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을 위한 교양 MBA - 꼭 알아야 할 MBA 에센스를 한 권에 담다 CEO의 서재 28
와세다대학교 비즈니스스쿨 지음, 김정환 옮김 / 센시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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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화적 성공을 거둔 사업가의 자서전은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들을 부각시킨다. 열정, 노력, 운, 용기, 신뢰 등 자신들의 성공에 밑거름이 된 것들을 소개하고 독자들로 하여금 '대단하다'는 존경을 품게하고 '나는 저런 상황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라는 자문하게 한다. 한국에서도 크게 성공한 대부분의 기업인은 자서전을 출판했는데, 주인공인 최고경영자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춰 읽자면 소설처럼 읽혀질 수도 있고 현실적 감정을 이입해 읽자면 그 사람의 대단함을 느끼게 하는 위인전처럼 읽힐 수도 있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며 든 주관적 감상은 '성공적 결과로부터 도출된 극적인 요소를 가진 원인들'에 치우쳐 있다는 느낌이었다.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수많은 사업가가 도전하고 도전한다. 그럼에도 성공의 정점에 다다르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성공한 사업가가 자신의 성공의 원인으로 제시한 것들은 다른 실패한 사업가도 가지고 있던 부분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열정이든 노력이든 말이다. 한 발 물러서 바라본 보통사람의 시선으로는 어떤 사업가의 성공은 특별한 한가지 재능에서 비롯된다기 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난 어떤 재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사업가의 성공을 기대하거나 어떤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보통사람들보다 뛰어난 한두가지 재능과 다각적 시선을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하고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어떤 한가지 재능이 성공을 담보하지 못하며 전문가의 연구와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된 체계적인 경영체제가 성공가능성읖 높일 것이다. 




<사장을 위한 교양 MBA>는 2부로 구성돼 있고 총 12개의 강의가 담겨있다. 다섯 개 강의로 구성된 1부는 주로 경영전략을 논하고 일곱 개 강의로 이루어진 2부는 운영전략을 논한다.  

제 1부 경영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1강 전략 수립을 위한 세 가지 기본 조건

2강 규칙이 다른 상대와 어떻게 싸울 것인가

3강 마케팅 잘하는 회사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4강 좋은 전략은 없다. 맞는 전략이 있을 뿐

5강 가장 강력한 전략은 남들이 알면서도 못하는 전략

제 2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 

6강 강력한 현장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7강 어떻게든 사람과 조직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라

8강 내부 마케팅, 사내의 고객을 먼저 확보하라 

9강 리더쉽이야말로 미래를 개척하는 가장 쉬운 길

10강 우리 회사가 세계 시장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11강 기업의 로드맵 회계, 이 숫자와 어떻게 친해질 것인가

12강 그래서, 경영자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가


각 강의의 내용은 주로 기업과 경영자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을 담고 있다. 어려운 용어와 수식은 전혀 없으며 간혹 등장하는 전문용어에 대해서조차 설명을 곁들여 비전문가가 읽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쓰여졌다. 제목만 보자면 딱딱하고 지루한 강의를 연상시키지만 실제 내용은 간결하고 흥미로운 예시를 담고 있어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다. 


특히 현대 경영 전략이 추구하는 바가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기업이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수요를 파는 것으로 정의하는데 기업이 판매하는 것은 물건 자체가 아니라 해당 물건의 쓰임을 판매하는 것이란 의미다. 예를 들어 드릴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드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구멍이 필요한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진정한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현재 그 요구를 충족시킬 수단 뿐 아니라 진보될 수단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타자기 업체가 타자기 생산에만 치중해 변화를 읽지 못하면 컴퓨터로 대체되는 흐름을 놓치고 도태를 면치 못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경제가 성숙하고 경쟁이 글로벌화되며 정보 혁명이 이뤄지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과거 각광받던 시장과 서비스가 도태되고 새로운 시장과 서비스로 대체되는 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투자는 효용성이 낮기 때문에 집중과 선택의 문제 앞에 놓이게 된다. 소위 말하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 유망한 사업을 예측하고 실행하는 결단이 요구된다. 그리고 생산과 판매에 치중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마케팅 중심 사고로의 이행이 필요하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 마케팅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미국의 경영학자)의 견해를 빌리자면, 마케팅의 목적은 회사가 굳이 팔려고 하지 않아도 고객이 자연스럽게 구입해주는 상태 혹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면 기업의 가치(및 이미지)가 상승할 뿐 아니라 고객 유지와 유치가 쉬어지며 판매의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뛰어난 경영전략을 세웠다해도 성공은 전략만으로 성취할 수 없다. 공장의 생산을 비롯한 연구개발, 영업, 유통, 판매 등 현장에서 이뤄지는 실무를 통해서만 전략이 구현될 수 있다.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동종 기업이라 할지라도 현장의 차이로 인해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용인술에서부터 최적의 워라벨(work-life balance), 효율적 자원분배 등은 작업의 효율을 높여 현장 능력의 향상을 이끌고 이는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을 촉진한다.  





난 사장도 아니고 경영자의 위치에 있지도 않다. 아마 앞으로도 직원의 위치에서 내 몫을 해야할 처지다. 그럼에도 <사장을 위한 교양 MBA>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제한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번영하기 위해 내가 속한 분야의 전문지식 뿐 아니라 보다 큰 그림을 보는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다. 


<사장을 위한 교양 MBA>에서는 쉽고 간략하게 써놓았지만, 경영자 특히 유능한 경영자가 되고자 한다면 갖추어야할 소양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먼저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비전, 사람을 보는 안목과 활용, 훌륭한 리더쉽, 자원을 배분하고 투자하는 결단력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경영자에게 요구되는 것 또한 더 많아질 것이다.  


<사장을 위한 교양 MBA>를 읽다보니 경영자와 노동자의 관계에 대해 잠시 고민하게 된다. 

현재까지 이십여 년 동안 직장생활만 한 나, 직원의 위치에 있지만 내가 소속된 회사의 발전이 나에게도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의 성장과 재정상태에 대해 같이 고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고민은 나이가 들수록 더 커진다. 

요즘 사회면을 보자면 경영자와 근로자의 관계가 마치 서로에게 적이나 원수인 듯 한다. 이런 풍조는 장기적으로 기업과 개인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기에,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지만 경영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역지사지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할 것들을 충실히 이행하고 소기의 성과가 이뤄졌을 때 자신의 권리를 정당히 주장하고 경영자는 합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환경이 정착되길 바란다. 


<사장을 위한 교양 MBA>는 경영자에게는 자신과 자신의 기업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줄 것이며, 직장인에게는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들을 미리 알아 나중을 대비하거나 현재의 직장생활에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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