 많은 이들이 읽기/쓰기에 강한 반면 말하기/듣기에는 취약한 경향을 띤다. 사용하는 어휘도 영어권 국가의 사람들이 보기에 어색한 느낌을 주는 듯하다. 의미는 전달받았으나 단어와 문장이 상황에 적절하게 쓰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20년 넘게 영어를 사용(주로 읽고 쓰기)하고 있음에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영어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 


<타사의 원어민 영어>는 예제로 사용된 문장이 간결하고 단어 또한 우리가 익히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쉬운 단어들이 모여 숙어와 관용적 표현을 이룰 때, 의미하는 바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타샤의 예제와 숙어는 그런 것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 마주칠 법한 상황을 가정하여 어떤 단어와 문장을 고르는 것이 좋은지 안내하고 있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용어가 주는 미묘한 차이도 구분하여 설명해주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뉘앙스의 차이 또한 살짝 엿볼 수 있다. 


구닥다리 공부법에 익숙해서인지 회화를 위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받아 본 후 모든 문장을 써봤다. 페이지가 두껍지 않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지만 한 번 읽고 써 본 정도로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종종 한 두 페이지라도 읽으며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책이 작고 가벼워 버스 정류장같은 곳에서도 편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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