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지 1 - 풀어쓰는 중국 역사이야기
박세호 지음, 이수웅 감수 / 작가와비평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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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 진(秦)나라가 통일 제국을 형성하기까지를 일컫는 춘추전국시대는 난세로 빚어진 수많은 제후국과 영웅의 등장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주(周)나라의 쇠락으로 시작된 춘추시대가 시작될 무렵 중원은 수십 개의 제후국에 의해 분할통치되는 상황이었다. 


춘추시대 초기에는 누구도 선뜻 기존의 질서에 항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명목상으로나마 주왕실의 권위가 유지되었으나 시대가 흐를수록 명분보다 국력에 의존하는 양상으로 변질되간다. 구심점을 잃은 제후각 간의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했고 천하는 전란에 휩싸인다. '난세는 영웅을 만든다'는 말처럼 혼란에 빠진 천하를 구하고자 혹은 통치하고자 나서는 이들이 있었으며 시기와 인재를 잘 만난 자들은 후일 패자로 이름을 남겼다. 




<춘추전국지 1권>은 서주의 마지막 왕인 유왕과 포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웃지 않는 여인 포사'와 어떡해서든 그녀에게 웃음을 주려는 유왕의 지나친 놀이는 결국 서주의 멸망을 앞당긴다. 한낱 여인의 환심을 사고자 전쟁이 났을 때 올리는 봉화를 거짓으로 올려 제후들로부터 신임을 잃고 정작 서융이 공격해 왔을 때 봉화를 올렸지만 여러번 속은 제후들은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아 나라가 주저앉았다는 이야기다. 


포사와 함께 중국사에 등장하는 경국지색/경성지색으로 평가받는 여인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루어진다. 상(은)나라를 망하게 한 달기, 오나라왕 부차를 타락시킨 서시, 한나라 왕소군, 당나라의 양귀비 등이 등장하고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경국과 경성으로 지위가 갈린다.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로 시작된 첫 장이 끝나면 본격적인 춘추시대가 시작된다. 주왕실은 동쪽의 낙양으로 천도하였으나 쫓기다시피 이루어진 천도로 이미 왕실의 권위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다. 제후국은 각기 다른 마음을 품었고 서로 눈치를 보느라 전면에 나서지 못할 뿐 과거에 다른 세상이 도래했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흐름을 가장 먼저 깨닫고 주왕실의 권위에 도전한 곳은 주나라에 가까운 정나라였다. 기원전 8세기 말, 정나라 군주인 장공과 그의 충신 제족은 주나라에 대한 충성보다 자국의 부국강병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자각하고 국력을 키운다.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면 주나라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 또한 서슴치 않았다. 그럼에도 주나라는 수세적으로 대처할 수 밖에 없었고, 주왕실의 쇠락은 다른 제후국들에게도 시대가 변했음을 주지시켜 주었다. 


기원전 698년 정장공이 죽자 정나라는 제위를 둘러싼 분쟁을 치르느라 국력을 소진한다. 정장공을 이어 중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웅은 동쪽의 제(齊)나라에서 나왔다. '관포지교'의 고사성어로 익숙한 관중과 포숙을 신하로 둔 제환공이 그 주인공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관중이 될 것이나 자신의 형인 규를 제위에 올리고자 화살로 자신을 죽으려 했던 관중을 들여 재상으로 쓴 환공 역시 대단한 위인이라 할 수 있다. 


관중은 제나라를 강성하게 키워 환공을 천하의 패자로 앉히고자 했다. 관중은 먼저 제나라의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다. 세제를 낮추고 상공업을 장려했다. 농업과 군역을 같은 수행할 수 있는 나라를 지양했으며 평시에는 농업에 종사하고 유사시에  군역을 수행하도록 했다. 사민이 농업에 종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토지제도를 개혁했다. 백성의 삶이 안정화되는 것이 강국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에 재임 초기에는 전쟁을 수행하지 않고 생산의 장려에 힘썼다. 


관중이 개혁정책을 수행한 후 수년이 지나자 제나라는 백성이 늘고 곳간에 곡식이 가득할만큼 부유해졌다. 백성들의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졌고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열의 또한 커졌다. 이 무렵부터 관중은 주변 제후국들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후국들을 모아 회맹하여 소모성 분쟁을 줄이고 천하의 안정을 도모한다. 물론 회맹의 맹주는 제환공이었다. 


중원의 제후국 간의 전쟁과 내전으로 혼란한 시기 남방의 초(楚)나라는 급격한 성장을 보인다. 자신들의 영토와 영향력을 넓히고자 초나라가 중원을 침탈하는 것이 잦아졌다. 초나라가 중원으로 진출하는 길목에 놓인 정나라가 자주 수탈을 당했는데 초나라가 정나라를 침탈했을 때 제나라는 회맹국들을 모아 연합국으로 대적했다. 제환공은 초나라로부터 작게는 정나라를 크게는 중원을 지켜냈고 패왕으로서의 위신을 공고히 했다. 강성해진 제나라는 가까운 제후국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이고 견융의 영토인 영지국과 고죽국(고조선)까지 진출해 정벌활동을 벌인다. 관중과 포숙이 이끈 원정대는 험지를 지나 견융의 터전을 정벌하고 도망친 견융의 왕을 추적해 결딴냈다.  


환공과 관중이 제의 부국강병을 이루고 중원의 질서를 잡았지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한번 이룬 권세가 세대를 이어 지속되긴 쉽지 않다. 더군다나 분쟁과 전쟁, 협잡이 난무해지는 춘추전국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관중의 사후 제나라가 구심점을 잃고 혼란에 빠진 사이 제환공을 이을 패자가 힘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춘추오패의 두번째를 차지하는 진문공이다. 진문공 또한 관중과 포숙처럼 극적인 인생이야기를 가진 자이다... 




<춘추전국지 >는 소설적 요소를 가미한 역사서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나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다. 보통 역사서들이 사료를 바탕으로 글을 적기 때문에 사료에 근거한 객관적 사실을 접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을 받는다. 특히 고대사의 경우 유실된 사료가 많고 단편적으로 전승되어 오는 것들에 의존해야 하므로 자주 끊기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결점을 보완하고자 작가의 상상력이 필요한데 <춘추전국지>는 소설적 요소를 첨가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전체적 흐름을 연속적으로 구성했고 덕분에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빈 공간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매꾸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이해도를 높이는 것 같다. 


<춘추전국지 1권>은 관중의 활약을 중심으로 그려졌는데 2권은 진문공과 초장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리라 예상이 된다. 그들이 만든 역사가 저자의 상상력과 결합되어 어떤 식으로 표현될 지 기대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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